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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비빔밥 재료

by 뽀야뽀야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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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못담은 반찬들도 많지만.

우선 요즘 같은 칼칼한 날씨에 목을 보호해주는 도라지 무침을 시작으로

식감이 좋은 가지 볶음과 아삭아삭 오이겉절이.

엄마는 요리하는 것을 별로 흥미없어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요리를 하는 것은 뽀야를 위해서.

요새 국을 안 먹게 되면서 밥과 반찬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뭐라도 해놓고 가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한 엄마는

거의 주말마다 반찬 고민에 빠진다.

주부들이 반찬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반찬을 생각해 내고 재료를 사서 만들고 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다리아픈 일이라는 걸 뽀야도 잘 안다.

그래서 되도록 음식 남겨지지 않게 신경쓰는 중.

동네에 반찬 맛집이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매일 투데이나 생생정보 보면서 

아니 왜 우리 동네에는 저런 정갈한 반찬가게가 없는 거냐고!!

울부짖는 엄마와 뽀야.

엄마는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반찬가게 차려 보자고

정말 이윤 안남기고 싸고 양 많게 해서 팔면

입소문 듣고 사람이 늘어서 우리는 떼부자가 된다는 그런 이야기.

그런데 TV로만 봐서 그렇지 실제 식당의 뒷사정은

엄청 힘들 것이다.

매일 설거지에 손끝에서 물 마르는 날이 없을 텐데.

웍 돌리느라 손모가지 나갈 수도 있고

재료 배달부터 손질까지 하루종일 가게에 쭈그리고 앉아

허리도 못 펼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래.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되는겨.

그러면서 온갖 상상으로 방바닥에서 1cm쯤 떠있던 몸이

실망을 담고 바닥으로 내려온다.

TV볼때마다 이 짓을 반복한다.

 

때로는 쳇바퀴 같은 삶이 지겨워도.

내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멈추지 않는 이 다리에 감사하고.

그래서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이 몸에 감사한다.

오늘같이 살아내면 분명 내일도 행복할 거야.

성실하고 근면한 엄마의 미래도 분명 밝게 빛날 거야.

그렇게 되게끔 뽀야가 대왕 조명 준비해서

엄마 옆에서 쏴줄게요.

눈 부셔서 눈도 못 뜰 만큼 환하게 내가 비춰줄게요.

그런 날을 위하여 

오늘도 쳇바퀴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갑자기 SES의 달리기 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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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가요 힘겨운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지겨운 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 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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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다.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 믿고 가자.

아. 그런데 어제 내가 택해서 공부하고 있는 교육학 선생님 수업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으아, 수험생 두고 가버리면 어째요.

뽀야는 절벽에 홀로 서있고

이제 이 시험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TO와 

교육학 선생님 이탈과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2022학년도 시험까지는 가지 말아야지.

마음이 더 두꺼워 진다.

조바심이 나도 두꺼워서 구겨지지도 않아.

내 마음을 이해하려면 이 두루마리를 다 펴서 읽어봐야 하는데

마음이 두꺼워서 쉽지 않다.

세상 모든 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새로운 세계로 날개 펴고 날아오르는 교육학 선생님처럼.

뽀야도 빨리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싶다.

7월부터 달렸으니 거의 다섯달 동안 공부했네.

필사노트가 꽤나 두툼해 졌다.

손이 짓무르는게 싫어서 드문드문 했더니 

지금 좀 적당한데

이 지식이 휘발되기 전에 빨리 시험장에 가야하는데.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정말 모르는 존재라서

매일이 소중하고 알 수 없는 내일이 궁금하고.

시험에 뭐가 나올까...?

기출문제를 돌려보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들뜬 뽀야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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