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온 귤이다.
물론 제주에 지인은 없고 구매한 것이지.
처음엔 와 제주 귤이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먹었는데 음......
평소보다 조금 더 달다.
그정도였다.
그래도 이정도의 당도면 훌륭한 편.
귤의 알이 굵고 쥐었을 때
왠지 껍질이 잘 벗겨질 것 같았는데
막상 까보니 좀 마른 귤이었는지
귤껍질이 조각조각 나더라.
우리는 속은 것일까?
수확한 지 한참 된 귤을 사게 된 걸까?
뒤집어 썼나?
그러기에는 한 박스에 2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 귤은 맛있으니까. 그건 아닌 것 같고.
올해는 과일이 기똥차다!! 이런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아빠 계셨을 때는 정말 달콤한 과일을 많이 맛봤는데.
그것도 거창한 데서 사온 것도 아니고
그저 어딜 가나 있음직한 평범한 상인에게서.
차가 있으니까 멀리 마트까지 갈 수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과일=아빠인데 그래서 그런지
과일을 먹고 있자니 아빠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것이다.
항상 과일이 집에 들어오면 쟁반에다가 움푹 소분해서
거실에 앉아 도란도란 먹던 과일.
너무 시거나 텁텁한 것은 아빠 차지.
이럴 때만 아빠 생각해주는 예리한 딸.
아빠가 드시라며 건넨 귤은 초 특급 신 귤.
신 것도 정말 잘 드시던 우리 아빠.
어쩜 그래서 짜장면 먹는 날엔 아빠 침때문에 그런가
아빠 짜장 그릇만 한강이 되곤 했었다.
타액에 산 성분이 많아서 그런 거라며.
위도 별로 좋지 못했었나 싶은 과식의 대표주자 아빠.
오늘 뽀야 꿈에 찾아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어떤 종류의 꿈이든 아빠의 모습은 항상 열혈.
뽀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뽀야는 더 힘을 낼 수 있는 지도 몰라요.
끈기와 근성은 아빠로부터 배웠어요.
성실함은 아빠가 직접 보여주셨어요.
이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은 먼 훗날이지만
아빠 하고 부르면 금방 달려오실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뽀야 그날까지 잘 하고 있을 게요.
아빠는 아무 걱정 하시지 말고
뽀야 사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 봐 주세요.
사는 모습이 좀 꼬질꼬질하긴 해도 해피엔딩이라니까?
끝까지 봐봐요. 알겠죠?
아빠 많이 사랑합니다.
아빠 고생 많으셨어요.
아빠 항상 그리워요.
아빠 사랑 담긴 귤.
오늘도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