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의 면식이었던 쟁반짜장과 탕수육이다.
중화요리를 먹자고 첫 마디를 꺼낸 것은 동생이었다.
모처럼 짜장이 당겼나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일회용 그릇이라 그런 걸까? 짜장 소스도 전보다 적고.
이미 면과 합체가 되어있어서 그런지 양이 훨씬 적었다.
저번에는 면과 소스가 따로 그릇에 배달되어 와서 덜어 놓고 먹기 좋았는데.
미리 주문할 때 말 할 걸 그랬다(T.T)
게다가 만두까지 빼놓고 배달이 오고 말았다.
우리의 불신이 깊어가던 와중에.
만두가 오지 않았다고 전화를 걸자. 다시 가져다 주신다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한참 있다가 이도 다 닦았는데 만두가 도착했다.
그래도 네가 와서 다행이다~~ 하며 만두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
위장은 이미 만석을 외치고 있는데 한 분만 더 받을게요~ 하면서
밀어넣기 시작하는 거다.
그렇게 두둑한 배를 해가지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으아, 엄청 졸리고 노곤하고 다 때려치고 싶.....(야.)
안그래도 비가 촉촉하다 못해 주룩주룩 내리는 오후인데.
고생하신 아저씨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헬맷에 물방울이 잔뜩 묻어서는
죄송하다며 꾸벅 하고 갈길 가시는 그 모습이
조금 짠했다.
굳이 만두가 있었어야 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동생이 옆에서 매섭게 내려보고 있기때문에....
그래, 3만원 이상 시켰는데 만두는 당연한거지.
전화 했을 때도 아이쿠 깜박해서 죄송하다며 말씀하셨었잖아.
왜 이런 궂은 날에 특히 깜박 하셔서 이런 일을 만든다니.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비에 비 맞으며...] 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부활의 그 노래.
사실 부활하면 네버엔딩스토리가 정말 좋고 그 곡이 제일 먼저 떠오르긴 하는데.
오늘같이 비오는 날엔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참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가 좋아서.
부활의 음악 마법사. 김태원 선생님의 작곡/작사 실력은 정말 뛰어나다.
특히 후렴구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 부분도 떼창하기 정말 좋다.
아빠가 또 문득 떠오른다.
우리는 아직도 반쯤 슬픔에 전염되서.
그렇게 매일을 보내고 있는데.
어쩌면 엄마는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남들은 알아채지 못하는 옅은 우울이 늘 깔려 있는데.
웃으며 얘기하다가도 홀로 되면 눈물이 어른 거리는데.
아빠는 알고 계실까.
우리가 이렇게 잊고 싶어 하면서도 잊을 수가 없어서
나름대로 괴로워 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하면서도
어쩌면 잊혀지지 않아 너무 괴로운 시간 속을 헤매고 있을.
사실, 엄마가 가장 걱정된다.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무섭다.
가끔 엄마와 둘이 있을 때면 폭발적으로 차오르는 눈물이.
주변에서 뭐라고 말해도 들리지 않고.
그저 슬픔에 잠식되어 가는 그 기분을.
무엇하나 아빠와 연관된 것들은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 치고 있지만.
우리는 또 나아가야 하기에.
슬픔 위에 상처라는 껍데기 살짝 얹어놓고
우리는 다시 웃어 보인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아빠도 그렇게 말씀해주실 것이 분명해.
울고 있는 모습 같은거 보시면, 왜 울고 있냐고.
너 바보냐고. 그렇게 되물으실걸?!
그래서 웃을 수 있다.
비록 한쪽 발 끝은 여전히 슬픔한테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하여도.
비내리는 날엔.
꼭 가족과 함께 따스하게 보내자.
특히 주말에는 말이다.
가족 넷이서 오붓하게 보내던 숱한 날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린 지금.
남아있는 우리 셋은 나름대로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체득하고 있다.
쟁반짜장 3인분과 탕수육 소 자는 너무 배부르다.
밥그릇 하나 줄었다고 해도.
숟가락 자리 하나 없어져도.
우리는 이제 울적해지지 않는다.
내일은 또 태양이 뜰 것 이고.
우리는 그 내일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