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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파는 꽃

by 뽀야뽀야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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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야는 그냥 들판에 피어있는 꽃들을 좋아하고 

뿌리가 땅에 박힌 채로 피어있는 꽃들을 더 반긴다.

그런데 자주 가는 로컬푸드 매장의 한쪽에 꽃들이 꽂혀 있었다.

너무 예뻤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이 며칠이나 갈까...?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다.

당장 졸업식이나 선물용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구매하지 않을 것 같은 꽃.

언젠가 이 매장에서는 뭐든지 구매하는 회원들에게 작은 해바라기 

화분을 선물해준 적이 있었다.

아마도 화훼농가와도 연결되어 있는 듯한데.

꽃이 아름답다고 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위해 1000원 이상은 지불하기 싫었던

현대인의 잔인한 모습이 떠올라서 흠칫했던.

적어도 꽃꽂이라도 배워둘 걸.

세상에는 정말 새롭게 알아야 하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넘쳐나서 문제다(T.T)

 

오늘의 아름다운 만남은 또 이어지겠지.

항상 그 자리에 색이 다른 꽃들이 자리잡는 걸 보면 말이다.

얼마전에는 안개꽃이었던 것 같다.

하여튼 눈길을 확 끄는 꽃들을 가게 전면 도입부에 배치함으로써

살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로컬 푸드 매장이 미워요....

냄새를 지우기 위해 방향제를 사듯이

어지럽게 늘어진 방의 풍경을 지우기 위해 꽃을 사는

그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파는 꽃 앞에서 무기력해진 나의 모습이 안타까웠던 그 날.

우리가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은 단호박과 반찬 재료를 사러 가게를 찾은 것이었는데

장 보는 내내 저 꽃들이 눈에 밟혀서 뭘 어떻게 사고 집에 왔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여자들이 꽃선물에 약하다고는 하는데

예전에는 아 그 꽃 뭐에 쓰려고 사서 선물하냐며

궁시렁 거리던 뽀야였다.

지금은 왜 꽃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을까.

그냥 갑자기 꽃이 서러웠다.

아빠께서 쓰러지고 나서부터 그 곁에 꽃을 엄청 선물하고 싶었다.

생기있게 살아가는 꽃을 보고 아빠도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힘을 얻었으면 했다.

생화 반입이 불가하여 실현될 수는 없던 꿈이었지만

 

지금도 꽃을 보면 아빠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더욱 아련하고 보고싶고

아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꽃을 향해 있는 것이다.

아쉬운대로 조화 카네이션을 아빠 병실에 맡기고 오면서

얼마나 가슴이 간질간질 했는지.

뽀야가 한번도 빼놓지 않았던 어버이날 기념 꽃과 편지 선물이

이렇게 허무하게 전달될 것을 몰랐던 순간.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았는데

아무리 멋진 꽃을 사서 선물해도 

그자리에 아빠는 안계시고

그렇기에 엄마께 더 잘해드리고 싶은데

엄마는 꽃 선물에 기뻐하거나 그러지 않고

이거 얼마짜리냐...? 하실 거 같아서 조금 마음이 허하다.

그래도 요즘 우리집 화분 관리자는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은 희망이 있다.

화분을 돌보다 보면 책임감도 생기고 삶의 희망도 생기니까.

더 나은 삶을 향해 노 저어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날 테니까.

 

그러고 보니 일일초가 분갈이를 한 날부터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저면관수도 해보았는데 효과가 별로 없는 듯하여

햇살이 비출 때 창가에 두려고 내놓았는데

예상보다 쌀쌀한 위치에 조금 걱정이 된다.

자. 어서 태양아 밝게 비추어라.

일일초는 우리집의 마지막 꽃이라고...!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고.

근데 꽃 키우기 진짜 어렵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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