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가 눈에 뜨인 맨드라미.(맞겠지 아마도?)
정열의 붉은 꽃.
지나가는데 너무 예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꼭 겹겹 치마를 겹쳐입은 듯한 모습에
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이렇게 다양한 꽃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경 하신 분이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계는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누군가는 꽃이 밥먹여 주냐며
왜 쓸데없는 데 돈을 쓰냐며 그런 말을 하지만.
우리는 밥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
인간의 심미적 욕구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뽀야는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예술을 즐기는 게 아닐까.
비자금 대용으로 그림을 구입하기도 하겠지만서도.
그런 걸 제외하고나서 순수하게 그림이 좋아서.
또는 꽃이 예뻐서.
음악이 좋아서.
빠져드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림도 좋지만 꽃은 그냥 바로 보면 느껴지니까.
생명력과 아름다움.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자리에 있는 민들레도
태양을 향해 한껏 활짝 핀 해바라기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에 너무나 아름답다.
사실 아빠 관련 일들을 하면서
세상에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절차는 복잡하고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없고
많이 속상했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봐주지 않아도
자기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눈에 잘 뜨이지 않아서 그렇지
거기에 있다.
뽀야는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뭐든지.
열심히 해보고 그때 가서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노력할 수 있는 틈이 있다면
열심히 비집고 들어가보려고 한다.
꽃을 보고 있자면
노란꽃, 파란꽃, 빨간꽃......
저마다 참 다양도 하다.
노란꽃이 거기에 피어있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
우리는 우리 자리에서 제각기 빛나고 있는데
학교에서 때로 직장에서
수없는 검열을 받고
그저 회색 빛바랜 꽃 한 무더기가 되어
원래 색을 잃는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빛바랜 꽃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제 빛을 되찾기 마련이다.
뽀야는 조금 얼룩덜룩한 노란 꽃이고 싶다.
깨끗하지 않아도 괜찮아.
꽃은 그런거니까.
개성이 넘치기에 아름다운 거니까.
연약하고 다른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간과 꽃은 닮아있다.
그러면서도 엄청 강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인 우리.
땡볕 아래에서도 살아나가자.
시간이 지나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또 눈속에 파묻히게 되더라도
봄은 오고 다시 꽃은 피어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생명이 넘치는 동네에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 좀 더 꽃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사진도 찍고
서로 감상도 나누고 차도 마시고
도란도란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찻잔 안에 우주가 있다는 건 이런 거다.
그 속에 담긴 생명력과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