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세대교체
스노우 사파이어가 아주 적응을 잘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새 2번째 꽃을 피워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옛꽃이 시들어 갔다.
두 꽃이 공존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하나는 까맣게 말라가는 모습.
다른 하나는 하얗게 빛나는 모습.
우리 삶도 이렇지 않을까 한다.
우리 세대가 환하게 새로 나는 것이고.
부모님 세대는 이제 등골이 다 휘어져 저물어가는 것이라고.
어둠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밝음이 있고.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는 것이고 그렇다.
아는 데도 그 경계선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
식물을 기르는 일은.
매일 새로 나는 새잎들과 저무는 잎들과의 싸움을 지켜보는
고독이다.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 같이.
그들은 새잎의 틔워내는 동시에 헌잎을 말려버린다.
똑 하고 떨어지는 이파리들을 보면서.
수고했다고. 너는 너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었다고.
응원해 주고만 싶다.
사실 며칠전에 화분 앞에서 뭔가를 하다가 툭 쳐서 잎이 떨어졌다.
고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실수에 한 생명의 귀퉁이가 잘렸다는 생각에 너무 미안했으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냥 한탄만 하였지.
이런 일들이 많이 있다.
불가역적인 일들.
돌이킬 수 없는 손해의 발생. 그런 것들 말이다.
시간의 흐름 위에서 우리는 평등한가?!
상대적 빠르기에 압도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렇게 또 5월이 성큼 다가와서는 다시 멀어지려 하는 날에.
오늘은 비올 확률이 100%이라고 알림에 나와있어서
어련히 비가 오겠거니 했는데.
역시 우중충한 건 좋지 않다.
아침부터 기운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엄마를 비롯해서 출근하시는 분들은 우산 챙기느라 분주하셨겠지.
뭔가를 손에 하나 더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은 귀찮다.
이제는 [귀찮다]라는 말을 하는 데도 힘이 든다.
엄마가 귀찮다는 말 좀 그만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하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뭐 그렇게 귀찮아 하냐며.
하긴 그렇다.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건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심정을 조금 알 것도 같다.(흥)
아침 블로그와 저녁 영어 라디오만 아니면
내 삶이 더 한가해 졌을까.
아마 그 시간을 쪼개어 나는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시험이 가까워지는데도 공부시간을 줄인 나는.
여유가 가득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한 칸의 여유를 부리니까 이렇게 편하고 좋잖아.
조바심도, 강박도 다 내려놓고.
오롯이 나를 마주할 시간이 생겼다.
문득 핸드폰에 관심작가 신간 알림이 떠서 보니까.
전공 일본어 기출문제집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부랴부랴 주문을 넣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사 모으는 일 자체가 좋은가 보다.
저번에 사놓은 전공책 아직 다 못 읽었어.........(하아)
이것저것 문제가 생겨서 잠시 손 놓았는데.
사실 마무리 부분이고 그런데 이상하게
창작도 그렇고 읽어야 할 책의 분량도 그렇고
마무리로 접어들면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어제는 모처럼 소설을 이어썼다.
핸드폰에 적어둔 글감 소스를 기반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
저녁이고 감성이 충만한 때라 그런지.
글이 술술 잘 써졌다.
그런데 오타가 자꾸 나서 좀 짜증이 났다.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활자가 다닥다닥 지나가는데.
손이 그걸 못 따라 가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회차가 남았다.
나는 어림잡아 7-8개만 더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맞는 말이긴 한데.
직접 손 꼽아 세어보니 이게 일주일가량 이잖아.
아이고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6월안에 끝내려는 계획이었는데 6월을 넘기게 생겼다.
이래서는 차기작에 영향이 가는데 말이다.
게으름을 부린 대가이다.
마감일이 넉넉하다고 빈둥대었기 때문에 일이 꼬이는 거다.
사실 다 놓아버리면 그만인 일이다.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까.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가며 하는 수밖에.
그리고 어제 유튜브 편집을 끝낼 수도 있었는데.
또 미루어서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은 하려나?!
미래의 나에게, 너는 지금 해야할 일을 잘 하고 있니?!
라고 묻고 싶다.
핸드폰에 메모해 놓은 순간일기를 보자니.
[여유를 날려버리는 유튜브. 내가 너를 날려버리마.]
이렇게 적혀있더라고.
어지간히 스트레스였나 보다.
사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사람에 속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하기 싫은 일인 거지.
삶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삶은 360도로 펼쳐져 있고. 어느 각도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많은 프리즘을 뽐낸다는 것?!
이제 곧 6월이 된다.
아빠가 떠나신 지도 1년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착잡함을 뭘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굉장히 허하고.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이 덧없어 지려고 한다.
아빠는 형식적인 거. 허례허식. 이런 거 좋아하셨으니.
상다리 부러지는 제사음식을 기대하실 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생각해보니 조금이나마 웃음이 지어지네.
우리가 필사적으로 잊고 지내려고 했던
아빠의 공백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일인 제사를 앞두고.
마음이 아프다.
진짜, 이승에 안 계시는 거구나 싶어서.
스노우 사파이어가 세대교체를 하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세대교체 되어,
씁쓸한 뒷길을 걸을지도 모르지.
그런 날은 분명 찾아 올 것이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물러날 수 있도록
준비 잘 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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