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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702

동글동글 나무 조경의 아름다움이 이런 것일까. 그저 처음엔 비뚤빼뚤 나무였을 텐데. 동글동글 귀엽게 조경을 해놓았다. 미세먼지가 나쁨이었던 어제였지만 조금 멀리까지 산책을 간 의미가 있었다.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도 새로운 나무, 새로운 꽃들과 마주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학창시절 거닐던 그 거리와 지금 엄마와 함께 걷는 이 걸음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나만이 알고 있다. 그 당시는 학교 조경의 아름다움 이런 건 느끼지도 못했었지. 왜냐면 빡빡한 시간표에 맞춰진 삶을 살아야 했기에. 항상 학점 빡빡하게 채우던 나였으니까. 벤치에 앉아 쉴 여유도. 천천히 걸으며 하늘과 나무를 감상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캠퍼스를 다시 거닐며 앉지 못했던 곳에 앉아보며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금 바라보며 세상이 이렇게 아름.. 2020. 11. 16.
46.TV대첩 TV좀 그만보라 말하는 뽀야와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TV를 보는 엄마. 아니 틀어놓지 않으면 뭔가 적적한 건 나도 알겠는데. 지금은 엄마가 일을 하고 계셔서 오전 타임에는 TV를 켜두지 않지만 사실 TV는 바보상자인데. 그걸 마냥 틀어놓고 지내는 엄마를 보면 가슴이 저릿하다. 그래서 뽀야는 초반에 엄마와 TV를 두고 많이 싸웠다. 하지만 동생은 엄마한테 TV밖에 취미활동이 없는데 TV를 보지 말라는 것은 엄마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하도 뽀야를 설득해서 이제는 뽀야도 그려려니 한다. 저번에 TV백라이트가 고장났을 때. 내심 속된 말이지만 뽀야는 아예 망가져버렸으면 했었다. TV가 안켜지면 볼일도 없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망가진 TV탓이나 하면서 그 시간에 뭔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2020. 11. 15.
좌식에서 입식으로 아빠다리 자세가 얼마나 나쁜지. 일단 앉을 때 곡소리 한 번. 일어날 때 곡소리 두 번.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일어났다가 앉게 된다. 운동을 고되게 한 날은 소리의 강도가 더 세지지. 그런데. 동생이 요새 자주 밥상머리에 앉으면 다리저림이 심하다고 하는 것이다. 아마 살이 쪄서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지만 뭐든지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해야 만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성격의 동생인지라 이것 저것 검색을 해봤나 보다. 좌식 습관이 무릎에 좋지 않다며. 식탁 생활을 제안했다. 그러면 TV앞으로 식탁을 가져가면 되지. 그래서 준비작업으로 식탁 다리에다가 아빠 양말을 입혀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조금만 밀어도 슥슥 움직이는 말 잘 듣는 식탁이 된다. 그리하여 거실로 옮겨진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 와, 가게에.. 2020. 11. 15.
새로운 가게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면 기뻐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뽀야는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원래 동네에 소머리국밥집이 있어서 날씨가 쌀쌀해질 때면 자주 들르곤 하였는데 이번에 중화요리집으로 바뀌었다. 바뀌기 이전에도 [아~ 갈까 말까] 한적이 몇 번 있었는데 아쉽게도 금방 바뀌어 버렸다. 에이. 그래도 단골이었는데 어디로 간다고는 말해주시지. 아. 최근에 우리가 가게에 가질 않았구나. 며칠 전에 국밥집 갈까? 했을 때 왜 거절해가지고 이런일이... 그런데 반전은 이 중화요리집 요리가 괜찮다는 것이다. 짜장이 아주 면에 착 달라붙고 탕수육 고기는 두툼하고 짬뽕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그래도 국밥이랑 비교하자면 국밥이 더 좋았던 것은 확실하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미 떠나간 가게를 붙잡을수가 있나. 그래서 찾.. 2020. 11. 14.
똥쟁이 트림쟁이 세상에 똥 안싸는 사람 있던가..? 그런데 똥싼다고 매번 보고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트림 안하고 사는 사람도 있나...? 그런데 해놓고 당황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드러운 짓은 아주 열성이라며 엄마는 뽀야에게 잔소리를 한다. 정말 신기한 것은 저 두가지 모두 생각하면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오줌은 참으면 병되지만 똥은 참으면 약이 된다고 하던데. 안 싸고자 마음먹으면 잘 안나온다. 트림도 내가 조금 조심하는 마음 가지면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동안은 나오는대로 그저 드럽게 꺽꺽 대곤 했었다. 예전에 아빠가 집에서 매너없게 크게 트림하면 대번에 잔소리하는 뽀야였는데 어째서 보기 싫은 아빠 모습을 따라 하고 있는 건지. 정말 유전자의 힘은 무섭다 인가..?! 사실 사회적 제약이 더 큰.. 2020. 11. 14.
