얼마나 몸에 좋으면 산모들이 챙겨 먹을까.
집에 마른 미역 한봉지 있다면 고기 없이도 뚝딱 끓일 수 있는 미역국이다.
고기를 넣으면 맛이 더 풍부해 지지.
미역 볶을 때 냄새가 완전 좋다.
미역국은 첫 판 보다 재탕, 삼탕이 더 맛있고 끈적끈적 좋아서
처음에는 별로 잘 먹지 않는 편.
맛이 깊어진다는 게 회를 거듭할수록 그렇다.
우리 삶은 1번이기에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한번 사는 삶임에도 재탕, 삼탕의 맛을 끌어내곤 한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생의 중대 사건들을 경계로 바뀌나?
결혼이나 이혼. 출산이나 장례?
나는 나의 삶을 몇 번이나 끓여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뽀야도 한 두 번째 끓이는 것 같은데.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뭐 그렇게 포장 할 수도 있겠지만.
아빠를 상실하고 나서가 더 적당한 표현이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 결혼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 말을 꺼내지 않는 게 낫다는 걸 알고 있지.
알람을 지정해 놓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슬픈
기념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하필이면 12월이라니. 눈부신 추위 속에서 인연을 맺으셨구나.
내 방 잘 보이는 자리에 부모님 결혼식 CD가 있다.
물론 플레이어는 없지만 잘 보관중이다.
그니까, 외장 CD-ROM을 사야겠네.
의외로 CD 쓰일때가 많다.
노래 리핑하거나 책의 부록 CD를 틀거나 할 때도 필요한데.
왜 컴퓨터 고칠때 CD롬을 안붙였을까나.
과거의 나는 뭘 한거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외장 CD-ROM을 사서
꼭 한번 결혼식 영상 다시 봐야겠다.
사실 장례 다 끝내고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결혼식 CD보는 거였긴 했다. USB에 옮겨 담아서 TV로.
근데 자꾸 USB를 꽂다보니까 TV가 망가져서
이제는 USB단자를 활용할 수가 없지만.
왜 이렇게 살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반찬도 슥슥 줄어서 주말만 되면 장보느라 바쁘고.
그래도 카트 한 칸에 미역을 담아 놓으면
언제고 꼭 미역국을 끓여 먹게 되니까 편하고 좋다.
오늘은 어디로 장을 보러 가려나.
많이 걷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도 잘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살이 쪘는지
허리가 시큰시큰 아프다.
뭐가 잘 안 맞춰지는 특정 자세에서 아픈걸 보니
이건 분명 살때문이다. 겪어본 바가 있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48kg라고 되게 좋아했었는데
눈떨림 때문에 일부러 과식하다보니 조금 늘어서.
하긴 2~3kg는 뺐다고 하는 거 아니랬다.
너무 성급했네.
핸드폰에 체중 그래프가 너무 역동적이라서 가슴아프네.
가벼우면서도 부작용(?) 없는 그런 몸을 유지하고 싶은데.
이제 날이 따스해지면 다시 자전거 달려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그 날이 다가 오겠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나저나 2021년에는 조금 멀리 자유롭게 나갈 수 있으려나.
모험을 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정해진 장소도 있다.
시간도 많다.
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미역 열심히 먹어서 건강해져야지.
원기보충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식단, 미역국이었다.(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