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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엄마의 집중력

by 뽀야뽀야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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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저녁마다 TV로 6시 내고향을 보며 

핸드폰 게임을 하는 엄마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뿅뿅 하는 광고까지 시청해가며 아이템을 얻으려 하는

엄마의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에.

세상에, 게임 레벨이 1539단계이다.

몇 판을 깬건지.....

뽀야가 하는 게임은 같은 색의 점들을 이어 

없애는 단순한 게임이다.

겨우 이제 35단계이다.

그런데 엄마는 뭘 얼마나 했기에 저렇게 단계가 높은 것인지.

몇 탄까지 존재 하는 건지.

진짜 신기하지 않은가?!

엄마는 쓸쓸할 때, 심심할 때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게임을 한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저게 1000판이 넘어갈 때까지 

내비 두다니.

나도 참 나다.

엄마한테 신경을 쓰지 못하였어...(T.T)

눈도 나빠지고 자세도 안좋아지고.

솔직히 잠깐의 무료함을 견딜 수 없어서 하는 게임이지만.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게임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엄마가 쉬는 날에는 거실에서 한없이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보면서

게임을 하는 걸 쉽게 발견하게 된다.

강제 셧다운을 해야 할까.

엄마 곁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하며 게임을 방해해야 좋을지.

아니면 엄마의 끈질긴 취미생활을 응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게임 시작한 뒤로 엄마 눈이 많이 나빠졌다.

작은 글씨도 척척 맞추던 엄마였는데.

물론 자연스런 노화의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게임이 의심스럽다.

1000단계면 이거 일상에서 잠깐 하는 수준에서 

벗어난 거 맞지 않는가.

엄마가 오락거리들에 휘둘려 살지 않고 

그것들을 내가 원할 때에 속편하게 가지고 놀면서 

살기를 바란다.

지금은 아이템에 돈을 쏟아붓거나 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과몰입이 걱정이 된다.

괜찮을 단계에서 멈춰야 하는 게 아닐까.

안경까지 찾아쓰며 게임하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 전에.

오늘도 고민이 깊어만 간다.

아니, 얼마전에 봤을 때만 해도 1000은 아니었는데

언제 그렇게 단계가 늘어나 버린 거지?!

엄마에 대한 무관심에 나 스스로도 많이 놀랐던 어제 저녁.

하지만 엄마의 모든 시간에 내가 함께 할 수는 없다.

엄마가 게임을 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재밌다면 

악착같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조금 걱정이 돼서.

성인 게임중독도 무시 뭇하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한 때 게임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여러 무기를 사용하는 용병을 데리고 다니며 

나타나는 적과 싸우고 퀘스트를 푸는 그런 게임이었다.

용병의 순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전투가 가능한 그런 체계가

맘에 들어가지고 빠져있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퀘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 

화면 속 특정 아이템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곤 했다.

인벤토리 창이 아이템으로 꽉찼을 때의 만족감.

이런 습성은 디아블로를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 참혹하다.

공간이 없어서 호라트릭 큐브 안에다가 온갖 레어템과 젬과 스컬을

쌓아두던 그시절의 나는

약간 저장강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다 처분하고 게임도 접었지만

그 때는 얼마나 현실에 재미찾을 게 없었으면 게임 속으로 빠져들었을까.

싶은 마음에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도 일상에 지장주지 않을 정도로 즐기던 게임이었어서

나름 건전하게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여전히 가상의 레벨을 올리는 것 보단

현실에 사는 나를 돌봐야하지 않겠나. 그런 쪽이라서.

어르신들마저 사로잡는 뛰어난 게임.

심심할 때 생각나는 간단한 게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엄마가 컴퓨터를 잘 모르다보니 

폰게임에 집중하게 되는 건데

이미 지금부터 뭔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므로 더 넓은 세상으로

엄마를 데려오기란 쉽지 않다.

키보드며 마우스며 장벽이 너무 크다.

그에 반해 몇 번의 손짓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은

너무 재밌고 만만한 상대이지.

기왕 즐기실 거 큰 화면으로 즐기시면 좋을텐데.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엄마 갤럭시 탭 같은 거 사드려야지.

아니 이게 맞는 방향인가?!

수없이 되물으면서 고민해도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 건 나쁜 사람이지.

그렇게 내 안에서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자꾸 고민이 드는 것이다.

아 모르겠다.

일단 돈을 벌기 위해 지금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사고 싶은 게 생겼으니.

동기부여도 확실히 되네.

나의 헐렁헐렁한 목표치를 좀 조일 필요가 있다.

엄마, 기다려!! 내가 곧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게 도와줄게!

이게 옳은 딸의 모습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머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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