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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기

20210218 편지 11

by 뽀야뽀야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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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벌써 아빠 떠나신 지 250일 되는 날이네요.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어요.

믿어지지가 않아요.

한동안은 아빠가 저 현관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실거야.

라는 헛된 꿈에 빠져있었는데요.

이제는 어느정도 아빠의 부재가 익숙해진 모양이에요.

어제 러닝머신을 하는데. 아빠 생가이 나는거에요.

그래도 어릴 때는 아빠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운동 시키고 그래서 몸이 삐걱대는 걸 몰랐는데.

이제 내가 그토록

하기 싫어하고 반항하던 운동을 스스로 찾아하고 있으니.

세상사 참 돌고 도는 것 같아요. 그쵸?

아빠의 제일 걱정은 건강이셨죠.

본인도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오는 체형이라 

고민 하셨었잖아요.

그래서 옷도 무색 셔츠는 입지도 않고.

나온 배를 가리느라고 신경써서 체크무늬 셔츠를 즐겨 입으셨죠.

요즘엔 유품을 태울 수가 없다네요.

환경문제가 심각해서 그렇다나 봐요.

그래서 아빠 옷가지들 몇 개 제 방에 가져다 놓았어요.

생각날 때마다 입으려고 놔뒀는데.

생각보다는 손이 가질 않아서 고민하는 중이에요.

이번 여름에는 꼭 챙겨 입을게요.

아빠 옷을 내가 입게 될 줄이야.

이런 날도 오는가 봐요.

아빠가 걱정하시는 뽀야도 많이 건강 챙기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사실 공부하는 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일이지만.

뽀야는 벌써 책상 앞에서 공부한 지 꽤 되잖아요.

괜찮아요. 뽀야도 어쩌면 공부는 평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음먹고 있으니까 공부하는 뽀야를

가엾게 여기지 마세요.

저녁마다 우리 가족사진 보며 아빠께 문안 올리는데요.

전주 가서 가족사진 찍기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흑백이라 조금 아쉽지만.

그리고 엄마 아빠는 한복을 챙겨입지 않으셨지만.

동생과 제가 멋지게 한복 차려입은 모습이 썩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멋진 차림이지요.

요새 그렇게 한복이 좋더라고요.

그 때 아빠는 이렇게 될 것을 아셨을까요....

아련한 아빠 표정, 살짝 웃음기 띤 얼굴이 아이 같아요.

우리 넷이서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해야 했는데.

이제는 셋이 되어버려서 너무 슬퍼요.

음식 주문을 해도 어디 가서 자리를 물어도

셋이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슬퍼요.

4인가족이 입에 붙었었는데.

이제는 셋이 되어버렸어요.

엄마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이 안 될 거예요.

우리가 살면서 다 기억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걸 알아요.

언젠가는 희미해질지도 모르죠.

그런데 지금은 기억하고 싶어요.

괴로운 순간도 많았지만.

아빠가 병중일 때의 시간들도 참 소중해요.

그 때 이렇게 해드릴 수는 없없을까.

그런 후회가 가득한 과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거기에 계셨기에 생각을 할 수라도 있는 거 잖아요.

지금 아빠가 제 곁에 계시지 않아서.

더이상 어떤 그림도 그리고 싶지가 않네요.

그래도 아빠가 그걸 원하시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항상 나는 여한이 없다. 잘 살았다. 행복했다.

그렇게 말씀하셨었잖아요. 우스갯소리로.

그 때 왜 귀기울여 듣지 못했을까.

그 순간의 아빠 손을 꼭 잡아드리지 못했을까.

약간의 허망한 그 눈빛을 오래 바라봐 드리지 못했을까.

마주하고 웃어보이질 못했을까.

반복되는 일상이 그 소중함을 바래게 만들었나봐요.

아빠께서 점심마다 식사하시러 들어오는 그 때.

왜 더 다정히 얘기를 주고 받지 못했을까.

왜 더 운동 시켜드리지 못했을까.

왜 내 공부 하느라 혼자 바빴을까.

이런 저런 후회가 가득해요.

주로 왜 그렇지 못했을까. 그런 내용이 많아요.

분명 있을 때 잘하라고 수십 번도 넘게 말하셨어요.

그런데 그렇지 못헀어서 그게 많이 후회가 돼요.

 

아빠.

어디에 계시더라도 우리 마음은 이어져 있는 거 맞지요?

저는 그렇게 믿거든요.

이제 300일 그리고 400일 그렇게 다가올 텐데.

아직도 이렇게 울적해서 무엇하나.

싶기도 한데요.

도미노 게임을 사왔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같이 게임하자고 불러내고 대꾸도 없던 동생이

먼저 나와서 이렇게 깔아보고 저렇게 놓아보고 

재밌게 즐기고 있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아!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하고 깨달았지 뭐예요.

가족이 단란하게 웃으면서 얘기나누면서 시간 보내는 일 말이죠.

물론 아빠 계셨을 때 즐겼더라면 더 더 더 더 더 재밌었을 테지만.

남겨진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어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아빠 걱정 없이 고통 없이 편히 쉬세요.

아직은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서요.

아빠 뵈러 가는 게 큰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 되거든요.

조만간 좋은 소식 들고 찾아 뵐게요.

무슨 소식일까 두근두근 궁금해 하면서 기대해 주세요.

아무 소식 없더라도 우리 너무 보고 싶으실 것 같아서.

마음이 앞서서 저만치 가지만 말이에요.

 

아빠! 사랑하는 우리 아빠.

당신의 부재가 많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고 믿고

더 밝고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 갈게요.

서운해 하시지 말고 

우리를 항상 응원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빠의 소중한 딸 뽀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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