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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기

20210409 편지 12

by 뽀야뽀야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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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벌써 아빠 떠나신 지 300일이 되었어요.

매일 디데이 달력을 한 장씩 넘겨가며 많은 기분이 들어요.

심란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요.

시간이 아빠를 두고 이렇게 멀리 쭉쭉 나아간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야 하잖아요.

어째서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누리지 못했던가.

삶이 고달파서.

짊어지고 있는 생의 무게가 아찔해서.

그렇게 무거운 짐 내려놓지 못하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던가.

후회 뿐인 우리였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앞 날이 펼쳐져 있는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잖아요?!

살아 남은 사람들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어요.

남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 내는 걸 텐데 말이예요.

 

2021년이 되어서 뽀야는 도전을 많이 시작했어요.

다, 아빠의 말없는 응원 덕분이라는 거 아시죠?

시시콜콜한 얘기들 다 꺼내서 하는 뽀야니까.

그럴 때면 아빠는 쿨하게 웃어주시곤 했잖아요.

[그런 거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에 빨리 붙어야지.]

그렇게 말씀해주시면서 살짝 웃어주실 때가 좋았는데.

어떤 의무감이나 핀잔을 주는 방식이 아닌.

아빠만의 너그러운 토닥임이 있었는데 말이죠.

 

이제 또 봄이 오고 있어요.

아빠와 보냈던 수많은 봄들을 생각하면.

그 땐 왜 그러지 못했나.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그래도 전주여행을 갔던 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땡볕아래 거닐며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어도.

길거리에 놓인 얼음덩어리며 한옥이며 정말 멋졌었죠.

그리고 곡성에서 기차탔던 일도 기억나요.

그 때 사진을 보면 또 눈물짓게 되니까. 

마음 속에 꼭꼭 감춰두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아빠가 떠난 뒤에도 아빠 이야기를 곧잘 하곤 해요.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요.

어느 한 사람이 먼저 울먹거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으니까.

 

뽀야,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아요.

아빠 계실 땐 내 자신에게 너무 허용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러닝머신 30분, 40분이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지금은 1시간, 2시간도 하고 있는 걸요.

왜 좀 더 일찍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했나. 또 아쉬움이 남아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잘 해내는 뽀야이고 싶은데.

아빠가 곁에 계시질 않으니까. 뭘 해도 흥이 나지 않아요.

아빠 방에서 울려퍼지던 트로트의 슬픈 곡조도 그립고요.

 

아빠,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셨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아빠는 항상 밝게 웃는 모습 이에요.

위풍당당하던 아빠의 모습.

언제까지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이야 선명한데.

세월이 흐르면 나도 모르게 기억 속 귀퉁이가 바랠까봐서요.

아빠....

하고 부르면 당장에라도 달려와 주실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요.

 

그립고 또 보고싶은 우리 아빠.

늘 하는 말이지만 걱정없이 고통없이 이제 편히 쉬세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걱정하고 아꼈던 딸내미 뽀야는.

오늘도 세상에 부딪치고 깨져가며 배우고 있고.

그렇게 일상을 꽉꽉 채워 잘 살아나가고 있어요.

아빠가 곁에 항상 계셔주신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고요.

 

그나저나 아빠 뵈러 가야하는데.

코로나가 기승이에요.

교통수단도 불편해서 가려면 큰 마음먹고 가야 하는데.

아직 우리가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그래서 매일 밤 아빠께 안부인사도 드리고, 기도도 하니까.

조금 기다려 주시기에요?!

아빠는 인내심이 엄청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우리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요.

뽀야도 소중한 마음 꼭꼭 싸두었다가 아빠 뵈러 갈 때 다 풀어 헤칠 게요.

아빠께 전하는 소식 중에 좋은 소식 몇 개가 있다면 정말 기분좋을 텐데요.

그러기 위해 매일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예쁘게 봐주세요.

아빠한테는 부족함 많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철 없는 딸내미였지만.

이제는 우리집 기둥 역할 하고 있는 그런 딸이니까요.

아빠를 떠나보내는 이런 일이 있고나서.

건강에 되게 신경쓰게 되었어요.

면식도 줄이고 운동은 늘리고 마음 도닥이고.

그리고 체력이 붙으니까 평소에는 허덕이던 공부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성과가 1년을 기준으로 나는 분야이다 보니.

아직은 뭐 이렇다 할 결과가 없지만요.

자격증 공부도 도전하고 여기저기 분야도 넓혀가서.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보려고요.

아빠도 그러는 걸 바라실 것 같아서요.

 

아빠..... 뽀야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300일이 이렇게나 금방 올 줄은 몰랐는데.

정말 눈물나게 원통하고 힘든 시간들을 걸어왔기에.

이제는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빠의 무게를 온전히 다 지워낼 수는 없을 거고.

평생 갖고 살아가야하는 거겠지만.

원망하지 않고, 탓하지 않고. 감내해 볼 게요.

언젠가 아빠를 다시 만나 꼭 껴안을 수 있을 그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 내 볼게요.

아빠는 그냥 거기서 웃으면서 지켜봐 주시면 돼요.

그리고 뽀야가 지쳐서 힘겨워 하고 있을 때.

가끔 꿈에라도 오셔서 기운 좀 북돋아 주세요.

[잘 할 수 있다고. 넌 할 수 있다고.]

그 몇 마디에 다시 힘을 얻어 달릴 수 있게 말이에요.

 

항상 아빠께서 주신 은혜로움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뽀야 될게요.

우리 사이에 영겁의 강이 흐르고 있어.

자유롭게 만날 수 없지만.

뽀야는 항상 아빠를 생각해요.

울적해지고 힘든 날이면 아빠 사진 보며 숨죽여 울음 삼키는 뽀야예요.

이제는 그만 울래요.

그러니 아빠도 웃기만 하셨음 좋겠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할 거에요.

 

아빠, 아빠. 

제겐 너무 멋지고 다정하신 아빠였어요.

저를 세상에 내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빠를 오래 기억하고 싶은 딸내미 뽀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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