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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기

20210209 편지 10

by 뽀야뽀야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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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느덧 아빠가 쓰러지신 지 1년이 되었어요.

그날 오전에만 해도.

우리는 맛있는 밥상 차려놓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 했었죠.

다시마 간장 쌈을 해먹는 뽀야를 보며

그래! 그렇게 먹어야 건강하지. 하며 기특해 하셨었잖아요.

아빠가 오후에 엄마와 함께 친척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시고 나서.

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엄마는 옷갈아 입으러 방으로 들어가고.

저는 방에서 동생과 전화를 하고.

그 틈에 거실에 앉아 계시던 아빠가 쓰러지시고.

우리의 시계는 멈췄어요.

119가 와서 아빠를 구해냈을 때도 

이게 지금 내 삶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는가?!

수없이 생각해봐도 거짓 같기만 했던 날이었어요.

남들 다 평화로운 일요일 밤에 이게 웬 말이야.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나눠탄 구급차에서.

빌고 또 빌었어요.

그리고 현실감도 없이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지요.

아빠, 그 때 이미 우리는 준비했어야 되었어요.

수많은 시간들이.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기위한 때였다는 걸.

모르고, 그냥 밝게, 아무렇지 않게.

아빠는 언젠가 깨어날 거라고.

그렇게 순진하게 믿고 있었어요.

 

아빠께서는 우리의 별이었어요.

가장 밝게 빛나고 있었지요.

아빠가 이제 계시지 않는다는 걸 

엄마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세요.

다 거짓말 같다고.

현관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게 집에 돌아 올 것만 같아서.

우리 행복했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걸.

이제 여기서 아빠는 멈추고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 곳은 많이 춥지 않나요? 올해 겨울은 참 매섭네요.

아빠께서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우리는 추운 줄도 모르고 병원과 집을 오갔어요.

아빠의 상태가 멀쩡한 걸 확인해야 가슴이 놓이는.

그런 아슬아슬한 하루를 참 잘도 버텨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 자리에서 수많은 고통을 다 견뎌내신 아빠가 가장

위대한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우리 보고 싶다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해요.

점점 더 보고 싶어지니까 말이에요.

아빠 계신 곳에 좋은 소식 들고 찾아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잘 안 되었어요.

아빠 계셨으면 분명 더 열심히 하라고.

잘 될거야 하고 어깨를 토닥여 주셨을 텐데.

기죽지 마라고 활짝 웃어보이셨을 텐데.

저는 아빠 쓰러지시고 나서 제일 그리웠던 게.

아빠의 웃음이었어요.

아빠가 제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행위.

나를 보며 웃어보이는 것 말이에요.

 

아빠가 그야말로 숨만 붙어 있다는 걸.

그래도 그것만으로 감사했던 때였어요.

그런 모습으로라도 곁에 있어주셔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이라 죄송했어요.

지금은 모든 게 스러지고 우리는 삶 속에 뚝 떨궈졌어요.

그래도 셋이 똘똘 뭉쳐서 나름 잘 해나가고 있어요.

아빠가 걱정하실 것도 없이.

건강 잘 챙기면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기에요.

항상 연약한 저를 걱정 하셨었잖아요.

아빠가 어렸을 때 저를 데리고 다니며 시켰던 수많은 운동들.

그리고 부쩍 건강해진 저를 뿌듯해 하시던 모습.

어쩌면 나보다 내 앞날을 먼저 걱정하시던 근심 가득한 아빠 표정.

그걸 풀어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하지만 제 곁에는 엄마도 있고 동생도 있어요.

언젠가 자립하게 되는 날이 오면 아빠한테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

그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을게요.

아빠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되어 다행이에요.

하루하루 버텨주신 지난 날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빠, 앞으로 수많은 2월 9일이 있을 거에요.

그 날마다 저희는 착잡한 마음으로 보내겠죠.

하지만 이제는 그러기 보다는 밝은 추억, 행복했던 기억으로

덧칠하고 싶어요.

엄마는 아직도 아빠께서 엄마께 해주셨던 생일 파티 영상을

챙겨 보곤 하신대요.

우리의 깊어가는 그리움을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요.

아빠, 우리가 잘 살아내는 것만이 아빠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겠죠?

보란듯이 잘 살아야지! 어깨 쫙 펴고! 당당하게!

그렇게 말씀해주실 것 같아서. 

눈물이 나도, 행복해서 우는 거라고 거짓말하지 않을게요.

아직도 아빠가 이렇게 이르게 우리 곁을 떠나시게 된 상황이

억울하게 느껴지고 안타깝고 가슴 찢어지게 아프지만.

받아들이려 하고 있어요.

그러고 있어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조금 기다려 주세요.

아빠 뵈러 꼭 갈게요.

그 때 엄마가 펑펑 울더라도.

그러지 말라고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안아 주세요.

아빠한테 자신있게 살아가는 모습 많이 보이질 못해서.

후회되지만.

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제 글의 원천은 아빠에요.

아빠를 생각하면 하고 싶은 말들이 쏟아져 나와요.

제가 잘 할게요.

우리 가족 잘 지킬게요.

맏딸 믿고 편히 쉬세요.

 

사랑하는 우리 아빠 머리맡으로 가는 편지.

아빠의 두 손에 얹어 드립니다.

아빠의 귀한 딸내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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