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사일기

짬짜면2

by 뽀야뽀야 2021. 7. 2.
반응형

 중화요리의 향연

 

왜 일회용 그릇보다 재활용 그릇이 더 양이 많아 보이는 걸까?

우리는 3명이고, 메뉴도 3가지.

물론 동생도 나도 짬짜면을 시키긴 했다.

그럼 저 많은 탕수육은 누가 다 먹나요?!

동생이 흠냐흠냐 다 먹어 버리곤 한다.

이 집이 새단장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거리에 있는 중화요리 집인데.

원래 그 자리에는 소머리 국밥집이 있었다.

엄마랑 자주 가곤 했던 추억의 국밥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 중화요리 가게가 들어선 것이다.

 

일단 양이 엄청 많고 맛도 굉장히 좋다.

짜장과 면이 혼연일체가 되는 비벼짐 이랄까.

면과 소스가 겉도는 가게도 많은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아서 애용 중.

 

그리고 기름진 요리 먹으면 탈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집 음식은 배불러서 그렇지 탈은 난 적이 없음.

또 먹고 바로 운동 나가니까, 소화가 돼버려서 그런가?

창가에 WD-40이 올려져 있다.

어제 저녁 늦게 끌차가 삐걱 거린다며 엄마가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명, 구루마.

이게 있다면 무슨 장을 보든지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사실 이 기름에는 아빠와의 추억이 깊게 서려있다.

아빠는 항상 WD-40을 애용했었으니까.

조립하는 거 좋아하시고 기계 좋아하시고.

그러니 저녀석과 친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리고 항상 아빠 차 뒷좌석에 꽂아뒀던 레자 왁스도.

트렁크에 조용히 개켜져 있던 2-3장의 걸레 용도의 수건도.

 

깔끔한 분이셨다.

청소가 생활화 되어 있는 사람이었어.

어떻게 그런 분의 딸이 이렇게 정리정돈을 모르고 사는 건지.

나도 내 존재자체에 깊이 의문이 들 정도다.

별명이 락스맨이셨던 아빠는.

어디를 가도 깔끔하게. 이런 생각이 있으셨는데도.

뽀야 방에 오면 천장 모서리에 곰팡이 슨 거.

고거 잡아주시고, 방구석에 거미줄 치워주시고.

벌레 잡아 주시고.

그러기만 했지. 난잡한 방의 모습에는 눈을 감으셨다.

그런 알듯 모를 듯한 배려가 좋았다.

매번 방 좀 치우고 닦으라고 성화를 내는 엄마랑은 차원이 다른 경고.

말 없이 필요한 처치를 해주시던 아빠.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뒤로.

화장실에는 곰팡이가 늘어가고, 반짝반짝 윤이 나던 변기도 때가 끼어가고 있다.

항상 7:3 비율로 락스를 뿌려가며 코로 마셔가며 

열심히도 청소하시던 아빠의 투박하게 걷어올린 소매가 좋았다.

발등에 송송 솟아오른 짙은 털도 좋았다.

이상한 취미의 뽀야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던 그 너른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뽀야라는 애칭을 불러주는 두톰한 입술도 까랑까랑한 목소리도 좋았다.

좋지 않은 구석이 없었는데.

왜 아빠께 한번도 진심을 담아 말한 적이 없었던 걸까.

감사해요, 사랑해요. 이 간단한 몇 마디를.

아빠가 계셨더라면 지금같이 배달음식을 주구장창 시키지는 못했을 것.

우리의 건강한 습관이 조금씩 부서져 간다.

방의 한쪽 구석에 가족사진을 장식해 두었다.

아빠가 환하게 웃고 계신 그 사진 앞에서 문안인사를 드리곤 한다.

물론 마음 속으로.

매번 그 인사는 부탁의 형태일 때가 많다.

원래도 잘 들어주시는 분이긴 했다.

그만큼 말도 참 많으셨었는데.

이제 우리집 수다쟁이 락스맨 없어서 뽀야는 어쩌나.

아빠랑 TV보면서 수다떨며 과일 깎아먹던 

그 순조로운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그때의 나.

 

지금부터라도 엄마한테 잘하면 되는 거야.

아빠는 그렇게 말씀해 주실 것 같다.

가까운 사람이라 말이 더 헛나가고.

곁에 있기에 소중한 줄 모르고.

틱틱거리고 짜증내고.

그런 못난 나를 지워버리고 싶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게임이 아니기에.

다음 판 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기에.

마법의 버섯도, 여분의 목숨도 없다.

 

참고로 짬짜면 2개와 짬뽕, 그리고 탕수육 소 자까지 해서 총 38000원이 나왔다.

중화요리는 저렴한 비용에 먹는다는 시절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외식 물가가 날로 치솟으니.

더 벌어야 하거나 입을 자중하거나.

둘 중 하나라도 해야 하는데.

어느 것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 없다.

 

꾸르릉 대는 하늘이 무서워서.

비를 막 쏟아 낼 것 같아서.

이번 비는 게릴라성 호우일 정도로 무시무시하다고 하던데.

창문을 뚫을 기세로 비 내리는 건 아닐지.

걱정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푸르던 하늘은 어디로 가버리고.

희뿌연 하늘이, 잔뜩 구름 낀 하늘이.

성내며 어두워 지고 있다.

 

항상 잠잠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고 했는데.

대처 능력이 미흡한 나는.

매사에 후회만 되풀이 할 뿐이다.

소설도 이제 8화까지 진척된 상태.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편안한 나날.

이야기가 제멋대로 이리튀고 저리 튀어서 불안하기는 해도.

내가 정한 큰 틀 안에서 노는 거라서 마냥 즐겁다.

그런데 이 소설을 로맨스라고 할 수 있나...?!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데........(머엉)

로맨스도 겪어본 사람이 썰을 잘 풀어 나가는 거지.

방구석 모니터 로맨스로는 수습이 안된다.

자꾸 닭살이 돋아서 미칠 것 같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들 수가 없다.

남한테 보이기 부끄러운 글은 쓰지 말아야지, 했으나.

이미 7부 능선을 넘었다.

어쩔 수 없어. 오글오글 지글지글 하는 게 로맨스 소설의 매력이지!

라며 스스로를 설득해 본다.

이 순간에도 머리를 쥐어짜며 작품 활동에 몰입하고 계실

모든 작가님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반응형

'식사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치살  (0) 2021.07.04
임영웅 치킨  (2) 2021.07.03
연어초밥2  (0) 2021.07.02
파리바게트 양파치즈브레드  (0) 2021.07.01
카레 맛있게 만드는 법  (0)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