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석잠차를 처음 먹은 게 2020.5.20일이었다.
지금도 먹고 있으니 5일뒤면 대략 4달 정도 되네.
이 브랜드 차는 주문 후 생산이라서
늦게 올 것 같지만
주문하면 또 엄청 빨리 배송되어 도착한다.
뽀야의 급한 성격에 아주 잘 맞는 배송 방식이다.
거기에는 택배 기사님들을 갈아넣은
피땀이 서려있는 그런 눈물의 배송이 아닐까.
1세트를 사면 20T씩 2박스가 온다.
그런데 매일 한 잔 씩 먹다보니
생각보다 금방 먹게 되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확 2세트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예쁜 조합으로 도착하더라.
일단 비닐 포장이 아니라 좋고.
택배 박스도 종이.
차 박스도 종이.
티백도 종이 포장.
그래서 일단 안심이 된다.
특이하게 이 차는 종이 포장지를 뜯어야
내용 티백이 모습을 드러낸다.
번거롭다고도 할 수 있는데
차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은 다 재미있다.
종이를 뜯을 때 그 바스락 하는 느낌이 재미나다.
퐁 하고 티백을 건져내어 컵에 퐉 던질 때도 쾌감이.
뜨겁게 데워진 물을 따라낼 때도
컵안이 어두워 티백이 보이지 않아
컵 바깥에 조금 흘려도 재미있다.
[아니 왜 이렇게 어두워.]
[컵 닦기 싫어서 이런 컵을 산거야? 나참...]
컵이 밝으면 컵 안쪽에 물때가 끼기 쉬워서
좀 보기 싫고 그래서 안쪽이 어두운 컵을 골랐는데.
그러고 보니 그러면 물때가 끼는지 잘 못 볼테고
그럼 더러운 물 마시는 거네?!(아이코)
어제까지는 되게 좋은 컵이었는데
오늘은 왠지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내 소중한 머그잔.
차를 마시다보면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된다.
혼자 마셔도 차랑 대화 하니까 뭐.
찻물을 끓이면서도 대화가 시작된다.
일단 방에서 나와서 거실로 향한다는 거 자체가
긍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거니까.
내내 방에 처박혀 있다가
모처럼 나오는 거니까.
집안에 아이가 있다면 차를 자주 마시기에 불편하겠지만
지금 뽀야는 딱 좋다.
차의 유통기한이 굉장히 긴데.
게다가 2번 우려먹어도 된다고는 하는데.
좀 번거롭긴 하다.
티백을 건져서 말려놔야 하니까.
왠지 '재탕'이라고 하면 안좋은 뉘앙스니까.
그래도 차를 너무 낭비하며 먹는 느낌이 든다.
한 번 우려내고 버리기엔 조금 아까운데.
내일부터는 티백을 널어놔야 겠다.
그러면 초석잠이 두배가 되는 마법이 일어나겠지.
어째 학생 때는 풀맛난다며 안 먹었던 차들에
손이 자꾸 가는 걸 보니
뽀야의 시계가 자꾸 뒤로 물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요즘같이 쌀쌀한 날에
목구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차야말로
이야기의 물꼬를 트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자부한다.
가족이 다 모여있는 자리에서 차를 끓여보자.
분명 뭐라도 얘기가 오갈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좋은 사람들. 좋은 차.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