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명칭은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이고 2020.09.30. 오후 8:30~ 오후11:00까지
KBS 2TV를 통해 방송되었다.
1부는 고향.
2부는 사랑.
3부는 인생.
이런 주제들로 명곡을 하나씩 풀어헤치기 시작하는데.
어디서 들어 본 것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상하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말씀이다.
물론 화면에 가사가 입혀져 있어서 그런거긴 하지만
첫 소절만 들어도 술술 따라 부를 수 있는 걸 보니
역시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구나 싶기도 하고.
엄마가 TV를 보며 빨려 들어갈 듯 한 자세로 감상하기에
뽀야는 핸드폰을 쥐고 트위터 검색 '나훈아'를 돌리기 시작한다.
너무 재미진 표현이 많았다.
다 헤아릴 순 없지만 가장 기억남는 몇 가지가
[야~ 지금 방송 4분만에 배 3대 기차 1대 지나갔다.]
[나훈아 박자 맞춰.]
[다음 곡인데 하늘에서 사람이 내려온다.]
[진정한 사이버펑크다.]
등등......
그런데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던 듯.
KBS 음향이 조금 작지 않았나 싶다.
얼마나 공을 들인 작품일텐데
공연방송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가 조금......
처음에 엄마는 나는 나훈아는 별로...
하면서 소극적인 자세였지만
훌륭한 무대와 스케일에 아예 저세상 텐션인
그를 보고 다시금 팬이 되어버리신 듯.
이거이거, 홍보효과가 어마어마 하리라고 생각된다.
나 조차도 콘서트에 가서 그의 실물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으니 말이다.
왜, 나훈아 콘서트가 매 번 매진이 되는지.
이런 별세계가 있었다니...!
놀랍고 철학적인 가사 내용에 놀랐다.
신곡중에 엄마의 PICK은 '테스형'
무려 소크라테스 형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노래를 구성하셨다.
나는 처음에 테스형 이라기에
여행갔다가 만난 외국인 한테 영감을 얻었나보다~
했는데 아니 이게 웬 걸?!
(소크라)테스 형이었어?(경악)
일렉기타가 지르는 부분도 좋고
현란한 코러스도 음악적 공간을 꽉꽉 채워준다.
그리고 거의 모든 유명세를 탄 곡들의
작사/작곡이 전부 나훈아......
역대급이다.
이번 방송은 중반부에 얼핏 찾아보기로는
시청률이 41% 정도 되었었는데
이게 추석에 말이 되는 시청률인가?!
탐라가 가수 나훈아로 북적북적~
세대차이를 단숨에 극복시켜 버리는
그의 클라스에 계속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무대 중앙에서 옷을 갈아입는 방식은
그간 그의 답답함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던 데에 대한
작은 이벤트 였던 듯하다.
아이돌들도 따라해줬으면 좋겠다고 트위터에 써져 있던데
그러면 도촬이 장난 아닐텐데.......
수요없는 공급이라는 말도 되게 뒷통수 쌔리 쳤던 트윗이었다.
수요가 왜 없어, 어무이들이 이렇게나 열광하시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데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줄...
마치 영화 한 편 감상한 것 마냥
이런 노택트 콘서트를 구상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원래는 현장 공연이었다고 하던데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바꾼 것일 텐데
그는 15년만에 방송 출연이라던가 그랬다.
올해 콘서트를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오늘 이 방송은 다시보기가 안되고
10월 3일 오후 10시 30분에 KBS 2TV를 통해
재방송 될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하나하나 눈에 박이듯이
뚫어져라 보며 감탄했던
어젯밤 이야기.
근데 특유의 입술 앙다물기 포즈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과 호흡할 수 없는
딱딱한 모니터 너머로 전해지는 차가운 온기라도
힘이 되었을까.
정말 공연예술의 미래를 미리 엿본 것 같은
소중한 밤이었다.
피켓팅을 하고서라도 꼭 찾아가고 싶은 공연 하나가 생겼다.
부디 그날 까지 오래오래 공연 하셔서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