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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멸치의 일생

by 뽀야뽀야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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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멸치는 알았을까?

내가 무럭무럭 자라면 누군가의 밥상에 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삶의 종착역이 후라이팬이라니 

그래서 멸치가 씁쓸했구나.

멸치 똥 때문만이 아니었어...!

 

그들은 바닷속에서 재미지게 헤엄치고 있었을 뿐이고

그러다가 교묘하게 설치해 놓은 그물에 걸렸을 뿐이고

여러번 붐바스틱 리듬에 맞춰 바운스를 타다가 

크기별로 상품성 별로 선별되어 우리 밥상에 오를 준비를 한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인가 

멸치는 아주 짜다.

물엿 둘러치기를 한 네뎃번 해 줘야 짠 맛이 잡힌다.

바닷물의 영향도 있겠지만 

오래 먹게하려고 염장한 부분도 있겄지.

 

그저 마트에서 세일 중인 멸치 1+1봉지 집어와서

볶아서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참! 여기에도 매력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파프리카.

사실 피망을 넣어줘야 하는데 

요새 피망이 동네에서 잘 안보이데.

파프리카를 다져서 멸치볶음에 넣어주면 

너무 맛있어서 눈에서 별이 뿅뿅 튀어나와서 

멸치가 아니라 별치라고 불러주고 싶어진다.

 

멸치의 긴 여정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피가 되고 살이되는 너란 작은 멸치를 사랑해.

꼭꼭 씹어서 꿀떡 삼키면 

뼈가 튼튼해 지는 거니...?

너와 우유를 어린 친구들이 엄청나게 먹어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엄마 반찬 이라면 빠지지 않는 멸치 조림.

멸치의 일생을 생각해보던 참 하릴없었던 

연휴 마지막 날

바람이 칼 같이 차던 어느 오전.

 

이야, 이제 겨울이 오나 봐.

어제 저녁에 마트에서 점찍어 놓은 화분이 눈에 밟혀서 

또 나가보려 한다.

공기정화식물이라는 이름으로 3900원에 팔리는 너를 보며 

되게 안쓰럽고 

물을 팡팡 줘서 너를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어...!(거칠거칠)

이미 녀석의 자리도 맞춰 놓았다.

네잎클로버 액자 옆을 호위하게 될 것이니라.

시간아 빨리 흘러라

점심 밥 먹고 방청소 하고 마트 가게~

훅훅훅.

할일이 많을 때면 머릿 속에 뭔가가 휙휙 돌아간다.

아마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할 일 할 때만 일 모드로 맞춰지느라

태엽을 감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모양이다.

인생이 레트로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나훈아의 트로트.

8월에 나온 신곡이 너무 좋더라.

테스형. 잊지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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