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없는 고기
사실 속에 제일 부담 가지 않는 게 삶은 고기 아닐까 한다.
비록 지방 함량이 높은 돼지 고기지만.
그 보드라움에 매번 놀라곤 한다.
야들야들 북드러운 고기의 고소한 맛.
어차피 저녁에는 제사음식 먹어야 하니까.
점심만은 뭔가 거창한 게 먹고 싶다!는 뽀야의 주장에
주문을 하게 되었다.
맨날 똑같은 옵션으로 주문하는데 매번 다시 말해야하는
번거로움 이거 어떻게 안 되려나?
게다가 세트메뉴를 시키면 더 절약되니까.
이번에는 보쌈 중짜리에다가 주먹밥서비스.
그리고 세트 막국수까지 해서 각각 34000원, 6000원.
그리하여 총 40000원이 나왔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푸짐하게 고기 먹는 거니까 아깝지가 않음.
오늘도 날이 무더울 예정인가 보다.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있는데도 후끈후끈하네.
오늘은 쌀이 다 떨어져서 쌀 배달 시키러 슈퍼에 들러야 한다.
그 슈퍼는 우리동네에 있지 않아서
꽤나 걸어서 가야하는데.
배달 되는 곳이 거기 한 곳 뿐이라 어쩔 수가 없다.
차량이라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물론 뽀야에게 운전면허는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되게 부질없게 살아가는 것 같다.
잔뜩 먹고 또 운동 열심히 하고의 반복.
그럴 바엔 조금 먹고 운동도 조금 하겠다, 싶은데.
요즘엔 건강에 대한 욕구가 한없이 높아가면서.
운동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눈에 띄게 종아리가 굵어졌다.
이게 트레드밀만 해서 생길 수 있는 다리인가?!
살이 찐거 아닌가? 근육인가?!
몸무게는 소폭 빠졌는데. 뭐지 이거......(쿨럭)
항상 아침 10시를 데드라인으로 잡고 글을 쓴다.
오늘은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는 중.
영어 라디오가 없는 아침이기에
멍때리기도 하고 뭔가 여유있는 아침이 되었다.
아침식사 하고 영양제 먹고 씻고 정리하고 하다보면,
아침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이런 사소하고 소주한 일상을 지켜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작가 쪽이 더 좋을지도.
여러군데에 발을 걸치고 있기는 한데.
하나하나 다 새롭게 재밌다는 게 문제이다.
공부도 운동도 블로그도 유튜브도 창작도 다 재미있다.
내 삶의 무게가 꽤나 육중해 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항상 공부밖에 없었는데.
아빠가 떠나신 후로 뭐가 많이 더해졌다.
나쁘지 않아, 변화라는 것은 성장의 시발점이 되는 거야.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자.
항상 변할 준비를 하자.
그런 생각으로 내 사고를 가져가야하는데.
아직도 변화는 낯설다.
고양이처럼 그렇게 명민하게 적응할 줄 아는 동물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땀이 많이 나면서 사고 회로가 초기화 되곤 하는데.
하던 일 멈추고 쉬어버리는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시험이 11월이라고는 해도.
지금 쉴틈없이 달려나가는 사람들이 깔리고 널릴 정도로 있을텐데.
느긋한 나, 이대로 괜찮을까...?!
그러고 보니 교육학 완강도 아직 못한 상태.
전공 1회독을 눈 앞에 두고 계속 망설이고 있다.
기출 회독은 또 언제 들어갈 것이며.
뭐, 임용은 생각만 해도 원래부터 가슴이 꽉꽉 답답해 지긴 했다.
일단 커다란 시험지에 빼곡하게 들어앉은 띄어쓰기 없는 일본어를 볼 때면
복장이 터진다.
그래도 한자에 익숙한 편이라 다행이지 이건 뭐.............(한숨)
주말을 제사 준비하느라 돌돌말아 날려버렸다.
주말이 벌써 끝나가고 있다니, 벌써 오전 10시를 넘어가고 있다니.
안 돼, 가지마!!!!!
그래도 아빠 사진을 큼직하게 마주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액자도 바꿔주어야 하는데.
저게 LED 액자이다 보니 뒷면이 기계와 접촉될 수 있도록 뚫려있다.
다음 제사 안에만 바꾸면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지갑 정리하다가 아빠 영정사진을 작게 출력해놓은 게 툭 튀어나와서.
아빠가 딸내미 먼저 보고 싶으셨나 보다, 했지.
그러고 보니 친척이 작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ATM을 이용하려는데 돈이 입금이 안되고 자꾸 반납되어서 보니까.
거기에 아버지 증명사진이 끼어있더라는 이야기.
그걸 듣고 아.... 진짜 장례식장 그 공간에 같이 계시는구나.
아직 떠나고 싶지 않으신가 봐.
그렇게 생각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고.
만날 때 헤어짐과 같이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가끔씩 가슴이 따라가질 못해서.
머리와 가슴이 엇박자를 그리며 춤출 때.
나는 서글퍼 진다.
특히 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던 아빠가 떠오르는 것이다.
사실 아빠는 배달음식을 기꺼워 하지 않아서,
별로 맛좋은 음식은 많이 드시지도 않았었다.
그저 다양한 김치 반찬.
그거만이 전부였지.
아빠를 오래오래 기억할 거다.
절대 잊혀지게 가만두지 않을 거다.
매일 가족사진 속 아빠를 보며 말을 건네곤 한다.
반복되는 일상인데도 뭐 그리 할 말이 고주알미주알 많은지.
우리를 잘 살펴달라는 부탁은 늘 따라다닌다.
아빠는 저승에서도 바쁠 것임이 분명하구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내가 조금이나마 겪어보니 그 중압감과 책임감은
무시못할 수준이었고, 아빠는 위대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서 아빠 이름이 지워지고,
사람들은 아빠 얼굴, 목소리를 잊어가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러지 않을 거에요.
그리운 우리 아빠.
항상 곁에 계셔 주셨던 만큼.
그것에 배로 더해서 제가 더 사랑할게요.
우리 가족 똘똘 뭉쳐서 잘 이겨낼 게요.
걱정 마시고 편히 쉬세요.
제삿날 점심으로 굉장히 두둑하게 먹었던.
부드러운 보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