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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by 뽀야뽀야 202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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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까이서 찍고 싶은데 잘 안되는 새.

자유분방하고 아무데서나 실례하고 

때로는 꼭대기 층인 우리 아파트 난간에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종잡을 수 없는 녀석.

어쩔 때는 아빠가 새로 변신(?)해서 올라오는 건가?

싶기도 했던 기특한 녀석.

아빠 떠나시고 자연물에 아빠를 빗대는 일이 많아졌다.

구름이 엉겨붙어 비를 뿌리면 아빠가 우는 거라고.

새들이 자꾸 가까이에 오면 아빠가 그리워서 우리 곁을 맴도는 거라고.

꽃잎 한 장이 어깨에 떨어지면 아빠가 쓰다듬은 거라고.

그렇게 지극히 아빠 중심적 사고가 되어 갔다.

사실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는 자연현상일 뿐인데도.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없던 것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도 더 리얼하게 만들어 낸다.

새는 훨훨 날아서 어디든 갈 수 있겠지.

지친 몸 쉴 곳이야 어딘들 없겠나.

너는 날개가 있어 날 수 있지.

나는 날개가 없지만 우리 모두 유한하다는점에서

너와 나는 닮아있다.

내 마음의 날개를 펼치면 너보다 더 넓고 클 거야.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어렸을 때는 새처럼 건물 사이를 빠르게 누비는 꿈을 꿨었다.

중력을 무시하고 아파트 꼭대기를 펄쩍 펄쩍 날아 뛰는 꿈도 꿨었다.

그 자리에 원빈이 있었다는 데서 이게 진짜 꿈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하필, 원빈인가?!

그 당시 드라마에 자주 나오지도 앟고

얼굴 보기도 힘든 분인데...뜬금없이.

그냥 무의식중에 그분이 보고 싶었나보다.

그분과 신나게 아파트 꼭대기 뜀뛰기를 하고 재밌었다.

 

그러고보니 방방이라는 게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몇 백원을 내면 계속 뛸 수 있다.

달고나도 해먹을 수 있고 아빠다리 엄마다리 

앉았다가 부드럽게 일어나기 

가위 뛰기,제자리 뛰기 별 게 다 있었는데.

한 번도 방방이 뚫릴 까봐 걱정하면서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어른이 되었는데 더 겁쟁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어디를 가도 발 밑이 뚫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수없이 되물으면서

고민하고 헤매고 또 번민한다.

아무 걱정 없이 하늘로 하늘로 방방 뛸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가정과 사회라는 든든한 울타리에 둘러쌓여 

걱정없이 보냈던 노후라는 개념도 없었던 

순수했던 그 시절.

 

지금은 세상의 때가 너무 많이 묻어 부끄럽다.

잘 씻지도 않지만 씻는다고 해도 

그 때가 씻길지는 모르겠다.

점점 더 쌓여가는 것 같은데......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독서하고 영화 감상하고 

자신에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 내 한계를 뚫어야 한다.

힘내자.

그러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있는 거지.

언젠가는 새처럼 훨훨 날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창문이라는 사각 틀에서 

또는 사진이라는 사각틀에서 너를 만나지만

우리는 안경의 매개만으로도 만날 수 있을거야.

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왕년에 드럼칠 때 연주곡 중에 '새'라는 노래가 있었다.

드럼 박자도 되게 신선하고 재밌었는데

가사도 재밌었던 것 같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얘기였는데 

아마도 크라잉넛의 노래였던 것 같다.

하여튼 재밌어.

새에 대한 사랑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게

증명되네.

자연을 사랑하고 돌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되고 싶은 거 참 많네.

뽀야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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