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야가 좋아하는 반찬인 문어 소지지.
문어가 들어간 게 아니고 소시지를 문어모양으로 잘라서 그렇다.
가위질을 해도 좋고 칼집을 내도 좋은데
이번 소시지는 잘 썰리지 않았다던 엄마의 말.
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닐까? 해보고 등짝 한 대 적립하고.
이 반찬의 중점은 피망이다.
피망의 알싸한 향이 정말 좋다.
처음에 손질 한 소시지와 피망을 넣고 볶아주는데
그 때 냄새가 냄새가~ (진짜 좋다.)
그리고 케첩을 우르르 넣어주고 신맛은 설탕을 넣어 잡아준다.
의외로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건강반찬은 아니지만
입에서 즐거운 문어 소시지다.
예전에 도시락 반찬으로 엄청 활용했었지.
도시락 뚜껑 열면 냄새가 장난 아니었는데.
식어도 맛있어가지고.
케첩이 열일 한 것 같기도 하다.
뭐든지 맛있어 지니까. 케쳡 넣으면.
근데 동생은 케첩도 별로 안좋아하는 눈치.
요새 건강식에 꽂혀서 그렇다.
그리고 피망은 피하고 소시지만 쏙쏙 골라먹는 부분에서
녀석의 진정성에 의심이 돋는다.
으흠~ 뭐 맛있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피망도 같이 좀 먹어라.
라고 대면해서 말은 못하면서 블로그에 궁시렁 궁시렁 적고 있다.
그러고 보니 기가막힌 떡꼬치 양념을 알아두었는데.
집에 떡도 있는데. 양념재료도 다 준비되어 있는데
엄마가 만들지 말래.
뽀야는 그저 음식물 쓰레기 제조기 인가봉가?!
그거 먹고 체할 까봐 걱정 된다고 하신다.
하긴. 떡을 튀기듯 볶아서 양념 입히는 거니까.
아빠도 평소에 뽀야 너는 떡 같은 거 먹지 말아라.
라고 했었으니까.
소화도 못시킬 뿐더러 인절미 두팩 먹고 자다가
언쳐서 병원 갔던 게 지난해 12월의 일.
벌써 1년이네.
그땐 아빠는 오직 뽀야 걱정 뿐이었는데.
이제 처지가 바뀌었네.
아빠께서 우리 곁에 지금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그런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우리는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아빠가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정말 정곡을 찌른다.
자꾸 못해드린 것만 생각나고 후회만 가득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이 자꾸 생각 꺼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먹먹한데.
엄마는 오죽하실까. 괜찮을까.
우리는 살얼음판 같은 평범을 위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았음을
이럴 때 느끼곤 한다.
시간의 흐름을 볼 때.
이 자리에 아빠가 없음을 싫어도 깨닫게 될 때.
굉장히 그립다.
모든 평범한 날들이 평범하지 않았음을.
지금에서야 느껴보고 있다.
추억의 문어소시지 먹으면서
불량식품은 줄이라던 아빠의 말씀이 떠올라서
또 괜히 울적해 지지만
내 힘이 닿을 수 없는 일에 발묶여 있는 모습도
좋지 않다.
희망적으로 앞으로 향해 가자.
그걸 바라실 거야.
그 와중에 아빠 생각 나면 활짝 웃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아빠도 뽀야 웃는 거 되게 좋아하셨으니까.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도 거울 보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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