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번째 사진을 감상중이다.
하얀 잠옷같은 옷을 입은 남길은 한손에 과자봉지를 든 채
뭔가를 응시하며 웃고 있다.
김배우는 입을 벌리면 아이같아 지는 것 같다.
귀여운 하얀 뿔테 안경이 의상과 찰떡이다.
왼쪽에는 SETH LOWER UNITS 라는 노란 책으로 얼굴을 가린 남길의 사진과
책을 읽다 지쳐 잠든 남길의 모습이 찍혀있다.
뭔 책인가 궁금해서 뒤져봤더니
94년부터 2017년까지 찍은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진의 내용은 다양한 일상의 물질들을 묘사하고 있고
물체들도 세트일 때가 있는가 하면 부분일 때도 있고 뭉탱이(?)일 때도 있다고.
그런 설명이 영어로 나와있어서 순간 당황한 나.
검색엔진이 있어서 참 편하구나 싶었다.
뽀야도 침대에서 과자 먹는 거 참 좋아하는데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무서워 시도는 못해보고 있다.
꼭 뭔가를 줄줄 흘리고 다니는 뽀야여서 그런거겠지만.
너무 현실감 없는 사진 아닌가.
저렇게 침대에서 웃고 떠들며 과자 먹고 그러면
엄마가 무척 싫어한다규.(절규)
과자 가격이 1.72유로인걸 보면 1300원정도 하는 거네.
우리나라도 과자 한 봉지에 1000원 거뜬히 넘으니까
비슷하구만.......
과자 가격이 너무 올랐다.
예전엔 만원이면 과자랑 음료수까지 넉넉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두세 봉지 사면 끝이다.
게다가 대용량 과자이거나 조금 비싼 거 고르면
등짝 맞을 수도 있다.
그 돈이면 다른 걸 먹지~ 하면서.
아마도 이 사진은 자기를 보며 그러고 있을 팬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과자봉지가 너무 기저귀 봉지 같이 생겼다.
색감도 딱 그렇고.
사실 기저귀는 생각도 하기 싫다.
아빠 간병할 때 매일 한 보따리씩 병실에 넣어줬는데
남는 게 없었다.
아빠의 활발한 배변활동은 박수칠 만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라도 계셔 주심이 감사한 일이었다는 걸.
또 그렇게 존재한다는 게 고통뿐이라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었음에도 매일 조금 더 버텨주시기를
기도했었다.
그건 고통의 연장이었을 텐데 말이다.
아빠의 고통을 빌고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아빠의 얼굴을 더 오래 보고 싶었다.
실제로는 면회도 잘 안되고 그저 생명의 연장이었지만.
그 고통을 다 감내하시고 결국 지금 이 세상에
형태로서 계시지는 않지만.
저녁에 잠들기 전에 가족사진 앞에서 아빠 얼굴을 바라보며
매일 말을 건다.
하루종일 힘들었던 일, 걱정되는 일 그런거 얘기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서 졸린 눈 비비며
사랑한다는 말로 맺어버리고 잠자리에 드는데
어제는 잠을 꽤나 설치었다.
아랫집이 너무 시끄럽기도 했고.
너무 더워서 뒤척였던 것도 같다.
사랑한다는 말이 모든 행위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을 거다.
그냥 사랑하니까 라고 퉁쳐버릴 수도 없을 거다.
조심스럽게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그저 연예인을 보면서 맛있는 음식에 취해서
사랑한다고 쉽게 말하곤 한다.
사랑의 무게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고 싶지 않다.
그 말은 아빠한테만 쓰고 싶다.
그러다가도 아빠가 그걸 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고 살려무나.
그렇게 말씀해주실 것만 같다.
아빠는 추억하는 거지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건 뽀야 너의 착각일수도 있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아서.
비대면으로 하는 사랑이 좋을 리가 없지.
자기 만족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나 한사람이 움직여서 좋은 영향을 퍼뜨릴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김남길이 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간다.
그가 과자 한조각을 손에 들고 그저 웃고 있는 사진첩을 보면서.
나도 과자 한 개 먹으면서 낄낄대면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운 존재는 가슴에 묻어두고
저녁에만 살포시 꺼내어 그리워하고
곱게 닦아서 다시 가슴팍에 집어 넣는다.
나의 끝없을 그리움은 그렇게 짙어져만 가는 것이다.
그리움이 병이 될까 무서워
다른 그리울 거리를 찾다보니 그를 만나게 되었다.
아, 이것도 병일 수도 있다.
상사병일까나.......(바보)
그런거 아니고 흥미로운 관심이다.
이걸 쓰는 동안에도 개구지게 웃고 있는 남길의 사진이
몹시 신경쓰인다.
왠지 나 보면서 웃고있지 않나 이거?!
그래, 그런 기분이겠지.
순백의 남길도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좀더 실용적인 옷들을 입어줬으면 좋겠다.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
미소가 아름다운 두번째 남자가 여기 사진첩 속에 있다.
첫번째는 당연히 우리 아빠이지.
아빠의 환한 웃는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누구든지 환한 웃음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
여러모로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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