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이렇게 예쁘게 과일을 깎아서 상에다 올려놓고
출근할 때도 문소리 안나게 슬쩍 나가는 그런 사람.
일본은 목조건물이라 조금만 걸어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서
소리없이 걷는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닌자들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우리집에는 소리없는 엄마라는 닌자가 있는 듯하다.
닌자는 조용히 과일을 깎기 시작한다.
단잠에 푹 빠진 아들 딸은 깨어날 기색이 없다.
음식물 쓰레기 통에 모아진 과일껍질들을 보면 또 예술이다.
안 끊어지게 잘라놨어...!
진짜 닌자 아니야 이거?!
하긴 과일 깎는 닌자는 들어본 적이 없긴 하다.
뽀야가 너무 과일을 안 먹으니까 엄마는 강제 주입 계획을 세워본 것이다.
아침에 이렇게 예쁘게 깎아놓으면 남길 수가 없겠지. 하고.
그 계획 대로 뽀야는 한 조각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우고
풍부한 식이섬유 탓인지는 몰라도
묵직한 응아를 퐁퐁 싸대고
개운한 마음으로 운동을 하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뭐 내키면 공부도 하고.......(뭐시라?!)
나라는 놈은 그저 똥만드는 기계라는 걸
만화책 보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집에 들어앉아 있다보면 매일 먹고 싸고 하는 게 일이다.
근데 문제는 이 일이 잘 안돌아가는 때도 있다는 것.
물을 과하게 덜 먹거나 끼니를 거르거나 하면
영락없이 찾아오는 일시적인 변비와 식욕부진.
진짜 잘 먹고 잘 싸는 게 세상 중요하다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까?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다들 알고 있겠지..?
뽀야만 모르고 있었던 거 맞지...?(힝)
어느새 아침부터 아빠 얘기로 눈물 톡톡 짜내던 뽀야는
똥얘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몸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막힘없이 타자를 두드리기 시작하는데...
다시 과일 얘기로 돌아가면
엄마의 정성이 담긴 과일을 보고 있자니
또 아빠가 떠오르는데 이 집에 첩자는 내가 분명하다.
모두들 과일을 엄청 좋아하는데 뽀야는 그다지.
사실 씹어야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거리낌이 있는 뽀야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그것도 알아서 깎아먹으라는 것도 아니고
입 앞에다가 배달해 주는데도.
그래서 가끔은 밥먹으려고 입을 벌리는데
턱과 귀 있는 쪽이 정말 얼얼하게 아픈 것이다.
너무 아구창(전라도 사투리. 아가리의 방언)을 벌리지 않아서 그런건가...?
그리고 유난히 잠이 많고 씻기를 꺼리며
귀차니스트에다가 회피의 달인.
뭐..... 난 주워왔나보다.(힝)
생긴건 아빠를 빼다박았는데
성격이 조금......아니 많이 문제가 있다(!)
아침 과일을 먹으며
썰어준 과일을 다 먹다니 이건 기네스감이다...!
하고 홀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점심은 맛좋은 카레가 기다리고 있다.
요즘 유난히 카레 자주 먹는 것 같은데
만드는 것도 꽤나 번거로움에도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의 선택을 받은 요리이다.
가루를 개서 고기와 채소를 볶아 직접 만든 카레는
몇 분카레를 뛰어넘는 맛을 자랑한다.
어차피 그 회사 가루이기는 하지만서도~(히히)
밥 먹을 때 똥 얘기좀 하지 말라고 하도
잔소리를 들어서 이젠 짱구아빠 대사는 치지도 않을테야.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남겨보자면
바로 이런 것.
[똥 먹을 때 카레 얘기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