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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무생채

by 뽀야뽀야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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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칼로 썰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무채의 두께가 맘에 들지 않았던 엄마.

너무 얇아서 그랬나보다.

무를 원형으로 얇게 저미더니 채를 썰기 시작한다.

오오. 전문가 포스!!

사실 뽀야는 무생채에 별로 손을 안대는 편이라

저 반찬의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동생이 즐겨 먹으므로 지켜본다.

무를 썰어서 소금에 절여놓았다가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에 고춧가루, 다진마늘, 참기름, 파 등등을

넣어 조물조물 해준다.

저번 무생채가 너무 심심하게 만들어가지고 

조금 일찍 상해버려서 이번에는 새콤달콤하게 만들었다.

약간 쉰내가 나면 상한 것이지.

아깝게도 거의 먹지 않은 무생채 전부를 버려야 했다.

음식이 아깝게 버려질 때마다 엄마의 레파토리는,

[아이고 이거 소말리아에 있는 아이들 주면 좋다고 먹을 건데.]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막 못 버리지.]

과연 소말리아의 아이들이 무생채를 좋아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정도로 맛있는 먹거리를 왜 버리게 만드냐는 뜻이다.

어디선가 본 아프리카 아이들을 떠올리셨나보다.

요즘에는 음식을 잘 안남기려고 신중하게 음식을 소분하는 편이지만

과거 뽀야는 음식물 쓰레기 제조기였다.

꼭 한 숟갇을 남겨서 온갖 잔소리를 들었었지.

이상하게도 한 숟갈씩 꼭 남기고 배가 부르거나 더이상 먹을 수가 없어 지더라.

그런 나쁜 습관도 이제는 싹 고쳤다.

그리고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밥 먹은 뒤 배가 빵빵했을 때만이

먹을 수 있는거라고. 

시간 조금 늦어 버리면 다음 끼니 먹어야 돼서 간식을 할 수가 없다.

바나나 파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배터짐을 감수해야 하는 것.

그래서 소화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레 이닦기도 뒤로 연장.

전체적인 계획표가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래도 좋다.

하지만 되도록 자주 간식하는 것은 피한다.

 

오늘은 갑자기 감자전이 먹고 싶네.

점심에 구울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어제 반찬을 잔뜩 해놓았는데 얄궂게도 

반찬이 많은 날에 일탈이 하고 싶단 말이여.

주말에 운동을 쉬었더니 온몸이 찌뿌둥둥하다.

생각해보면 많은 것들을 주말에 면제하고 있는데

어째서 주말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인가.

너무 TV앞에서 알짱거리는 거 아닐까.

언넝 방으로 들어가서 할 일을 해야 하는데 

멍하니 시간 죽이느라고.

혼자라면 보지도 않을 쓸데없는 프로그램까지 다 보고 앉아있다.

엄마가 곁에 앉아있으면 뭐든지 재미있더라.

심지어 요즘은 뉴스가 제일 새롭다.

코로나 소식 보는 것도 한 몫하지만서도.

근데 왜 ~만서도 라고 치면 한글 문서에서 자꾸 만까지만 나오고 뒷글자가 자동으로 짤려버린다.

~만서도가 비표준어인가봉가.

야박하네. 인공지능.

문학적 허용이라는 것도 모르는 거니, 그런거니?

엄마가 언제나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시지만

언젠가는 내가 이어받아야 하는데

그래서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보는데

똑같이 재료 넣어도 맛이 다르다.

아무래도 손맛이라는 묘한 요인에 달린 것 같다.

거칠거칠한 것이 제법 세월의 때가 묻은 뽀야 손인데.

겨울 한정으로 까실까실한 손등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레시피를 검색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그래서 미리 배우고 그럴 필요가 하나도 없다고 

그렇게 주장해 왔었는데

손맛에서 이렇게 호불호가 갈려버리면 답이 없다.

어떻게 하면 엄마 손맛을 나한테로 복사, 붙여넣기 할 수 있을까?

손에 너무 힘이 없어서 그런가?

맨손으로 안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해서 그런가?

무튼 오늘 점심 간식은 감자전으로 결정!

만드는 거는 괜찮은데 굽는 게 조금 짜증 나지만

너무 먹고 싶어서 안되겠다.

요리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한동안 뽀야한테는 틈을 내어주지 않던 

요리라는 녀석이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 것 같다.

또 시대가 좋아서 물만 부으면 쉽게 완성되는 

반죽 같은 것도 팔고 있으니까.

이제 계량컵이랑 프라이팬만 세팅 해 놓으면 되겠지.

좋아, 바삭하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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