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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do

40.홍시

by 뽀야뽀야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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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의 홍시가 떠오르는 감나무 사진.

산책 할 때마다 엄마의 눈은 감나무 필터가 씌워진다.

어디에 감나무가 있고 감이 열리고 있는지

귀신같이 쏙쏙 찾아낸다.

아마 주황색 필터일 것 같다.

[와~ 저기봐라 감이다!]

감좀 잡으실 줄 아는 우리 엄마는.

요새 가수 나훈아에 푹 빠지셨다.

나훈아 콘서트가 티비에서 방영되고 나서 

아마 곳곳에서는 새롭게 팬이 확 늘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젊은이(!)인 뽀야조차 반할 정도였으니까.

무대는 화려했고 볼거리가 가득이었다.

거기에 찰진 나훈아 오빠의 입담.

초 당당한 퍼포먼스.

 

나훈아 오빠의 노래에도 홍시라는 노래가 있다.

엄마는 달콤하고 흐물거리는 홍시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한 때 박스채로 사서 아빠와 먹다가 둘다 변비에 걸렸다.

뽀야는 문틈에서 바라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하면서.

그런데 가수 나훈아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굉장히 고민되는 것이다.

물론 오빠가 어울리기는 한데

내 나이와 훈아오빠의 나이를 따져보면......

에라 모르겠다.

한 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지 뭐.

인터넷 상에서도 가수 남진과 나훈아를 견주었을 때 

남진은 아저씨라 불러야 할 것 같고 

나훈아는 오빠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엄마는 걸으면서 이런 저런 옛이야기를 내게 해주곤 하신다.

감나무의 감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래서 우리도 발견하면 바로 따는 게 좋다는 것.

그러나 이정도 높이의 과실수는 약 치니까 위험하다는 뽀야의 말.

그래도 엄마의 감에 대한 열정은 농약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꼭대기에 하나만 남겨놓고 사람들이 다 따가는데

안따면 손해라는 말도.

그렇게 꼭대기에 남겨놓는 감은 새들을 위한 거네?

하고 뽀야가 말하면 엄마는 끄덕이며 

그런게 까치밥이야.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내가 책에서 줄쳐가면서 까치밥, 까치밥 외운다고 해서 

오늘 이 가을하늘 아래 산책하며 엄마와 나눈 대화보다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자연주의교육을 주장했던 루소와 서머힐학교가 떠올랐다.

그래도 한 때 교육학에 심취했던 사람으로서

이렇게 산책 할때면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오늘은 이런 말을 해보고 싶다.

 

PC족이 되자는 것.

우리 젊은이들이 방구석에서 PC만 만질 것이 아니라

사실 만져야 할 것은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Parents Care의 약자로 PC족이 되자는 것이다.

뽀야가 쑥쓰럽게나마 한 번 주장해 본다.

부모님들은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신다.

그저 자식 잘 되는 거.

내 자식 배 안 곯게 하는 거.

엄마 아빠의 이마를 쓰다듬어 본 자식이 얼마나 있을까?

어렸을 때 우리는 수도없이 쓰다듬 받았는데

그거의 반의 반도 되돌리지 못하며 산다.

뽀야도 아빠의 이마를 쓰다듬을 수 있었던 때가

아빠 쓰러지셨을 때. 면회 갔을 때.

그 정도였다.

너무나 부끄러운 현대 자식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맞추기가 

예능의 소재로 쓰이는 일이 잦다.

특히 전화 걸어서 마음이 통하는지 아닌지 알아보면서

배꼽이 빠지게 웃어제끼는 와중에

뽀야는 씁쓸해진다.

이 상황이 웃긴가?!

가슴아프지.

웃고 있는 뽀야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서글퍼진다.

엄마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감.

뽀야는 감도 없지.

아무 눈치가 없지.

한 번 사드린 적도 없다.

깎아드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칼 위험하다고 만지지 마라고

엄마가 깎아줄게 해도 

뿌리치지 못하고 그냥 칼을 넘겨주고 말았다.

언제까지 넘기기만 할 건가.

시간은 정말 무섭게 휘몰아치고 지나가는데

그 급류 속에서 또 어쩔 수 없었고 

나는 늘 바빴다는 이유로 변명만 늘어놓을 건가.

엄마를 꽉 안아 줄 수 있는 두 팔을 놀리지 말자.

가끔이라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마음껏 

나눠 먹자.

 

뽀야가 또 가게 아줌마 말에 얇은 귀 팔랑이며 어딘가 썩은 

감을 사오더라도

엄마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뽀야 마음이잖아요.

조금 손해 보면 어때.

 

효도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걸 

무턱대고 저지르면 안된다는 걸.

눈치가 너무 없는 뽀야는 타이밍 맞추기가 참 힘들다.

어느새 일상으로 안착한 우리 가족에게 

다시 가족 사랑얘기 꺼내면 

또 나만 뒤처진 것 같아 

또는 아직도 아빠를 떠나보낼 준비를 못하고 절름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내 모습 그대로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 많이 드시면 

아무리 좋아하는 거라고 해도 몇 개는 숨겨놓을 테야.

또 변비 걸리면 정말 시츄만도 못한 거다.

 

오늘부터 뽀야는 PC족 1호로 가입할 거다.

수많은 CARE 법을 만들어 나가야지.

몸부터 마음까지 살살 어루만져야지.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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