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엄마 동료 분께서 얼갈이 배추를 주셨다.
빛깔도 노랗고 연두연두 하고 아주 귀엽다.
엄마는 얼갈이로 무침을 만드려고 생각했다.
뽀야를 부르시더니 백종원 얼갈이좀 찾아보라 하셔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있더라고.
이야, 백종원 아저씨는 진짜 대단해.
그냥 평범한 간장 양념인데 액젓을 넣는 게 포인트더라.
무치기 전에 물기를 꼭 짰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양념에 배인 물이 잔뜩 나와서
이거, 망한 건가...? 싶었으나
물을 따라버리고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맞춰 보았다.
엄마가 간을 보는데 아삭아삭 소리가 ASMR이다.
근데 우리가 먹을 것 같지 않다며 회사 도시락용으로
가져가신단다.
그러면 또 먹고 싶어지는데. 흐흐.
엄마 계량법은 엄마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뽀야는 엄마가 도구를 쓰기를 바란다.
그리고 요새 엄마는 양념할 때 숟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잘 봐뒀다가 써먹어야지. 예리한 눈초리를 하고 쳐다본다.
요리란 신기하다.
그냥 낱개의 재료가 만나 양념이라는 옷을 입고 새롭게 탄생한다.
영양소도 살리는 그런 요리들이 요새 많아서 참고가 된다.
당근을 기름에 지진다든가 하는 그런식의.
삼삼하게 완성된 백종원 얼갈이 무침.
뽀야는 맛을 보지 않았는데 왠지 알 것 같은 그런 맛이다.
양념재료가 우리집 단골 간장 소스랑 엇비슷했거든.
검색하면 금방 나오니까 굳이 적지는 않게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AI랑 인간이랑 요리대결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오히려 AI쪽이 더 맛있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나?
정확한 계량이냐 손맛이냐.
그 손맛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자율주행자동차도 나온다고 하고.
특정분야의 인간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예전에 TV에서 기계가 치킨을 튀기고 있더라.
그래서 유명해진 가게가 나와서 홍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뽀야는 그걸 보고 반감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또렷이 설명할 수 없는데
왠지 씁쓸했다.
나중에는 기계들이 죽 늘어서서 치킨튀기겠구나 하니까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뭔가 대화의 단절?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래도 기계가 고장나면 기계가 수리하지는 않겠지.
아직 그정도로 발전하진 않았겠지.
4차 산업혁명 어쩌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 수준의 발달도 뽀야는
반갑지 않다.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지만 그걸로 잃은 것도 많아서.
종이책의 매력을 모르는 인류가 태어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해보면 막연하게 무섭기만 하다.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기술이 한번 되짚어봐야 할 것은
분명히 있고 그건 '정'인 것 같다.
물론 '올바를 정'일수도 있겠지만 그런거 말고 인정 할때 그 '정'.
초0파이 정. 그거 말이다.
로봇이 표정을 만들어요. 하면서 보여주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괴기스럽기만 하더라. 아직 초기기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로봇이 나온다는 것은 반갑지 않다.
기계에 등떠밀려 쫓겨나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몰라서.
자기계발. 열심히 해보자.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날마다 발전하는 인간은 참 재미있는 존재다.
그 재미와 정을 기계의 차가운 손에 쥐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