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싼맛에 거둬들인 부엉이 가방.
엄마 것은 부엉이 2마리.
뽀야 것은 작은 부엉이 5마리이다.
아, 왠지 좋은 기운이 모락모락 하는 것 같다.
속에는 얇은 비닐로 되어있어서 오래 쓰면 갈라지고 찢어지는 터에
그닥 내구성은 없는 부엉이 가방.
그래도 이 흐늘흐늘한 가방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특히 아빠 장례식장에서
가볍게 메고 다니며 이것저것 넣고 필요한 용품 챙기고.
그런데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큰아버지께서는 장례식장에 오는데 좋은 가방은 없었냐며.
나이가 들수록 격에 맞는 물품을 착용해야 한다며.
아니예요. 뽀야는 그저 왕큰 수납공간과 편리함, 가벼움으로
이 가방을 고른 것 뿐이예요.
라는 말은 저어기 하늘로 흩어지고
큰아버지의 일대 연설이 시작된다.
그렇게 잔소리 많이 먹은 가방이지만
가까운 마트갈 때나 짐이 애매해서
백팩 매기는 좀 그럴 때 엄청 유용하다.
내피만 좀 든든하게 만들지.
다 찢어져서 동전을 넣으면 내피랑 동전이 섞여서
정신이 없다.
가격도 저렴했었다.
기억에 의하면 한개에 10000원 안쪽이었던 듯.
부엉이는 밤눈이 밝다고 하는데
뽀야랑 정반대네!
뽀야는 밤눈이 어두워서
뽀야의 내부 시스템 자체에서
저녁때 밖에 나가는 것을 경고한다.
요새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눈이 많이 침침해졌다.
저번에 안경 바꿀 때 시력 검사한게 충격이긴 했는데
그래도 루테인도 먹고 당근도 꽤 먹고
눈운동도 하고 노력 하는 중인데
날이 흐리거나 주변이 어둡거나 하면
뽀야의 내부 시스템은 조기 퇴근을 해버린다.
한마디로 뽀야의 외관만 외로이 작동하는 것.
정신은 이미 콩밭으로 나들이 가버리는 것.
그래서 동생이 10시 취침 도전을 하라고
반강제적으로 열심히 으쌰으쌰 했었는데
어느순간 갑자기 9시 취침으로 바뀌더니
요새는 시험 앞두고 많이 자둬야 한다며
9시를 고수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녁 독서 시간이 줄게 되었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는 아직도 도입부.
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하루가 24시간인데 절반을 잠으로 보내기엔 아깝다고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천이 잘 안된다.
하긴, 20년 가까이 같은 시간을 고수하며 살아온 내가
쉽게 루틴을 깰 수가 없을 듯.
어지간한 노력 아니고서야.
시험장에는 백팩을 메고 갈 거라서
부엉이 가방은 함께 하지 못하겠지만
집에서 열심히 주인님의 행복을 빌어 달란 말이지!
부엉부엉. 옳지 옳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