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똥손은 어쩔 수 없다.
얼마나 탕이 뜨거웠는지 짐작가는 사진이다.
동네에 남원추어탕 가게가 있다.
엄마가 일 끝나고 회사 동료분들과 먼저 가서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우리들을 먹이고 싶어하기에 찾은 가게.
일단 가게 아주머니께서 엄청 빡빡하게 방역수칙을 지키시고,
들깨가루 뚜껑을 잘 덮나 확인하러 다니는 등.
굉장히 꼼꼼하신 편이다.
아이를 데려온 손님에게는 몇 번이나 뜨겁다고 주의를 환기한다.
음식점에서 제일 중요한 건 위생도 그렇지만 맛이다.
일단 추어탕이라 조금 거부감이 있을법도 했는데.
고소한 탕 앞에서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네가 미꾸라지든 삼겹살이든 뭐가 어때서.
맛있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곱게 갈아서 형체가 없기 때문에.
먹기 편하고 맛있는 추어탕이다.
되게 걸죽한 편이더라.
들깨가루를 솔솔 쳐주고 부추도 넉넉히 넣어주면 꿀맛.
게다가 돌솥밥을 같이 주기 때문에 받자마자
밥을 덜어놓고 누룽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놓으면
맛있는 후식이 준비된다.
뜨거운 걸 잘 못먹는 분들에게 팁이 될만한 것이 있다.
바로 덜어놓은 밥을 담았던 빈플라스틱 공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덜어놓은 밥을 탕 속으로 투하 시키고 빈 그릇에
추어탕에 말아놓은 밥을 조금씩 덜어서 휘휘 불며 저어주며 먹으면
훨씬 뜨거운 음식을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또, 탕요리 가게에서 중요한 것이 김치이다.
뽀야는 무김치를 선호해서 무를 아주 많이 먹는 편이다.
김치는 항아리 그릇에 소분하여 나오는데.
2번이나 리필해 먹었다.
무가 되게 시각적으로 삼삼하게 생겼는데.
그렇게 맵지도 않고 달달하고 아삭아삭한 게 진짜 맛있더라.
탕 요리는 김치 맛이 반인데 여기는 반 이상이나 된 듯.
빛깔도 무섭게 시뻘건 색이 아니라서 부담이 없었다.
추어탕이 남원에서 유래했나보다.
아니면 추어탕이 유명한 도시가 남원이라든지.
길 가다 보면 추어탕은 죄다 남원추어탕이다.
춘천닭갈비 같은 그런 느낌이려나.
무튼 여기는 남원이 아니지만 남원 고유의 맛을 잘 살린
정말 부담스럽지 않고 거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의 남원추어탕이었다.
내돈 주고 내가 사먹었는데도 아깝지 않은 음식점이다.
우리 동네에 숨겨진 맛집이 되게 많은 것 같아서 두근두근하다.
사실 이 가게는 아빠가 아프실 때 병문안 차로 동네에 오셨던
아빠 친구분들께서 우리에게 한 끼를 대접했던 바로 그 장소이기도 했다.
그 때는 추어탕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으나.
다시 한참 후에 와보니 정말 맛집이구나, 싶어서.
앞으로 기력없고 몸보신 하고 싶어지면 꼭 찾을 것 같은 가게다.
미꾸라지는 힘이 되게 좋아서 손으로 잡으려 해도 잘 안잡히고.
엄청 활기차게 움직인다고 한다.
소금을 쳐 놔도 한참을 팔딱거려서 손질하는데 애먹곤 하는데.
그런 활기참을 우리가 미꾸라지로부터 취하는 거니까.
장어를 먹기에는 조금 버겁고 자금 사정도 있고 하니까.
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고.
또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추어탕.
설마 미꾸라지라서 아직도 못 먹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누군가는 미꾸라지는 흙맛이 나서 못먹는다고 그런 얘기도 들어본 것 같다.
뭐..... 개인의 입맛은 뭐라 할 수 없는 거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니 미식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추어탕 하면 또 회사다닐 때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찾아갔던
또 다른 추어탕 집이 있다.
거기는 미꾸라지 튀김도 같이 나와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는데.
뭐 매일 갔던 것은 아니고.
거리가 좀 있고 먹는 시간도 있고 그래서.
주로 회식을 할 때 라든지 일과 끝나고 몰려갔던 것 같다.
돌솥밥이 일품이라서 항상 예약하고 가야 한 상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던
그 가게도 참 좋았는데 상호가 기억이 안난다.
이래서 항상 괜찮았던 가게는 명함을 챙겨놓아야 하는 건데.
그 당시는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챙길 생각도 못했다.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추어탕.
이제 봄이 오면 나른해지고 기력도 쇠하고.
이래저래 봄타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 참에 추어탕 한 그릇 뜨끈하게 드시면서
기력 보충도 하고 원기회복도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