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 닳아 버린 텅빈 락스통.
아마 다시 살 수야 있겠지만.
아빠께서 반쯤은(?) 들이 마셨고(!) 나머지는 욕실청소에 사용하셨다.
처음에는 위험하게도 분무기에 락스를 덜어 뿌려서
청소하시곤 했었다.
우리들은 그런 위험한 청소를 극구 말렸지만......
내가 안 하면 니들이 할꺼냐? 라는 논리로
우리 집안에서 사랑의 락스맨을 도맡아 하셨었다.
아래 사진의 통에다가 락스를 덜어 붓으로 바르는 방식으로 바뀐지가
얼마 안 되었다.
그렇게 하는데도 독해서
아빠가 청소하고 계시면 욕실 밖에서 들릴 정도로
헛기침을 하시고 그랬었다.
뽀야는 그 때 뭐하고 있었는가 하면
락스냄새가 방에 들어온다고 방문 꼭닫고 할일을 하고 있었지.
바보같은 녀석......
아빠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청소하고 있는데
거들어드리지는 못할 망정
아빠 냄새난다고. 문 좀 열고 하시라고
끝없는 투덜투덜.
반성합니다.
그리고 아빠의 근성을 정말 만땅으로 인정합니다.
욕실을 눈이부시게 만들었던 것도 아빠임을 인정합니다.
구석구석 꼼꼼하기도 하시지!
물때 끼는 자리면 어김없이 붓질 슥슥슥.
그리고 조금 기다렸다가 물로 헹궈내기.
거친 기침소리를 남기고 가슴에 락스통을 껴안고
그렇게 멋진 용사처럼 욕실을 나서던 아빠의 모습이.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굉장히 용맹스럽고 어떤 전투에서 승리한 용사보다 더
멋진 모습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되었다.
매일 얘기했었지.
아빠는 락스맨이라고.
락스를 너무 좋아해!
'세상에 이런일이'에 보면 물파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온몸에 물파스를 바르는 아저씨가 나오신 적이 있는데
설마, 아빠도 락스를...?
바르진 않았지만
거의 바른거나 다름없다.
공중에 분사하며, 또 붓으로 칠하면서 기화된 락스를
들이 마셨을 테니까.
비슷하게도 차량 의자 등받이를 반짝 반짝 빛내주는
레자 왁스라는게 있다.
그것도 분무형식인데
아빠께서는 가끔씩
일을 마치고 차량 청소를 할 때
그 레자 왁스를 뿌리면 가슴에 고통이 뻐근하게 온다고
말씀하셨었다.
우리는 아빠가 고되게 일해서 그런줄로만 알았지.
하지만 거기에 더해져서 나쁜 약물 알갱이들을
아빠가 매일 소량씩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반적으로 우리는 아빠에 대해 잘 몰랐다.
아빠, 우리집 사랑의 락스맨 아빠.
멋쟁이 레자 왁스 맨 아빠.
존경스러워요.
멋져요.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었다.
아빠랑 만날 수 있었던 면회 시간에도
뽀야는 항상 이 말을 잊지 않았다.
[아빠, 지금 너무 멋있어요. 우리를 위해 버텨주시는 모습이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아빠 어서 일어나세요.]
아빠는 끝내 일어나실 수 없었지만
아빠가 멋진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팩트'이다.
멋쟁이라는 말을 그렇게나 좋아하셨었는데.
멋쟁이 락스맨 아빠.
오늘도 뽀야가 아빠를 많이 사랑해요.
눈물로 얼룩진 뽀야 마음도 락스로 닦아 주세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아빠, 우리집 청소는 이제 뽀야가 도맡을게요.
들어는 보셨나? 사랑의 치약 걸 뽀야.
솔에 치약 조금 뭍혀서 세면대 닦으면
얼마나 반질반질한지 다들 아시려나?
듣기로는 군대 내무반에서 치약으로 마루를 닦는다던데
그렇게 독한 약품을 매일, 그것도 취약한 입 속으로 가져가서
닦아내는데 대부분 많이 헹궈내지 않는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위험해라.
락스로 시작해서 치약으로 가는 이 의식의 흐름 어찌할꼬?
오늘의 결론1. 락스는 위험하다. 적당히 안전하게 사용하자.
오늘의 결론2. 치약은 위험하다. 확실히 헹구자.
아빠사랑은 뽀야사랑.
뽀야사랑은 아빠사랑.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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