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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기

20201230 편지 9

by 뽀야뽀야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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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떠나신지 벌써 200일이 되었어요.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죠.

우리 가족 모두 잘지내고 있다는 거 

아빠도 아시겠지만 말이에요.

하루하루 디데이 달력을 넘기며

착잡한 마음이 들곤 했어요.

아빠가 안계신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고요.

 

요즘 코로나 19가 변이종이 발견되어서 

더욱 더 극성이에요.

어디 멀리 나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점심 때만 되면 아빠가 집에 올 것 같은 착각에.

자꾸 현관문을 바라보고 그랬었어요.

그리고 과일들 먹을 때 마다

아빠가 떠오르곤 했어요.

항상 정갈하게 깎아주시던 과일들.

주고받던 실없는 이야기들.

전부 그리워요.

그리움은 묵은지같아요.

묵혀낼 수록 더욱 깊어지죠.

우리는 아빠없는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는데

아직 마음은 그렇지 못한지도 몰라요.

항상 마음은 더디니까. 뭘 하든지 말이죠.

아빠는 평상시에 엄마에게 

죽어도 여한 없다고 그렇게 종종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말 그런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뽀야도 동생도 엄마도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아빠 계신 곳 창문 너머로 눈 내린 거 보셨으려나.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눈이 오는 거예요.

시선을 빼앗겼어요.

눈발이 회오리처럼 날아오르는데 장관이었거든요.

내가 시험에 붙든지 떨어지든지.

괜찮다고 가족은 그렇게 말해주지만.

아빠는 많이 서운하셨을 것 같았는데.

내리는 눈이 말해주더라고요.

뭐든지 괜찮다고요.

그러더니 눈이 금방 그치더군요.

아빠, 가끔 아빠 생각에 몰입하다보면

꿈에도 나오고 그러는데 

아빠는 우리들 꿈을 꾸고 계세요?!

행복한 것만, 좋은 것만 보라고 하셨잖아요.

얼마전 기차여행하는 꿈 속에서 아빠는

런닝셔츠 차림이셨어요.

늘 일마치고 씻고 나면 런닝에 수면바지.

그게 아빠의 패턴이었잖아요.

근데 꿈속에서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된다며

주의를 받았었어요.

아빠는 머쓱하게 점퍼를 걸치시면서 궁시렁 대셨죠.

어쩜 꿈속에서도 그렇게 의연하신지......

아빠 200일, 300일 이런 거 의미 없는 거 아는데도.

아빠의 흔적을 나라도 남겨두고 싶어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기에는 너무 보고싶어요.

코로나가 좋아질까? 좀 진정되면

아빠 봬러 갈 게요.

그 때도 끝이 없는 공부를 하고 있겠지만.

뽀야를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공부기계는 아니더라도 계획에 맞춰가며 

잘 지켜나가고 있으니까요.

날이 부쩍 추워지네요. 한 해도 다 가려 하고 있고요.

12월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즐거웠었는데 말이에요.

그 자리에서 항상 폭죽 대기조로 뽀야를 깜짝 놀라게했던

우리 아빠.

이제 폭죽을 터뜨려줄 이는 가고 없지만.

아빠의 장난기 넘치는 아이 같은 웃음이 그리워지는 

오늘 같은 날에.

아빠 이름 석자를 가슴에 담아 봅니다.

아빠,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 거잖아요.

내년에는 꼭 좋은 소식 가지고 아빠 찾아 뵐거니까.

두근두근 하며 기다려주시기예요?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아빠께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뽀야 마음 속 1번은 여전히 아빠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뽀야와 관련된 일이면 항상 비상 대기로 사셨던

아빠의 일생. 잊을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는

그날의 기억들.

다 뽀야가 돌돌 감아 짊어지고 살아갈게요.

좀 무거우면 어때요. 오히려 든든한 기분이 드는걸요.

아빠, 우리 주위 사람들은 여기저길 오가느라 바쁜 모습이에요.

우리는 집에서 발걸음을 멈췄어요.

떠돌지도 않고 그렇다고 머물지도 않는 마음은

이미 동구밖까지 나갔는 모양이에요.

이제는 아빠얘기를 꺼내도 가슴이 무겁거나 하지 않아요.

이렇게 홀가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해요.

세월을 입으면 그렇게 아빠 기억 파편에 다치지도 않나봐요.

피 흘리며 괴로워하는 우리는 여기에 없으니까.

아빠도 유념치 말고 걱정 없이 고통 없이

자유로워 지기를 바라요.

 

사진 너머의 아빠를 만질 수 없어 더 그리운 날에.

아빠 딸 뽀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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