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돋아난 뾰루지.
뾰루지가 아니라 붉은 흉터같기도 하다.
바스포를 발라도 잘 낫지 않고.
피부연고를 발라도 따갑기만 하다.
혹시나하여 크림을 발라보아도 그닥.
입이 커지려고 이런 뾰루지가 자주 생긴다던데.
내 입은 더 커지는 것인가..?!
하도 따끔거려서 신경이 왕창 쓰인다.
아무래도 피곤해서 난 것일까?
왠지 저녁 늦게 작업하는 소설쓰기 탓을 하고싶어지는 것이다.
너무 신경을 많이 쓰느라고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거라고.
지금 한 일주일째 되었을까.
아직도 불그스름한 기가 가시질 않는다.
피부니까 한겹 한겹 나아지고 있겠지.
입가 피부는 얇으니까.
기다림이라는 걸 잘 못하는 편이다.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들썩 하거든.
어린왕자의 여우는 네가 오기 훨씬 전부터
두근대며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행복하다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앞당겨서 해치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 마냥.
서두를 것이 분명하다.
정작 서두를 일에는 세상 느긋하다.
어찌하여 이런 역의 상황에 놓이는가.
오늘은 소설 쓰는 하루로 만들어 보려고 한다.
생각해보니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매일 해야할 일이 있기는 하네.
영어라디오와 글쓰기.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푹쉬려고 하였으나
아침부터 글써야 하는 건 평소와 똑같네.
그래도 소설 쓰는 하루가 되려면 하루에 2편은 써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상하게 쉬려고 마음먹은 날은
의지가 넘쳐서 계획에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하고 그런다.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닌 상황.
그래도 비긴어게인 reunion은 꼭 봐야지.
재방은 언제든 하니까.
음악이 치유이다.
요새 음악을 많이 못들었다.
플레이리스트에서 계속 재생되는 정겨운 음악들 말이다.
질리지 않는 음악이라는 게 있어서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변하지 않고
늘 그자리에서 틀면 그시절의 향수가 묻어난다.
내가 이 음악을 듣던 그 때 하던 일도 더불어 생각나고.
이 곡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었지, 그립기도 하고.
요즘 달릴 때는 마마무의 잘자를 그렇게 많이 들었었다.
아빠생각이 많이 차올라서 힘들었는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아빠 곁에 있어줄게 외롭지 않게, 아프지 않게.
이런 느낌으로.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입가의 뾰루지가 거슬린다면
음악은 뾰족한 나를 둥글게 만들어 준다.
그래도 음악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아서 다행이다.
내 눈길 사로잡는 노래가 아직도 있어서 다행이다.
방금 전화가 왔다.
반가운 전화이다.
주문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들어왔다는 소식!
당장이라도 찾으러 가고 싶지만
케이크는 엄마와 함께 먹어야 하니까
오후로 미루자.
하루에 쉼과 함께 미식의 행복이 더해지려는 순간.
아아, 자본주의적인 행복이로구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수다떠는 게
제일 좋다.
가족과 함께라면 귀찮은 설거지도 괜찮아.
밖으로 나돌지 마시고
오늘하고 내일만큼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 보내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