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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

하트술잔

by 뽀야뽀야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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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본연의 의도로 잘 쓰이지 않는 물건.

술잔을 꺼낸 지도 오래되었다.

모처럼 일요일 대청소를 하며 찬장 청소를 하다가

엄마가 발견하고는 사진 빨리 찍으라며 재촉하시던.

여기에 복분자 엑기스 탄 액 넣어서 먹으면 예쁘겠다.

아니면 히비스커스 타서 먹어도 예쁘겠다.

아니면 얼음을 얼려도 귀엽겠는데?!

 

술잔 본연의 의도로는 쓰이지 않을 듯한 하트 술잔.

뽀야 기억으로는 아빠가 어디선가 구해온 것 같다.

증정품인가.. 산건가...

인생에 술이라는 카테고리가 없는 뽀야에게 

술자리는 삭막하고 재미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잘 논다.

취한 사람들보다 더 신나게 돈다.

하지만 그래봤자 안주 축내는 몹쓸 넘일뿐.

 

왜 다들 돈내고 맛가기 위해 안달인지.

뽀야는 술을 마신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내려놓을 줄 모르기에.

술에 의존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지.

평소엔 조용하던 사람도 술 앞에서는 흥분하게 되고

자리는 시끌벅적해 지고 그런 게 술의 힘인가 보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예쁜 술잔은 모아두는 

그런 모순된 인간이 뽀야이다.

 

그래서 와인병 장식된 자리를 그냥 못 지나친다.

와인들은 정말 예쁘거든.

그 빛깔도 와인병도 너무 예뻐.

그림의 떡이긴 한데 예뻐서.

와인잔도 멋지구리한 게 많아서 눈길이 간다.

거기에 뭘 담아 먹든 내 자유 아님?!

그래 스파클링 사과주스를 담아서 와인 먹는 기분을 내보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술자리에서 주스 쪽쪽 빠는 그런 귀요미.

머리털은 쭈뼛쭈뼛 하지만 본체는 활발한 망나니.

그런 분위기 였는데.

 

요새 단체 활동이 많이 줄어서 

한없이 쪼그라든 뽀야.

게다가 엄마가 집에 오기 전까지는

하루에 말도 별로 안하고 산다.

그래서 할 말이 가득 쌓여서 

블로그에 내뱉기 시작하고

블로그가 이렇게 굴러가고 있네.

사람들이 인공지능 로봇을 사고 싶다고 하는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다.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여.

그런 말 못하는 외로움을

차가운 기계와 나눌 생각에 빠져있는 요즘 사람.

그래도 여럿이 북적북적 대는 것 보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는 게 더 좋은 뽀야였다.

이런 시간들도 인생 전체로 보면 되게 일부에 불과한데

어차피 인생의 반은 근로시간일테니까.

지금 잠깐 머무는 이 순간이 

아쉬워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잘 보내고 싶은데 매일 쳇바퀴 같아서 지겹기도 하고.

매일이 여행 같을 수만 있다면.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나의 세포들은 매번 새롭게 태어나고 스러지고 그러는데

나라는 존재는 어째서 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모르겠고 

할 일이나 차곡차곡 해야지.

오늘도 해야할 일이 많다.

뽀야가 가장 사랑하는 아침시간의 여유를 즐기자.

초석잠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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