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듣는다.
솔직하게 살라고.
그 날은 고객센터에 문의할 것이 좀 있었다.
본인이 못 갈 것 같아서 대리인 서류를 준비하려는데
엄마가 옆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뭘 그런걸 묻니 너는(그냥 본인인 척 하면 되지)~"
이게 화를 낼 만한 일인가?
규칙을 지키려는 나와 어물쩍 넘어가려는 엄마.
솔직함은 정말 세상 살 줄 모르는 아이의 해맑은 무기인가.
솔직함이 나를 해치는 무기가 될 줄이야.
오히려 세상의 부정을 베어버릴 든든한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자기 하나 편하자고 그런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을 거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가니까 또 뭐라 하기도 애매하고.
엄마랑 다툴 때마다 엄마가 10년씩 늙는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상처는 쌓이고 쌓여서 누적되어 가는 거라고.
하지만 상처 없이 새살이 돋지 않는다.
어느정도의 상처는 감안하고 우리는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에는 나의 뜻대로 서류 준비해서 해결하긴 했지만
찝찝함이 남는 것이다.
내가 말하자면 유도리가 없는 것인가.
앞으로 비슷한 마찰이 수없이 많을텐데
거기서 하나하나 스트레스 받으면 어떻게 살지?
좀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길이 공사중이면 빙 돌아 좀 걸으세요.
다른 사람 못본 틈 타서 몰래 건너려다가 다치지 말고.
아픈 걸 잘 못견디는 체질이다.
그럼에도 새살을 틔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의 끝에서 엄마랑 손 마주잡고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혼자는 너무 외로우니까.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엄마한테 더이상 나쁜 말 하고 싶지도 않고
둥글게둥글게, 그렇게.
어떤 어려움이 와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오늘도 콩콩. 점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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