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마지막날. 그러니까 2020.10.31.은
할로윈(삑! 핼러윈~)이다.
예전에는 별로 주목 받지 못하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많이 이 날을 기념하고 즐기는 것 같다.
그저 동생녀석이 겨울에도 반바지만 입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영 걸려서 마트를 찾았는데
요게 장식되어 있더라.
잘보면 이 녀석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그 가면 아니여?!
아. 수염이 조금 다른가......
무튼 동서양의 조화이다.
가면이 탈 같이 생겼고 그리고 갓 같은 것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trick or treat? 라고 말하며 싸돌아 다녀도
아이구 귀여운 것들~ 이러면서 사탕을 한 주먹
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사탕 안주면 바닥에서 눈의 천사 놀이로
난장판을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축제는 늘 들뜬다.
지역축제를 가본 적이 학생 때 이후로 없네.
아~ 삭막해.
사하라 사막보다 더 건조하다.
아. 아니다.
아빠, 엄마와 태안 빛축제도 갔었고
엄마랑 고양 국제꽃박람회도 갔었네.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사람이 많아서 거의 줄서서 관람 하다시피 했지만
사진찍고 오밤중에 오돌오돌 떨며 걷던
불 밝힌 오솔길 위에서
서로 어깨에 무릎담요 얹어주며.
아빠는 똥손인 뽀야 사진을 보더니
대신 사진기사를 자처하며
여기에 서봐, 저기에 앉아봐 주문 많은 아저씨였는데.
아빠는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로 레벨업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떠나셨기에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뽀야가 좀 제대로 정신차려서 좋은 짝을 만나서
예쁜 아가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빠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채널 고정이 아니라
손주 녀석 바라기가 되지 않으셨을까.
다 아는데도 실천을 못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인생과업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계단을 뽀야는 넘어서지 못했다.
핼러윈을 아빠와 재미나게 보낼 수 있었는데.
사탕 바구니 들고 다니며 장난칠 수 있었는데.
그렇게나 단 거 좋아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벌써 조금씩 흐려져 간다.
안 돼.
시간이 아무리 나를 방해해도 아빠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어.
누구보다 또렷이 기억하려고 노력할테야.
이제 저쪽 강 건너에서 뽀야를 기다리고 있을 아빠를 떠올리면
아쉬운 것들 투성이지만.
아직 이 쪽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유리창 하나 두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 별이 아빠 별.
밝게 빛나는 붉은 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15년만에 육안으로 관찰 할 수 있다는
화성(Mars)이었다.
자세한 화성 관찰 이야기는 다음 게시글에서 계속......
나를 둘러싼 자연 속 곳곳에 아빠가 깃들어 있다.
내가 쳐다보면 [뽀야~]하고 밝게 웃는다.
뽀야 시야가 뿌옇게 변할 때쯤
다신 쓰다듬 당할 수 없는 크고 투박한 손을 떠올린다.
아빠 손 한 번 꼭 잡아주지 못했던 지난 날을 속죄하며
살아가야지 뭐 어떡하겠는가.
어쩌면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더욱 애절한 우리 사이.
[평소에 잘 해야지.]
뽀야를 아빠가 어떻게 바라봤을지
이제는 너무 많이 전해들어 잘 알고 있다.
안쓰러운 존재.
기특한 만큼 특이한 아이.
내 자식 버프 가득 넣어 사랑스러운.
뽀야가 아빠가 다 누리지 못한 행복 다 누릴게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게요.
오늘도 다짐하나 꾹꾹 눌러 놓고
저 먼 하늘을 바라본다.
10월의 마지막이라니.
벌써 그렇다니.
시간 정말 빠르다.
10월 중순이라니 누가 아니라고 말해 줘어-!
11월이 시험인데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단 말이여...(바보)
멍충이 뽀야도
사랑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산다.
하물며 세상 똑똑하고 사지 멀쩡한 우리 젊은 동지들이
부모님을 더욱 사랑하고 아꼈으면 좋겠다.
뽀야가 별로 잘 못했던 만큼
보충해서 아주 많이.
그러면 세상의 부모사랑 지수가 조금쯤 높아지려나?
부모님을 아낀다고 해서 뭐 크고 거창한 걸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멀리 떨어져 산다면 전화 자주 하고.
같이 산다면 손 꼭 잡고 산책하며 서로의 일상생활에 대해 묻고 답하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한동안은 점심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왜냐면 뽀야에게 점심시간은 아빠가 잠깐 점심먹으러 집에 들어와서
뽀야랑 이런 저런 수다떨다가 선잠들고 다시 일 나가는
그런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쓰라림도 많이 닳았다.
우리 가족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쓰라림은 덜해지고 웃음으로 채워가고 싶다고
그냥 그런 손에 닿지 않는 일들을 꿈꾸고 산다.
막연하게 참된 사랑을 곱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