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시판 동그랑땡 사다가 부치기.
계란물에 담갔다가 노릇노릇 부쳐낸다.
여기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순조로운 명절 음식 준비였는데.
구워내면서도 아주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서.
입맛을 다시면서 앞뒤로 구워낸다.
고기 동그랑땡이라 맛도 좋고 든든할 반찬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구나.
역시 명절에는 전 지지는 기름냄새가 좀 나야 하지.
베란다 나갔다가 들어오면 코를 감싸는 전 냄새가 좋다.
이번 명절은 특별히 찾아올 사람도 없고.
찾아갈 사람도 없어서 오붓하게 우리 가족 셋이서 보내는 중.
저녁에는 펭귄 얼음깨기 같은 게임도 하고.
우리말겨루기 기출문제 책을 활용하여 퀴즈도 낸다.
게다가 연휴중에 우리는 만 보 걷기 실천운동을 하고 있다.
집 근처에 걷기 좋은 곳이 있어서 자주 찾는데.
물론 원래는 엄마와 아빠가 자주 찾던 곳인데.
이번엔 나와 함께 가보았다.
걷기 구간이 다양해서 꽤나 넓기도 하고.
다들 이미 와서 걷고 계신다.
좋은 곳이다. 감탄 하면서 끝에서 끝까지 왕복.
그러나 만보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9000이었다.
뭔가 조금 부족했으나. 어쩔 수 없다.
날이 많이 따스워졌다.
이제 운동을 해야 할 적기라는 뜻이다.
집 밖으로 나가서 걷기좀 하고.
그렇게 직립보행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데.
하루종일 집구석에서 앉아있는 위주의 삶을 사려니까.
좀이 쑤신다.
월요일에는 눈이 오고 다시 한파가 이어지겠지만.
주말은 괜찮다고 하니.
많이 걷는 것이 제일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 저녁에 영어 라디오를 들으니.
몸은 노곤노곤한데 머리는 생생해서 뇌훈련도 잘된다.
안그래도 도미노게임을 주문 해 놓았다.
손을 많이 움직여주면 뇌에 좋다면서.
분명 집에 네모네모 로직 책이 있었는데.
어디로 가버린 건지 도무지 못찾겠어서.
그냥 십자말 풀이 책 하나 더 사놓는 김에 같이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
학창시절 곧잘 꺼내어 하던 기억.
네모네모 로직 말이다.
손날이 시커매져도 그림이 완성되어가는 게
재밌고 신기했던 추억이다.
요즘에 [스스로 치유하는 뇌]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한다.
여러 논문이 집약된 실험적인 뇌과학 책인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안쓰면 기능이 퇴화되고.
다친 부분을 안 다친 부분이 대신하고.
그런 다양한 마음이 하는 일을 들여다 보는 책이라.
우리가 흔히 어렴풋이 알고 있던 뇌에 관한 속설들을
실제 임상 사례로 검증해보는 그런 이야기다.
하나같이 신비롭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보고 십자말풀이와 도미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다.
여러 뇌를 강화하는 놀이 중에 재미있어 보였거든.
요즘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하니까.
안 씻을 수가 없게 되어 자주 씻고 있는데.
내 몸에서 샴푸냄새, 바디샤워 냄새가 폴폴 나는 걸
맡고 있자니 되게 이질적이다.
맨날 텁텁한 살냄새만 났었는데.
움직인다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구나 싶었다.
자주 씻으면 각질이 떨어져 나가서 살이 조금은 빠질지도 몰라.
그런 어이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씻곤 하는데.
운동하고 씻고 나면 세상이 다 내 것만 같다.
나른나른 노곤노곤 바로 디비 눕고 싶지만.
꼿꼿하게 앉으려 노력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것도 아무것도 안하고 TV만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이것저것 할 것들을 찾다보니.
대망의 도미노!!
엄청 기대중이다. 기왕 하는 거 대형으로(10000피스)
준비해 보았다.
지금은 설연휴라 배송이 밀려서 금방 오지는 않겠지만.
도착하는 대로
조용한 점심이나 느긋한 저녁시간에
내 방에서부터 지도를 그려봐야지.
어떻게 도미노를 깔지 고민하는 것조차 재미있다.
내 삶을 가꾸어 나가는 일은 나 자신이 해야 한다.
재밌는 거리를 찾아 헤매도 보고.
새로운 놀이를 발견하고, 몰두하고.
더 나은 방향을 탐색하고.
어째, 이런 일은 더 젊었을 때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쨌든.
와글와글 재미있는 앞으로를 만들어 나가야 겠다.
그런데 동그랑땡 너무 커서 배부르다.
속까지 고기로 꽉꽉 차서 엄청 배불러!
계란까지 입혀놔서 더 든든하게 느껴진다.
좋았어, 잘 산 것 같아.
매 끼니에 번들번들 기름칠을 하고 있자니.
식혜로 씻어내야지.
배부른 명절. 든든한 배를 두들기며 타자를 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