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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떡만두국

by 뽀야뽀야 202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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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점심에 해 먹은 떡만두국.

파뿌리로 깊은 맛을 우려낸다.

왠지 이거 먹고 나면 1살 더 먹는 게 고정되는 것 같아

가슴 아프지만 맛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

이번엔 사진을 찍을 거기 때문에

굳이 계란 노른자를 분리하여 지단을 부쳐낸다.

엄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네.

우리는 왜 새해에 떡국을 먹을까.

떡같이 쫀득쫀득 건강하라는 의미일까.

올해에는 눈이 자주 왔어가지고...

농사가 풍년일 것도 같고.

소복소복 쌓인 눈을 보면 기분이 좋듯이

육수에 풍덩 담겨있는 떡들을 봐도 기분이 좋다.

새하얗고 진한 맛.

떡을 오래 불려놓았더니 입에서 살살 녹더라.

만두는 동네 떡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것.

고기와 김치를 섞어서 팔기에 골랐다.

기존에 먹던 시판 만두제품은 알이 굵고 큰데.

이건 손만두라 그런지 조금 양은 작은 편.

그래도 맛은 정말 좋더라.

 

이걸로 새해 일발 장전했네.

좋은 새해가 될 것 같은 기분 모락모락.

그런데 남은 떡국은 재활용이 안 된다.

불어터지기 때문에.

그래서 가득 가득 먹고 싶었으나.

위장 용량 초과로 그만.

아빠가 계셨으면 절대 남지 않았을 떡만두국.

 

어제 저녁에는 아빠 ID를 무심코 보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아렸는지 모르겠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다가도.

아빠가 한 때는 정말 열심히 컴퓨터 관리를 했었기 때문에.

지금은 다 쓸모 없어졌지만 말이다.

퇴근후에 쓸쓸하게 컴퓨터앞에 앉아서 수입지출 회계를 돌리던

아빠를 떠올려 본다.

엑셀을 가르쳐 드리려고 했는데 

새로운 프로그램까지는 적응하지 못하시고

그냥 한글 프로그램에 일일이 계산기로 돌려가며 기록하신

수많은 날들.

독수리 타법이지만 제법 화려했던 그 솜씨.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아빠의 흔적.

하지만 지금 아빠 컴퓨터는 존재의미를 상실한 채

방구석 한 편에 쓸쓸히 놓여있다.

생을 다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무엇하나 가지고 떠날 수가 없지.

전부 재가 되어 남겨두고 내 한 몸조차 가져갈 수가 없다.

그런 우리는 무얼 더 갖겠다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걸까.

허무하고 허전하다.

그래도 아빠의 마지막 바람은.

우리 가족 변치말고 잘 살아가는 것.

뽀야도 익숙한 공부를 앞두고서.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새해를 맞이하면서.

아빠를 떠올려 본다.

뽀야 손이 시릴 때마다 주물주물 잡아주신

투박하고 큰 두 손.

그 온기를 기억하고 있다.

 

아빠가 너무 보고싶지만......

아빠 없이 우리는 떡만두국을 먹었고.

더 어른이 되어간다.

 

[코로나만 잠잠해 지면...]

이런 말을 붙이는 게 죄스럽다.

그래도 지금 멀리 이동하는 것은 조심스럽기에.

또 민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이동은 자제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벌써 새해가 되었다.

우리는 양몰이 되다가 양치기를 잃은 양처럼

갈 곳을 모르고 우두커니 서있다.

이 길의 끝에서 아빠가 웃으며 반겨주실까.

그렇게 생각하면 빨리 달려가 안기고 싶지만.

아직 시간은 우리를 데려가려 하고 있다.

저만치 멀리 앞서가던 시간이 우리와 보조를 맞추려 한다.

그 기세를 타고 넘어 시간을 선도해야지.

올해는 내가 이끄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인데.

나 없이 연극이 시작된 지 너무 오래이다.

무대조명도 꺼지지 않은 채로.

주인공 없는 연극이 펼쳐지고.

나는 객석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무대로 올라 갈 차례이지 않은가.

무릎 탁탁 털고 무대에 서 보려고 한다.

든든하게 떡만두국도 먹었으니.

이제 할 일 해야지.(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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