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효do

27.동화 같은 마을

by 뽀야뽀야 2020. 5. 1.
반응형

요즘 날이 많이 좋아졌고

집에서 운동하기에는 전기세도 많이 들고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 

산책을 하게 됐다.

물론 마스크는 꼭꼭 착용하고.

이 단지가 나무가 많다. 

그래서 걷고 있자면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꿈에 그리던 그런 동네라고나 할까.

햇살이 나무에 걸려서 쫙 바닥에 흩뿌려지면

그 반짝임이 너무나 아름답다.

엄마와 나는 두팔 간격으로 걷는다.

새소리가 나는 것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신호라고 

누군가 그랬었다.

어떤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고 이렇게나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귈까.

때론 모든 게 동화 속 일들만 같다.

지긋지긋 했던 현실도 그저 동화처럼.

삶은 멀찍이서 바라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비극이다.

라는 말도 있었지.

우리가 산책할 수 있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고

식물들이 이렇게 우거져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그네들은 나무런 대가도 없이 숨 쉬어 산소를 내뿜고

아름다운 빛깔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동네 강아지들의 쉬운 희생양이 되며

몇 번이고 밟혀도 꿋꿋하게 자라는 들풀이 된다.

삼림욕을 좋아한다.

산 속에 들어가면 공기부터가 다르다.

정상으로 향하면 향할 수록 모든 것이 아름답다.

이마빼기에 땀 한 방울.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숲을 볼 줄 안다.

나란히 나란히 붙어 서서 작은 숨 고르며

서로 부대낄 때

울려퍼지는 사라락 사라락 나뭇가지 소리.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털어내는 나무의 비명.

찰찰찰 맺히는 나뭇잎 기지개 펴는 소리.

마트에서 온몸이 대강 잘려진 채 본인의 몸보다도 작은 화분에

꽉 낑기어 전시되어 있는 꽃나무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저렇게 해서라도 기쁨을 주고싶은 게 너희들 모습이구나.

해서 반갑기도 하고.

산책길에 있는 조그만 농원이 손님 없이 운영되는 것이 버거워 보이기도 하고

몇 달 전에는 우리집 고목이 분갈이 하려고 꼭대기층에서 저 아래 농원까지

끌차 끌고 낑낑대며 계단을 내려왔던 기억도 있는데

그 순간 숨통이 좀 트였을까.

영양제 돌멩이를 깔아 줄 때 조금은 기뻐 했을까.

네가 이 봄에 다시 소생하여 연둣빛 잎을 뽐내는 걸 보면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다.

즐거운 산책길이 자주 있기를 바라면서

언젠가는 답답한 마스크 벗어던지고

내 입으로 너의 이름을 불러 볼 수 있겠지.

나무야, 고마워.

 

 

반응형

'효do'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솔직함이라는 양날의 검  (0) 2020.05.04
28.커튼 걷는 것을 잊은 사람들  (0) 2020.05.03
26.우리집 미용사  (0) 2020.04.29
25.카네이션  (0) 2020.04.28
24.다큐를 찾아서  (2) 202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