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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나요702

아빠가 사준 수면양말 잊히지 않는 것에 대하여. 까슬까슬한 아빠의 손등. 원형탈모가 진행중인 흰머리. 언젠가 뚜껑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위태한 머리숱. 부리부리한 눈. 나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빛. 조금 처져서 애틋한 눈매. 높으면서 잘 자리잡은 코. 뽀야 앞에서 헤실헤실하는 입. 살짝 앞으로 튀어나온 구강구조. 넓은 어깨. 몸에 비해 가는 팔다리. 불룩하니 튀어나온 심슨 배. 발등에 들어앉은 엄청 긴 털. 수도없이 많다. 보이지 않는 그 마음까지. 어제 문득 기모양말을 신고 있는데도 발이 시려서 수면양말이 어디있나 하고 뒤지다 보니 발견한 아빠표 수면양말. 이거 두 켤레를 사들고 와서 아빠와 딸은 데칼코마니처럼 신고 다녔었다. 몽글몽글 양털 수면 양말. 분명 어딘가에서 안쓰러워 보이는 할머니 한테서 샀겠지. 아빠는 그런 분들을.. 2020. 11. 24.
바닷길 선발대6 지난 이야기.세이호의 상황을 정리하면1. 거제 구조라항 회항2. 타이밍벨트 수리3. 포항으로 재출항이렇게 순서가 잡힌다. 거제도에 도착한 선발대.아직도 탄내가 난다는 아성.불침번 순서 정하는 성웅.약 1시간 후에 타이밍벨트가 도착하고 벨트교체를 완료한다.시동이 켜지면 출항 가능!무사히 시동이 켜지고 한숨 돌리는 선발대였다.오후 9시 30분, 출항 전 식사는 제육볶음.성웅의 아내 은정의 팁은 기름 두르고 볶으라는 것.하나 둘 모여드는 하이에나 같은 선발대.밥 넣고 비벼먹으면 안되냐는 남길에게단호한 성웅은 오리지널은 오리지널로! 라는 말을 남기고.요리가 완성되자 사진 찍어서 집에 보내는 따스한 남자 성웅.오늘 고되다는 남길은 폭풍 먹방.규필은 항상 먹방.(ㅋ)그 때 성웅에게 걸려온 전화.아들의 목소리에 지금.. 2020. 11. 23.
장미 장미의 원래 개화 시기는 5,6월이라고 하는데11월인 지금 피어 있는 이 꽃은 무엇?뽀야처럼 게으름 뱅이?!아니면 잠깐 날이 따뜻한 틈을 타서 아차! 피어 버렸다~ 이런 느낌일까?모처럼 동네 문구점에 가보려던 찰나에 마주친 장미는역시 장미는 장미였다.탐스럽고 아릅답지 않은가.우리 동네에는 문구점이 수지타산 문제로 문을 닫았지만조금 걸어가면 있는 초등학교 앞에 문구점이 있기는 하다는엄마의 말에 한번 찾아가 보기로 한 것.그런데 가게에는 분명 복사, 팩스, 코팅이 된다고 붙여있는데가게 주인장은 이제는 기계 잘 안되고 바쁠 때 번잡스러워서 치워버리셨다고.그래도 이런 학교 앞 작은 문구점이 엄청 그리웠다.안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살펴보고 싶었는데사지도 않으면서 눈때 묻히는 걸 싫어하실 것 같아소심한 뽀야는 입구.. 2020. 11. 23.
쓸쓸한 놀이터 물개는 해맑게 웃고 있는데. 좀 된 사진이다.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가막힌 곰 조형물을 보고 난 뒤 우리동네에는 그런 게 없을까 하고 기대 반 걱정 반 해가지고 동네 놀이터에 가보았다. 이 녀석이 있더군. 역시 표정이 생생하다. 늦가을 초겨울 감성을 자극하는 쓸쓸한 놀이터. 아이들도 얼마 전까지는 추워도 패딩을 입고 뛰어다녔었는데. 이제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앞두고 부모님들이 아이들 단속을 엄하게 시키나 보다. 우리집은 꼭대기인데도 놀이터에서 아이들 소란떠는 소리가 다 들리는데 그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가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어서 소리가 좀 울리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대화 소리는 거의 소리지르기 대회하는 것 같고.. 2020. 11. 23.
모과나무 모과는 못생긴 과일로 유명하다. 그런데 모과향은 정말 그윽하다. 예전에는 자동차 뒤쪽에 모과를 올려두고 다니는 차들이 참 많았었다. 쾨쾨한 차내 공기를 확 변화시켜 줄 그런 과일. 울퉁불퉁 모났지만 향은 끝내주는 그런 과일. 그런 얘기를 들어본 것 같다. 엄청 평범한 사람인데 왠지 좋은 향이 나면 그 사람이 달리 보인다고. 그래서 서양에서는 향수가 발달했다. 뭐 기원으로 올라가자면 과거 왕실에서 자주 씻을 수 없어서 또 화장실의 발달이 늦어서 아무데나 응아와 쉬야를 해서 치맛자락에 묻으니까. 드러운 향을 지우기 위해 향수가 발달했다나 뭐라나. 근거를 알 수없는 뽀야 기억 속 이야기. 뽀야도 인위적인 향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드는 생각이 앞서 말한 향기의 착시효과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사.. 2020. 11. 22.
