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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사람들은 무를 좋아한다.
특히 총각무 김치.
이거 하나 있으면 점심 뚝딱인 아빠부터
하루 세 끼 총각무에다가 밥먹어도 OK인 엄마까지.
나는 김치 별로 안 먹는 편이다.
비위가 약해서 마늘냄새가 조금 나면
겍-겍- 거리기 때문에.
애기애기 시절에는 오히려 곧잘 먹었었는데
어쩌다 우리 사이 이렇게 되어 버렸나, 김치야?
어쨌든, 김치는 항상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이고
나는 젓가락으로 쿡쿡 주변을 맴돈다.
아주 나쁜 식사 예절.
젓가락으로 반찬 간보기.
먹을 듯 말 듯 애태우는 거.
김치 볶음밥은 괜찮은 걸 보면 볶아줘야 먹을 만 한가?
언제쯤 시원시원하게 생김치를 먹을 수 있을까.
난, 아무리 생각해도 유럽인이었나보다.
밥보다 빵이 좋단 말이지.
국수보다 스파게티가 좋단 말이지.
소화를 못 시키는걸 봐서는 또 아니고.
결국 위장 입맛이라는 소리네.
마음 먹기에 따라 해골물도 아주 달콤하듯이
김치도 언젠가는 손으로 쫙쫙 찢어 먹게 되겠지.
그런날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좀 앞 당겨 볼 수는 없을까.
김치 앞에서 머리 김나게 생각에 잠겨본다.
무청을 머리칼처럼 하고 식탁에 누워있는 무김치 너를 보며.
앞으로 너를 더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널 사랑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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