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길은 4가지 컷 속에 갇혀있다.
아주 멀리서 내려다본 각도여서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하얀 방에 갇혀서 벽에서 이어지는 하얀 배관을 바라보고 서 있다.
무슨 생각에 빠진 것일까.
방탈출 게임 이런 것도 예전에 유행했던 것 같은데.
나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방은 방문 열고 나가는 거지.
뭘 저렇게 복잡하게 게임을 하고 그래.
라는 다 피곤하니까 비켜. 그런 느낌.
위를 올려다보는 남길 입술이 되게 붉다.
파란 바지를 입어서 그런가 붉은 색이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한참을 고민하고 벽짚고 서있던 남길은 어디론가 걷기 시작한다.
이번 페이지 오른쪽에는 작게 글도 써있다.
홀로서기에 관한 글인데.
나랑 참 거리가 먼 말 중에 하나이다.
홀로서기.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떠나려 한 적도 없고.
떠날 생각도 없는 듯.
지금 우리가 셋이 되어버린 상황에
독립은 더 어려운 말이 되었다.
언젠가 멀리 발령을 받으면 헤어지기야 하겠지만.
엄마는 그런 순간에도 나를 돌보기 위해 붙어다닐 거라고
예고한 바가 있다.
내가 든든하고 혼자서 할 일 척척 해내고
그러면 엄마의 생각이 바뀔텐데.
아쉽게도 나는 아직도 뭔가가 부족한 어른이다.
어른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독립력이 떨어진다.
요즘 혼자서 많이 새로운 걸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매일 엄마와 같이 하던 운동도 혼자서 해보고.
뭔가 물어보고 싶더라도 꾹 참고 혼자 생각해 보고.
일과를 일일이 보고 하지 않고.
뭔가를 살 때도 굳이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엄마의 추천을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허울좋게 둘러대고는 있지만.
그런 사소한 기댐도 엄마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돌이 한 두 개 쌓여서 무겁지 않지.
점점 쌓여가면서 묵직해 지는 거지.
뇌 활성화에 관한 게임이나 책에 흥미가 많다.
정확하게는 신경가소성, 뇌가소성 연구들이지.
아직 책의 절반밖에는 읽지 못하였지만 열심히 읽고 있다.
보게되면 술술 읽히는 부분이 있다.
아직 이 분야가 확립이 되지는 않은 분야라서 그런지.
되게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다.
[스스로 치유하는 뇌] 제목부터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근데 생각보다 작고 두꺼운 책이 와서 놀라기도 했었는데.
책을 5-6권씩 읽어대던 그 시절의 나는 어디에 있는가.
확실히 저녁 10시까지 버티면 할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난다.
주로 독서의 분야에서 여러 책을 조용하게 탐독할 수 있고.
차기작 명상도 하고. 아이디어도 적어둘 수 있고.
그런데 뒷골이 당겨서 그 시간까지 버티질 못한다.
이미 너무 오래 저녁 9시 종료형 인간으로 살아서.
전 아나운서 오상진인가? 그 분도 나처럼 9시 종료파라서.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그러던데.
9시 땡 하면 자야 돼서 말이다.
일찍 자는 건 다음날을 위한 좋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일을 하게 된다면
이 습관은 지켜지기 힘들어질 것 같다.
실제로도 그랬었고.
그래서 많이 피곤했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대학시절에 새벽 2-3시에 잠드는 친구가 부러웠다.
어떻게 그 시간에 깨어 있을 수 있지?! 라는
나의 놀람이 섞인 말에 친구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였다.
할 게 그렇게 많은데 금방 잠들 수 있겠느냐며.
주로 취미생활이었다.
나는 아무리 재밌는 걸 갖다 줘도 9시면 집중력 부분의 세포들이
다 집단 파업에 들어가서 도무지 인체가 균형있게 굴러가질 않는다.
오직 눕고 싶다는 의지만 커져갈 뿐이지.
아마 걷기를 꾸준하게 하면 체력이 더 키워질까나.
지금은 체력이 너무 달려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주말 같지가 않다.
딱히 해야할 일은 없지만.
되게 늘어지는 느낌이다.
아침부터 고요속에서 밥을 먹고
또 방에 들어와 조용히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나 두들기고
그래서 그런가?
삶하고 유리되어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격리...
그런 느낌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지식인도 아니고 삶과 유리되기는 커녕 찰싹 붙어서 잘 지내고 있지만.
오늘의 이 이상한 느낌은 뭘까?
아침에 일어나서 한 마디도 안 했어.
아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였는데.
나는 인간도 아닌건가.
엄마가 일찍 퇴근하는 토요일은
맛있는 특식을 먹는 날.
오늘의 메뉴는 라볶이와 쫄면이다.
면식 예이~!
엄마의 퇴근을 두근두근 기다리면서.
근데 너무 조용하니까 잠이 몰려온다.
아침인데 잠이 쏟아지게 만들다니 너무하잖아!
식혜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
벌써 20일이네. 한 달 금방 가겠네.
3월에는 더 좋은 소식이 팡팡 터져야 할텐데.
달력을 한 장씩 찢을 때마다 뭔가 아쉽다.
잘못 보낸 것 같아서.
하루하루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아빠를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참 소중하다는 것도.
그럼에도 평소에는 그걸 또 금방 잊어버리고
사소한 일에 짜증내고 서로 탓하고 그러면서
악감정을 쌓아간다.
그걸 멈춰야 하는데, 버릇이 된 건지 쉽지가 않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곘다.
사는 게 그냥 살면 되는 거 같겠지만.
사실 엄청 공들여 완성해내는 작품 같은 거다.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고 깊이가 있다.
나는 내 작품을 완성도 높게 만들고 싶다.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갈 거야.(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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