붉은 열매2 동네에서 자주 목격되는 붉은 열매 나무다. 꽤나 앙상한데 열매는 푸짐하게 달려있다. 식용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나에게 식물사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자사전 식으로 된 걸로....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예전에 그런 앱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면 그 식물의 정보를 보여주는. 다만 외국에서 만들어서 영어로 정보가 뜨는. 그런 앱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핸드폰을 바꾸면서 찾을 수가 없어졌다. 다운받은 앱 이력이 너무 많아서 찾을 수가 없어(T.T) 그 앱이 너무나 그립다. 이렇게 하이에나처럼 식물 사진을 찍어댈때마다 생각난다. 어떤 이름의 어떤 열매인지 잘 모르지만.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는 사실 하나로. 이렇게 뽀야의 공간에 초대된 것에 감사하라규.(하트) 예전에 증강현실 게임이 엄청 관심을 모.. 2020. 11. 22.
부엉이 가방 마트에서 싼맛에 거둬들인 부엉이 가방. 엄마 것은 부엉이 2마리. 뽀야 것은 작은 부엉이 5마리이다. 아, 왠지 좋은 기운이 모락모락 하는 것 같다. 속에는 얇은 비닐로 되어있어서 오래 쓰면 갈라지고 찢어지는 터에 그닥 내구성은 없는 부엉이 가방. 그래도 이 흐늘흐늘한 가방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특히 아빠 장례식장에서 가볍게 메고 다니며 이것저것 넣고 필요한 용품 챙기고. 그런데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큰아버지께서는 장례식장에 오는데 좋은 가방은 없었냐며. 나이가 들수록 격에 맞는 물품을 착용해야 한다며. 아니예요. 뽀야는 그저 왕큰 수납공간과 편리함, 가벼움으로 이 가방을 고른 것 뿐이예요. 라는 말은 저어기 하늘로 흩어지고 큰아버지의 일대 연설이 시작된다. 그렇게 잔소리 많이 먹은 .. 2020. 11. 20.
토르소 같은 나무 나뭇가지가 방해가 되었는지. 아니면 가지치기의 일환인지. 도시경관을 위해서인지. 저렇게 뚝뚝 잘린 나무들을 보고 있으니 뭔가가 기괴하다는 생각이 든다. 몰개성을 강요하는 사회. 그 안에서 창의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허나 몰개성이란 이름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개성이 보이면 잘려지고 만다. 결국엔 기호로 서로를 부르는 그런 세상. 고유한 이름은 사라지고 A 또는 B로 불리는 우리들. 또는 수험번호라는 딱딱하게 부여된 숫자로 불리는 우리. 학생 때부터 숫자로 우리를 규정짓는 것에 조금 염증이 났었다. 영화 4등에서 보시다시피 우리는 1등만 기억하니까. 4등은 메달도 주지 않으니까. 개성을 없앴더니 그 모습이 기괴하여 오히려 더 기묘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숨막힌다. 그 인위적.. 2020. 11. 19.
민들레 후후 불어 날리면 민들레 꽃씨이다. 여기저기서 잘도 포착되는 녀석. 후~하고 불면 몽실몽실 민들레 씨앗이 퍼져 날아간다. 저렇게 동그랗게 예쁘게 유지하고 있을 줄이야. 바람 없는 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름다웠다. 번식을 위해 프로그래밍이 된 거겠지만 가끔 마주하는 민들레 꽃씨를 보면 왠지 한 번 불어보고 싶은 것. 하지만 한번도 불어본 적은 없다. 살면서 뭔가를 불고 싶지 않아. 내 숨은 소중하니까.(뭐래) 길 가다가 클로버를 발견하면 걸음이 뚝 멈추는 엄마처럼 뽀야는 민들레를 보면 꼭 멈춰 서게 된다. 민들레가 위치한 자리는 늘 비좁고 열악한 환경. 거기서도 꽃을 피워내고 꽃씨를 날리고 하는 녀석을 보면 참 우리네 삶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민들레를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었는데 초기에 팔딱 대던 창의적.. 2020. 11. 19.
놀이터에 핀 꽃 노란색을 좋아하는 뽀야 눈에 딱 뜨인 꽃.꽃봉오리가 탐스럽다.겹겹이 노란 치마 입고 활짝 웃는 것 같다.가을의 문턱에서 모처럼 따스한 날씨에 반응하는 듯 한 무더기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소담하고 예뻤다. 집에서는 꽃 기르기가 쉽지 않은데.밖의 꽃들은 저마다 잘도 자라난다.집 안에서만큼 신경을 자주 쓸 수 없을 텐데도.오히려 꽃은 내버려 두는 게 잘 자라게 하는 길인가..?아직도 꽃을 틔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집 일일초를 바라보며.꽃이란 정말 이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싶게 만드는 존재라고그래서 키우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노란 꽃을 보고 있자니 어릴 때 재롱잔치 같은 것이 떠올랐다.하얀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에어로빅 복 같은 의상을 입고물론 그 의상에 소매와 바짓단은 치렁치렁하게 해놓아서.. 202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