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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기

상큼 귤

by 뽀야뽀야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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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엄마가 챙겨온 머리털 달린 귤과 

지난 번 박스채로 사놓은 조그만 귤.

저 머리털 달린 귤이 너무 귀여웠다.

차마 먹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네.

마치 중학생 때 유행하던 깻잎 앞머리 같다.

저렇게 옆으로 살짝 밀착시키는 게 유행이었는데.

중학생 때 애들 사진 보면 머리가 다 저 모양이라

웃음이 터지곤 한다.

어차피 먹어서 다 사라지고 껍질은 버려지는데

순간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이 블로그 주인장은

요즘 사진찍는 게 일이다.

우리집으로 굴러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찍을 기세.

 

동생은 블로그를 하는 뽀야를 보며.

나는 도저히 그런 주제로는 글을 못쓰겠다며

자기 같으면 정보성 블로그를 하겠다고.

하긴....... 그런 게 다른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테지.

하지만 뽀야도 잠깐 정보성 게시글을 시도해 보았는데

유입은 일시적이고 뭔가 깊은 얘기를 하기도 그런 것이

사람들은 빨리 정보를 찾아서 나가고 싶은데

내 얘기를 주절주절 하기 좋아하는 뽀야의 얘기에 

집중해줄 것 같지 않아서.

되게 슬프다.

나의 주절 대는 얘기를 꼭 누가 들어주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얘기에 공감하고

그러다가 의외의 인연이 되기도 하고

그런 일을 꿈꾸고 있는데.

홀로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즈음.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마치 꽉 막힌 방에서 혼자 스쿼시 하는 것과 같다.

되돌아오는 소리라고는 탕탕 거리는 벽에 공 부딪치는 소리.

헉헉 대는 나의 숨 소리.

그래도 뽀야는 결심했다.

되돌아오는 게 무엇하나 없더라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기로.

그게 치유에 엄청 도움이 되니까.

또 오며가며 한번이라도 피식할 누군가를 위해.

인간은 다른 사람의 얘기에 필연적으로 끌리게 되어있고

하루종일 그러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래서 핸드폰을 내려놓을 수가 없지.

SNS를 안할 수 없지.

뽀야는 트위터를 검색용으로만 쓰고 있지만

가끔 기막힌 글재주의 소유자를 보거나

위대한 정보를 얻거나 하면 조용히 하트를 누른다.

 

어째서 뽀야 글에는 하트가 별로 없을까 생각해보면서.

지구인은 너무 자기일에 바쁜 거라고.

그래도 이 주절대는 두서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는 것만 해도

뽀야에게는 큰 치유가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셀프 토닥질을 하고 있다.

 

뽀야 글을 눌렀을 때 밝고 활발한 사람이 주는 매력이

랜선 건너 그 쪽에도 전해지길 바란다.

귤을 한 입 오물거리면 상큼하듯이.

 

그러고 보니 박스채로 귤먹을 시즌이네.

요새 기똥차게 맛있는 과일 만나기가 어렵다.

아빠 계실 때만 해도 계절에 맞는 신선한 과일을 

그때 그때 챙겨 먹을 수 있었는데.

아빠는 과일 귀신이셨으니까.

지금은 엄마가 잘 챙겨주시고 있기는 하지만

과일 운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고르는 것마다 맛이 그만저만이다.

뽀야가 출동해야하나...?!

그래서 오늘 가 보기로했다.

바나나 파운드도 하나 더 쟁여놓을 겸 해서.

 

아, 그 전에 오늘 김장용 배추 배달온다고 했는데.

오후에 1층으로 나가면 될 것 같다.

지옥 김장 시작이구나.

엄마 파이팅.

뽀야는 옆에서 거들 뿐.(왼손으로?)

김장용 비닐 키트가 있으면 좋으련만.

사방에 튀지 않고 양념으로 촉감놀이도 가능한데.(몇짤?)

뭐 하나 하려도 준비할 게 너무 많은 요리.

김치도 요리입니다.

이 김장을 위해 김치냉장고도 수리했으니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이다.

이제 김장만 끝나면 맛좋은 김치볶음밥과 김치찌개가 무한리필 가능해진다.

와아, 너무 좋아.

열심히 도와드려야지..!

근데 시험 날 김장 시작하시는 것은 

어떤 의도인지......(머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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