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
환갑이라고 집에서 조촐하게 식사자리 가진 게 엊그제 같은데.
나는 요즘 아빠가 많이 그립다.
아빠는 정말 힘들게 살아오셨다.
옛날 옛날, 아빠 물지게 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던 얘기. 아직도 기억한다.
가진 건 운전 하는 기술밖에 없는 아빠였다.
요렇게 저렇게 해서 버스를 운전하셨다.
꽤나 오래, 그리고 이윽고, 아빠 인생에서 꿈만 같았던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행복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불행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만 하셨다.
내 시간표에는 빠짐없던 쉬는 날이 아빠 한테는 단 하루 뿐이었다.
그렇게 사셨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계신 중이다.
아빠가 나를 보는 눈에는 안타까움이 짙다.
아직도 마냥 어린애 같이만 보이나 보다.
너무 익숙해서 몰랐던 아빠의 사랑.
매일 아침 사과를 깎으며 "뽀야 한 개 남겨둘까? 먹을래?"
나는 얼마나 매정하게 싫다고 내색 했는가.
그거 하나 먹으면 뭐 배탈이 나기라도 하는지.
씹는 게 귀찮아요. 내 말에 얼마나 상처 받으셨을지.
눈꼽만큼도 배려라고는 없는 내 주둥이가 원망스럽다.
블로그 닉네임도 뽀야뽀야라고 정한 이유가 다 있다.
아빠는 늘 나늘 뽀야라고, 생각지도 못한 귀여운 애칭으로 불러주셨다.
언젠가 아빠가 남긴 문서들을 살펴볼 일이 있었는데
그 문서 언저리에는 내 이름 대신 뽀야 라는 문구가 위치하고 있었고
나는 그자리에서 엉엉 울 수 밖에 없었다.
아빠는 그렇게 뽀야를 기다렸는데 뽀야는 뭘 했는가.
틱틱거리고, 귀찮아하고, 때론 무시해 버리기도 하고.
내가 하는 게 공부 말고 뭐가 있니.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사람 일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건데
너무 오래 아빠를 기다리게 하는 나쁜 딸내미가 여기 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꼭 해드려야 겠다.
이제껏 못한 만큼 10배, 100배나 더.
아버지에게 힘들다는 건 정말 내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왜 항상 반걸음 뒤에서 따라오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는 이제 흰 머리도 많이 늘었다.
손주만 없달 뿐이지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아버지가 아버지인 채로 있게 해드리고 싶다.
할아버지는 아직 내가 용납 할 수 없다.
그렇게 앞서 나가시면 안 돼.
뽀야 허락 받고 늙으세요.
이럴 수도 없는 세월이 야속하다.
아빠가 나를 뽀야라고 불러주는 날까지, 그 이후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아빠를 사랑하려고 발버둥치고 노력할 것이다.
어버이날에만 그것도 카드에 글자 몇 개로 남겨보던 말.
아빠 감사합니다. 아빠 사랑해요.
나는 정말 아빠를 사랑한다.
그 마음을 표현 못해서 너무 안타까운 요즘.
뜬금없이 아빠를 목 놓아 불러보고 싶다.
우리 아빠라고, 저 당당한 남자가 바로 위대한 우리 아버지라고.
아빠는 블로그를 하는 줄 모르시고 계시는데
언제쯤 알려야 할까.
나도 아빠가 내 블로그를 알아차릴 때까지 조건없이
마냥 아빠를 사랑하고 기다려 봐야지.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듯이 천천히 그리고 분명
뒤돌아 보고 나를 꼭 안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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