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가면 나눠주는 벽걸이 달력이다.
한장씩 뜯어낼 때 마다 너무 아까운 것이다.
반으로 접고 자르고 반복하여 메모지를 만든다.
이 할머니 같은 취미가 뽀야는 즐겁다.
메모지 굳이 살 필요 뭐가 있나.
훌륭한 메모지가 집에 있는데.
공부할 때도 잠깐 뭣 좀 적을 때도
달력 메모지 만한 것이 없다.
두툼하고 하얗고 빳빳하다.
자칫 테두리에 손 베일 수 있으니 조심.
요즘에는 거래가 있는 은행에서만 달력을 받을 수 있더라.
2021년 거실 달력용 달력 받으러 은행에 갔더니
거래 고객이냐고 묻기에
엄마는 지갑에 있던 현금카드를 보여드렸고
달력을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막 뿌렸던 것 같은데.
점점 세상 인심이 각박해져 간다.
안그래도 추운데 말이지.
거실에는 크기가 큼직한 달력이 자리잡고 있는 게
너무 익숙해서 이제 그 은행 아닌 달력은 어색하다.
하나로마트도 그렇고 로컬푸드 직매장도 그렇고
농협은 사랑이다.
새해가 되면
뭔가 크게 바뀔 것 같지만 그런 거 없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위치에서 보면 매일 똑같지.
그런데 여행을 가거나 하여 우리 삶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기 시작하면
정말 다채롭고 아름답구나 싶지.
벌써 아빠가 쓰러지셨던 2월이 다가오고 있다.
이 무서운 시간의 흐름을 정리해서 남겨두고 싶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창비 장르문학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감성 충만해지는 저녁시간의 힘을 빌려서 한 두 문장씩 써내려가다 보면
그래도 봐줄 만한 뭔가가 탄생하지 않을까.
이번 2021년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지난 2020년은 치유였다.
아빠를 상실했다는 세상 큰 슬픔과 마주하는 시간이었고
그걸 가족의 힘으로 극복해내는 시간이었다.
2020년에 계셨던 아빠께서 2021년에는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는 뽀야를 멀리서 지켜봐 주시는
아빠가 계신다.
이전보다 어쩌면 더 가까이에서 나를 바라봐 주신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는 것이다.
아직도 아빠 얘기만 꺼내면 눈물이 가득해서 뭘 할 수 있겠냐.......
싶기도 한데 뽀야 곁에는 아빠만 계셨던 것이 아니다.
동생도 엄마도 열심히 그 자리에서 뽀야를 지켜봐주고 있으니까.
지켜본다는 게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라
눈으로 살펴가며 지켜준다는 그런 의미니까.
지지 기반이 든든하기에 뽀야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달력 메모지 열심히 만들어 가면서
또 한 해 잘 지내 봅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모바일 쿠폰으로 사보는 건 처음이라.
크리스마스에 고구마 케이크를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는가 보다.
그리고 다 떨어진 생수까지 주문해서
뽀야 계좌는 텅텅.
물론 엄마한테 현금으로 되돌려 받긴 했지만
계좌에 찍힌 숫자가 너무 서럽다(T.T)
이따가 조금 따뜻해지는 낮 한가운데에
현금 넣으러 나가야 한다.
겨울에는 꼼짝거리기 싫다.
특히 혼자 어디 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두배로 하기 싫다.
그래도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뽀야는 비교적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왔긴 했네.
아빠의 희생적 뒷바라지로 인해.
당신의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지는
당신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고구마를 퍼먹을게요.
가족끼리 웃고 떠드는 크리스마스 만들어 볼게요.
참. 파리바게트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미리 주문하면
20%할인에 5% 적립이 된다.
미리 주문하는 게 불안하지 않다면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크리스마스 미리 준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세한 사항은 해피포인트 앱을 요리조리 뒤져보시면 될 듯.
예전 디자인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오는데
업데이트 된 해피포인트 앱은 영 손에 안 잡힌다.
새 걸 싫어하는 뽀야라니까.
참신한 사람되기는 쉽지 않네.
빨리 케이크 먹고 싶다 으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