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몇 줄의 김밥을 싸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한 엄마의 정성
이번 주말에는 그냥 시켜먹지 말고 우리가 만들어 먹는 것이 어떨까.
그런 얘기를 나누었다.
조금 번거롭지만 우리가 재료를 사서 준비하고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 라고.
그리하여 결정된 메뉴, 김밥이다.
일단 속성 김밥재료를 사긴 하였으나.
햄이나 당근, 시금치 같은 채소를 곁들여 주기로 했다.
햄은 큰 걸로 사가지고 부족함이 없게 했다.
햄 정말 비싸더라고.(깨갱)
사실 마늘햄을 좋아라 하는데. 김밥에 넣기엔 짧아서.
그냥 김밥햄으로 결정. 그것도 도톰한 걸로.
엄마가 흰밥을 짓고 계시더라.
토요일은 쉬는 날이라 준비과정 없이 바로 요리에 매진하신 듯.
아침은 간단히 먹고 점심 때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흰밥 차지게 하고 덜어내어 참기름과 깨소금 솔솔 넣어 비벼주면.
밥 냄새만으로도 술렁술렁이는 분위기.
[와 너무 고소해]
[밥만 먹어도 맛있다]
이런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원래는 잡곡밥을 먹는 우리인데. 김밥을 하는 날 만큼은 흰밥을 먹는다.
원래 흰밥만 먹으면 몸에 부담갈 수도 있는데.
왠지 김밥 밥이 붉으면 그건 또 싫단 말이지.
김밥은 재료 일일이 하는 재료준비도 번거롭지만.
죄다 모아서 싸서 또 자르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영 쉽지 않다.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면 다 섞일 것을.... 뭐 이리 번거롭게 만드나.
하는 생각이 한 3초 정도 뇌리를 스치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런 식으로 따지면 모든 요리가 다 어차피 똥이 되어 나올건데. 뭐하러?!
같은 느낌이 되므로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끄응)
한 사람 당 김밥 2줄씩.
예쁘게 썰어내어 접시에 쌓아올려주면 완성.
일단 너무너무 맛있다는 거.
게다가 만들기는 번거롭지만 먹는 일은 참 간단하다.
반찬을 집어 먹을 필요도 없고 그냥 한 입의 김밥이면 고른 영양도 ok.
토요일 점심과 일요일 저녁 그리고 월요일 아침까지 책임진 통큰 김밥.
엄마의 정성이 녹아있어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 김밥의 특징은 단무지가 2개 들어간다는 것.
1개만 넣으면 너무 심심하잖아~
약간 짭짤하게 먹는 식습관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전주에 가면 계란 김밥 있다던데.
가늘게 채썬 계란이 가득 들어간 계란 김밥.
나중에 꼭 먹어보고 싶다.
예전에는 소풍갈 일이 없으면 김밥을 만들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일상 메뉴가 되어버렸다.
사실 김밥재료 준비하는 것도 굉장히 진이 빠지는 일인데.
그걸 아무 행사 없는데도 만들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이란 어떨까.
중노동이다?! 귀찮다? 번거롭다?
하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엄마는 100번이고 1000번이고 김밥을 싸 주실 것이다.
그래서 왠지 더 맛있고 뜻깊었던 김밥이었다.
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나는데 실패하여.
엄마가 일 나가시는 모습을 눈에 담지 못하였다.
세상에 7시에 분명 알람이 울렸는데.
그냥 자버렸나 보다.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는 않으신 듯.
일어나보니 8시가까이 되어있다.
허나, 지금도 약간 몽롱한 기분으로 타자를 치고 있다.
이상하게 오늘은 쌀쌀한데도 잠이 안깨네.
자다가 셔츠를 갈아입었는지.
자기 전에는 반팔이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긴팔을 입고 있는 나.
세상에는 신비로운 일들이 참 많구나.
아침에 엄마는 김밥을 싸놨는가 하면,
점심에 먹으라고 브로콜리 굴소스 볶음밥까지 해놓고 나갔다.
와, 진짜 엄마는 슈퍼우먼이다.
어깨에 망토 두르고 있는 거 아녀?!
엄마가 자주 하는 소리 중에.
[내가 나중에 더 나이먹고 너한테 밥이나 얻어 먹을 수 있겠냐?]
라는 말이 있다.
저거 팩트라서 더 가슴을 저며댄다.
요리를 배워야 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 보자.
근데 재료를 버리게 될까봐 겁이나는 것도 사실.
그래도 김치찌개 정도는 끓일 수 있을 것도 같은 기분인데.
하도 요리 할 때 옆에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다 아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지만 어쨌든.
세상엔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들이 차고 넘친다.
오늘도 나는 초심자의 자세로 돌아가 하나하나 해내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