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홍시가 떠오르는 감나무 사진.
산책 할 때마다 엄마의 눈은 감나무 필터가 씌워진다.
어디에 감나무가 있고 감이 열리고 있는지
귀신같이 쏙쏙 찾아낸다.
아마 주황색 필터일 것 같다.
[와~ 저기봐라 감이다!]
감좀 잡으실 줄 아는 우리 엄마는.
요새 가수 나훈아에 푹 빠지셨다.
나훈아 콘서트가 티비에서 방영되고 나서
아마 곳곳에서는 새롭게 팬이 확 늘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젊은이(!)인 뽀야조차 반할 정도였으니까.
무대는 화려했고 볼거리가 가득이었다.
거기에 찰진 나훈아 오빠의 입담.
초 당당한 퍼포먼스.
나훈아 오빠의 노래에도 홍시라는 노래가 있다.
엄마는 달콤하고 흐물거리는 홍시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한 때 박스채로 사서 아빠와 먹다가 둘다 변비에 걸렸다.
뽀야는 문틈에서 바라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내 이럴줄 알았지 하면서.
그런데 가수 나훈아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굉장히 고민되는 것이다.
물론 오빠가 어울리기는 한데
내 나이와 훈아오빠의 나이를 따져보면......
에라 모르겠다.
한 번 오빠는 영원한 오빠지 뭐.
인터넷 상에서도 가수 남진과 나훈아를 견주었을 때
남진은 아저씨라 불러야 할 것 같고
나훈아는 오빠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엄마는 걸으면서 이런 저런 옛이야기를 내게 해주곤 하신다.
감나무의 감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래서 우리도 발견하면 바로 따는 게 좋다는 것.
그러나 이정도 높이의 과실수는 약 치니까 위험하다는 뽀야의 말.
그래도 엄마의 감에 대한 열정은 농약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꼭대기에 하나만 남겨놓고 사람들이 다 따가는데
안따면 손해라는 말도.
그렇게 꼭대기에 남겨놓는 감은 새들을 위한 거네?
하고 뽀야가 말하면 엄마는 끄덕이며
그런게 까치밥이야.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내가 책에서 줄쳐가면서 까치밥, 까치밥 외운다고 해서
오늘 이 가을하늘 아래 산책하며 엄마와 나눈 대화보다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자연주의교육을 주장했던 루소와 서머힐학교가 떠올랐다.
그래도 한 때 교육학에 심취했던 사람으로서
이렇게 산책 할때면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오늘은 이런 말을 해보고 싶다.
PC족이 되자는 것.
우리 젊은이들이 방구석에서 PC만 만질 것이 아니라
사실 만져야 할 것은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Parents Care의 약자로 PC족이 되자는 것이다.
뽀야가 쑥쓰럽게나마 한 번 주장해 본다.
부모님들은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신다.
그저 자식 잘 되는 거.
내 자식 배 안 곯게 하는 거.
엄마 아빠의 이마를 쓰다듬어 본 자식이 얼마나 있을까?
어렸을 때 우리는 수도없이 쓰다듬 받았는데
그거의 반의 반도 되돌리지 못하며 산다.
뽀야도 아빠의 이마를 쓰다듬을 수 있었던 때가
아빠 쓰러지셨을 때. 면회 갔을 때.
그 정도였다.
너무나 부끄러운 현대 자식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엄마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맞추기가
예능의 소재로 쓰이는 일이 잦다.
특히 전화 걸어서 마음이 통하는지 아닌지 알아보면서
배꼽이 빠지게 웃어제끼는 와중에
뽀야는 씁쓸해진다.
이 상황이 웃긴가?!
가슴아프지.
웃고 있는 뽀야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서글퍼진다.
엄마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감.
뽀야는 감도 없지.
아무 눈치가 없지.
한 번 사드린 적도 없다.
깎아드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칼 위험하다고 만지지 마라고
엄마가 깎아줄게 해도
뿌리치지 못하고 그냥 칼을 넘겨주고 말았다.
언제까지 넘기기만 할 건가.
시간은 정말 무섭게 휘몰아치고 지나가는데
그 급류 속에서 또 어쩔 수 없었고
나는 늘 바빴다는 이유로 변명만 늘어놓을 건가.
엄마를 꽉 안아 줄 수 있는 두 팔을 놀리지 말자.
가끔이라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마음껏
나눠 먹자.
뽀야가 또 가게 아줌마 말에 얇은 귀 팔랑이며 어딘가 썩은
감을 사오더라도
엄마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뽀야 마음이잖아요.
조금 손해 보면 어때.
효도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걸
무턱대고 저지르면 안된다는 걸.
눈치가 너무 없는 뽀야는 타이밍 맞추기가 참 힘들다.
어느새 일상으로 안착한 우리 가족에게
다시 가족 사랑얘기 꺼내면
또 나만 뒤처진 것 같아
또는 아직도 아빠를 떠나보낼 준비를 못하고 절름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내 모습 그대로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감 많이 드시면
아무리 좋아하는 거라고 해도 몇 개는 숨겨놓을 테야.
또 변비 걸리면 정말 시츄만도 못한 거다.
오늘부터 뽀야는 PC족 1호로 가입할 거다.
수많은 CARE 법을 만들어 나가야지.
몸부터 마음까지 살살 어루만져야지.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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