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분 속인데
이 뒤쪽은 다 죽어가는 마른 가지들이 가득.
그럼에도 꽃을 피워낸 자랑스러운 생명들이다.
빛깔도 노랑을 중심으로 분홍빛, 붉은빛.
정말 예쁜 계란 꽃이다.
이거 잎사귀가 하얬으면 계란 꽃인데!!
왜 항상 커브 돌게 되는 이 자리에 놓인 꽃들이 우리 시선을 붙잡을까.
옆자리에는 아직도 봉숭아가 있더라.
그래도 누가 봉숭아 물들이기 하느라 떼가지 않았어.
양심이 살아있는 우리 동네...!
꽃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유한해서.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도 유한해서.
우리는 어쩌면 빌린 옷을 입고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간다.
때로는 꽃처럼 치열하게 살아간다.
우리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실이 빛바랄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젊은 시절의 성과물은 칭찬받을 만한 법이다.
그런 환하게 빛나던 시절이 있는가 하면
암울할 때도 있지.
조명이 다 꺼진 무대위에 처량하게 홀로 남아
쓸쓸한 뒷모습을 남기며 무대에서 내려가도록 종용당하기도 하지.
꽃과 인간이 뭐가 다른가.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려 무진장 애쓴다는 점이 닮았다.
엄마가 매일 바빠죽겠는데도 머리 드라이를 하고
앞머리를 가장 좋은 각도로 매만지고
뒷머리에 뽕을 살리려 애쓰고
푹 꺼진 가름마 주위 머릿칼을 가리려고 핀을 집어댄다.
우리는 이제 마라톤의 결승선 앞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를 통과하면 뭐가 있을까.
아무도 모르기에 더 두렵다.
그 끝에는 그냥 환한 빛이 있을 뿐이라던 글을 어디서
본 것도 같다.
우리를 갈아서 세상에 뿌려댔는데 고작 환한 빛?
그거를 맞이하자고 이렇게 고생했던가?!
조금 더 인생을 즐길걸 그랬어.
이렇게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를 해보자.
아무 이유 없이 거닐어 보자.
뽀야는 매번 산책해도 새롭더라.
길에서 마주하는 생명들이 그때 그때 다르거든.
주말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는데
생업에 바쁜 사람들은 휴일 같은 평일이 좋은 기회가 된다.
조금 멀리 나가 보기도 하자.
걸어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뽀야의 모험은 정말 짜릿했다.
새로운 풍경이 주는 자극은 엄청나다.
그날 저녁은 두근두근 잠도 잘 못자게 될 걸.
인생을 즐기는 법이 어렵지 않다.
그냥 가족과의 시간을 늘리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주변을 관찰하는 촉을 세우자.
어제는 그냥 스쳐 지나갔던 푸른 하늘 둥둥 떠있는 구름속에
폭 파묻혀 있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보자.
그런 기분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면
당신은 고수.
매일 보는 책은 지겹지만
이게 나를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매개가 되기도 하니
최대한 지식을 많이 쌓아두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지금 읽은 내용이 지금 이 순간에는 당장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돌고 돌아서 내게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야누스이다.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삶과 죽음은 항상 같은 선상에 있다.
삶이 기울어지면 죽음이고 죽음이 기울어지면 삶이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기뻐할 일도 없고
자신이 죽게 되었다고 슬퍼할 일도 없다.
어쩌면 현상 위에 얕게 떠있는 한 겹의 감정 때문에
우리는 이토록 고통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감정을 걷어내버리면 그곳에 자리잡은 순수한 진실이
아무 가치부여 없이 홀로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은 일이 되고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는 그런 말을 책에서 읽었다.
모든 과정은 깨어남이다.
순간이 될 수도 있고 평생 가도 못 깨칠 수도 있다.
어떠했는지.
아빠께 다시금 묻고 싶어지는 날이다.
오로지 아빠의 평온을 기도하고
아빠의 꿈이 이루어지길.
그 꿈이 뽀야였다면
뽀야는 잘 살아가고 있으니 밝게 지켜봐 주시길.
자꾸 검은 옷 입고 나타나서 엄마 놀래주지 마시길.
사랑하는 우리아빠.
아빠의 지난날의 고생과 열정.
뽀야가 다 알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부디부디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되도록 최대한 늦게 만나요 우리?!
뽀야 꼭 꿈 이루어서 아빠께 찾아갈게요.
그때 못해주신 만큼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그거면 충분해요.
뽀야 욕심 별로 없다니까요?
많이 내려 놓고 삽니다.
아빠한테 많이 배웠어요.
보고 싶어요, 아빠.
어디에 계시는지가 중요하지 않아요.
제 마음속에 계시니까요.
거울 보면 거기에 아빠를 너무도 닮은 뽀야가 있는거 아니겠어요?
누구는 거울을 깨자! 라고 말했지만
뽀야는 하염없이 거울을 바라봐요.
거기에 아빠 모습이 있거든요.
좀 더 일찍 알지 못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많으니까.
뽀야가 하나하나 다 갚아갈게요.
편히 쉬세요 이젠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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