훌랄라 사건 우리는 소박하게 양념치킨이 먹고 싶었을 뿐이고. 그러다가 집앞에 있는 치킨집이 눈에 띄었고. 막힘없이 주문을 하고 집으로 가는데. 어째 도착한 닭의 상태가 이상한기라. 애가 빼짝 곯아 있는 게 아잉교. 일반 치킨을 시킨다는 것이 프리미엄참숯 바베큐를 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그 가게는 일반 치킨을 파는 가게도 아니었고 바베큐 통닭을 파는 가게였다. 여기서 몇 년을 살았는데 그것도 몰랐다. 엄마는 계속 전화하여 [아니~ 후라이드에 양념 묻힌 거 시켰단 말이예요~] 이 말만 반복해서 정말 우리 가족은 뽱터졌다. 이후로 후라이드의 '후'자만 나와도 웃음 자동 재생. 게다가 엄마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갈라지는데 그것도 엄청 웃음의 키포인트였다. 참숯 바베큐도 맛있고 참 좋지만 우리가 먹고 싶었던 것은 후라.. 2020. 11. 14.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어느날 뽀야에게 특급 이벤트가 생긴다. 아무리 찾아봐도 USB가 보이질 않는 것. 거기에는 아빠 사진과 추억의 파일들이 담겨있는 터라 굉장히 소중한 것인데 이상하게도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이다. 생각을 되짚어 본다. 그래도 있어야 할 동선에 없는 것이다. 정말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벌렁벌렁 뛰면서 사태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해본다. 그렇게 잃어버린 걸로 슬프게 결정 지으려는데. 갑자기 동생이 떠오른다. 왠지 무슨 일이 있을 때 동생을 부르면 거의 해결이 되니까.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는데 동생이 누나 바보냐고.(바보 맞지만) 나한테 USB 빌려주지 않았었냐고. 내가 그리도 찾던 USB를 손에 쥐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야~!! 분실이 아니었다아~~ 아이쿠야~! .. 2020. 11. 14.
불타는 단풍 정말 지나가면서 매번 보지만 너무 아름답다. 불타듯이 새빨갛게 무르익었다. 저 위치가 돌들이 쌓여있는 자리라 거기 걸터앉거나 밟고 서거나 하면 이 단풍과 나를 사진이라는 프레임속에 가둘 수 있다. 이런 빛깔은 나오기 쉽지 않은데 특이한 종인지 뭔지 몰라도 매번 가을이면 이 자리 단풍이 늘 예쁘다. 나 좀 보고 가라고. 그렇게 저 자리에서 환하게 거리를 비추고 서있다. 아빠는 매번 출근하실때마다 감정없이 그저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길 자리에 오늘도 피어있는 단풍은 세상 어떤 일보다 자연을 바라보고 오늘 하루쯤은 굽은 허리를 펴고 하늘 한번 바라보자고. 그렇게 속삭이는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손님들 발자국 쫓느라 그렇게 헤매며 살아왔는지.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 한바퀴 산책 할 여유조차 없었는지. 이.. 2020. 11. 13.
쇼생크탈출 그런 것일까. 어느날 그냥 스위치를 툭 쳤을 뿐인데 욕실전등이 나갔다. 뽀야는 그저 스위치를 눌렀을 뿐인데!! 얘가 집을 나갔어요!! 아빠가 계셨을 때는 집안에 뭔가가 고장나면 정말 바로 고쳤는데 우리가 하려니 미뤄지고 귀찮고 하루를 너끈히 넘겨서 고쳤다. 다행히도 아빠가 스페어로 전구를 2개 정도 구비해 놓으셔서 그걸로 어렵지 않게 교체했다. 푹 치니 팟 하고 나갔다고 동생에게 나의 무고함을 얘기하자 원래 전구는 소모품이라며 대략 1년정도 쓰는 거라고 그렇게 위로를 해 주더라. 그래도 저기에 맞는 전구를 사러 나가자면 또 일이 커지는데 아빠는 어떻게 알고 미리 사놓을 생각을 하셨을까. 1+1을 좋아하셔서 그런가...? 그래도 집안에 전기 문제나 전선 문제 이런 거에는 정말로 동생이 필요하다. 뽀야랑 엄.. 2020. 11. 13.
카이로스 5화 자기반성하게 만드는 드라마 카이로스(2020). 원래 월화드라마라 월요일에도 방영했어야 하는데 결방이라니이!! 원통했으나 화요일 방송으로 진정이 됨. 그저 나쁜 놈일 줄 알았는데 그런 사연이, 반전이 있었다니. 그저 착한 사람이고 피해자 인 줄 알았는데 이럴수가. 내 판단에 일대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지각분열 드라마. 너무 재밌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다. 고규필 배우도 출연하는데 바발대에서의 발랄함과 깨방정은 어디가고 모르는 얼굴로 정극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 역시 배우는 달라도 뭔가 달라. 원래 멜로 노선이 드라마에 나오는 걸 정말 싫어하는 뽀야인데. 음......나쁘지 않은데? 가끔 육체를 감상하게 만드는 그런 의도적 장치 (샤워 장면이나 샤워가운 착용상태)가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야함에 .. 202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