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소천 1주기를 맞이하며
아빠,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서.
1주기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아빠아빠, 시간이 우리를 남겨두고
먼 발치로 가버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매일 믿을 수가 없어요.
제수용품을 사러 다닐 때도.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아빠 영정 사진을 마주하고 보니.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끓어 오르더라고요.
아마 그리움이 아니었을지.
이제는 이 곳에 존재할 수 없는 당신이기에.
당신의 그림자를 뒤쫓아 살아 온 삶이기에.
한번도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당신께 따스하게
다가갈 수가 없었어서.
통한의 괴로움을 안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우리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아빠 찾아 오시는데 어렵지는 않으셨을지.
저희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우린 아직 아빠가 필요해요.
예의와 격식을 중요히 여기시던 당신었기에.
오늘 같은 날 더욱 더 떠오르고, 그립고 그래요.
다행히 외삼촌댁에서 와주셔서 쓸쓸하지 않게.
눈물 콱 쏟지 않게.
무사히 제사를 치러낼 수 있었어요.
이런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건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 같아요.
엄마는 아빠 영정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지만.
꼭, 짭짤한 물 방울이 볼위를 타고 흘러야만 눈물인가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아빠 제사상 차림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분위기에 취해서, 살짝 들떴는지도 몰라요.
반가운 사람들과의 반가운 대화는 끝날 줄을 모르고.
모두 보내드리고 나니 저녁 11시 10분.
뒷정리를 하다보니 12시가 다 된 시각이었어요.
이상하게도 야심한 시각인데도 졸리지가 않더라고요.
아빠께서 흐뭇하게 지켜보셨을 거라 짐작돼요.
아직은 첫 제사라 많이 부족했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시고 잘 흠향하시고 가셨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 가족 변함없이 똘똘 뭉쳐서.
이 한 생. 잘 살아내볼 테니까.
아빠는 그저 웃으면서 옆에서 응원해주세요.
벌써 1년이라니
진짜 믿어지지가 않네요.
아빠의 존재를 지워가는 세상이 얄밉고요.
아빠는 항상 저희 마음속에 살아계시다는 거.
잘 아시죠? 너무 서운해 마셨으면 좋겠어요.
딸내미는 항상 도전에 직면해 있으니까.
불안하고 두렵고 떨리고 그러는데.
아빠가 나를 지켜보고 계시다고 생각하면.
떨리는 가슴도 잦아들고, 평온이 와요.
그런 존재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까.
아빠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라는 말씀은 하지 마시기에요.
당신이 계셨기에.
제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받으며 지낼 수 있었다는 걸.
부서질세라, 떨어져 깨질세라.
귀중히 소중히 여겼던 그 마음.
이제 제가 이어받을 게요.
아빠는 사후에 잘해봤자
다 부질없다고 하셨었지만.
이번 한번 만큼은 저희 얘기를 들어주세요.
아빠 제사라는 딱딱한 일정이 아니라.
아빠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빠를 그리워하고,
서로 사는 얘기 하면서 덕담 나누는 기회가 된다는 걸.
그런 기회를 주신 것 같아서 또 눈가가 찡해져요.
이제 1년이에요.
앞으로 펼쳐질 많은 뽀야의 날들에 항상 함께 해 주세요.
아빠는 세상을 떠나도 뽀야를 절대 그만 둘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뽀야는 아빠의 아픈 손가락이니까.
때론 혼자 무너지고 넘어지고 구르고 하겠지만.
아빠와 함께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진정될 때에.
그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제가 되게 하소서.
아빠는 정말 멋진 아빠, 든든한 아빠, 귀여운 아빠,
우리 집안의 기둥이셨던 아빠였어요.
아빠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던.
모든 걸 짊어지시느라 아프셨을 텐데도.
그 마음 제대로 헤아려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싶으시겠지만.
아무리 아빠가 발버둥쳐도 저는 끝까지 아빠를 추모하고 기억할 거에요.
지금부터가 더 소중한 날들이 아닐까.
아빠가 영원으로 가게 된 날부터.
이제 제 곁에 계신 엄마를 정성으로 보필해야한다는 사실이.
더 깊게 다가오네요.
행복한 날들이 점이 되어 연결해 보면 선이 되고.
선이 차곡차곡 쌓아올려져서 한 폭의 그림이 되었어요.
우리의 추억 여행도 참 소중했고요.
그 때 이런 말을 해보면 어땠을까...?
아빠 정말 많이 사랑해요.
부족한 딸 돌봐주시느라 항상 애쓰시는 거 잘 알아요.
언제나 감사해요.
이 말씀을 생전에 다하지 못한 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너무너무 속상하고 슬퍼요.
내가 아무리 눈물 흘린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거에요.
제가 우는 걸 아빠도 바라시지 않겠죠.
그래서 더 웃으며 아빠 얘기를 나누곤 해요.
그런 사람이 있었지.....참 바보같이 착한 사람.
아빠가 식후에 깎아 주시던 과일을 한동안은 못 먹었어요.
아빠 생각이 울컥울컥 떠오르니까요.
이제는 내가 밝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아빠의 마지막 소원일 거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까요.
아빠 없이. 조금은 슬픔을 묻어둔 채로.
슬픔이라는 얼룩이 묻어서 잘 빠지지가 않아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이 이해가 가요.
일상 속에서 이렇게 아빠를 기릴 수 있는 날이 오니까.
색다르고, 더 보고싶고 그래요.
오늘 오시느라 가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닿을 수 없는 마음일랑 고이 접어두고.
우리 앞만 보고 가기로 해요.
가끔 아빠 추억 소환하며 재밌게 지낼 테니까.
아빠도 너무 원통해 마시고,
그저 늘 하는 말 그대로.
고통없이 걱정없이 편히, 쉬세요.
사랑해, 사랑해 아빠.
내 인생에 하나밖에 없을 그 이름.
소중한 딸내미 뽀야가
아빠께 올리는 1주기 편지.
사랑해, 감사해,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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