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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일기15

20201101 오늘의 고찰 - 컵 누구든지 나를 만질 수 있고가장 은밀하게 속삭일 수 있다.어떤 이에게 나는 한 잔의 구원이 된다. 2020. 11. 1.
20201023 오늘의 고찰 - 손가락 너는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 네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많은 것들을 느끼고 어색함 없이 다른 이와 손을 마주잡고 세상 모든 촉감을 누린다. 아름다운 손가락이 몇 번 움직이는 것으로 인해 너의 손 끝에서는 물고기가 튀기도 하고 끊임없는 선율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 네가 없다면 나는 쓸쓸할지도 몰라. 벙어리 장갑은 외려 외로워. 떨어져 있기에 우리는 하나가 되는 거야. 고마워. 네가 있어 주어서 행복해. 2020. 10. 23.
20201011 오늘의 고찰 - 털 저는 털이 많아요. 엥? 머리털이요. 하하하. 나는 그녀의 털. 그녀의 골칫거리. 2020. 10. 11.
민들레 - 3 #침묵의 인격 살해자 엄마는 오늘도 늦게까지 일터에서 돌아오질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나는 냉장고를 향한다. 살풍경한 집이 싫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다. 아빠의 얼굴을 직접 본 지도 오래되었다.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기는 하는데 나와 눈이 마주칠 일이 없다. 뭐, 워낙 바쁘시니까. 난 혼자일 때 무적이 된다. 내 맘대로 집안을 진두지휘 한다. 소파 위치도 바꿔보고, 믹서기로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을 다 갈아버리기도 하고. 걸레는 아무 곳에나 널어두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완전한 내 세상. 내 말을 거스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가 하는 행동에 이유를 붙여야만 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그 날은 체육시간이라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뛰쳐나.. 2020. 4. 21.
오오 나를 불러주오. 저 귀퉁이에서 울고 앉은 가여운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를 깨워 주오. 저만치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비루한 내 몸뚱이 나를 안아 주오. 저기 지나가버린 사람 앞에 울고 있는 쓸쓸한 내 마음을 나를 밀어 주오. 저렇게 힘없이 앉아 꽃잎 떼며 세월 운운하는 내 어깨를 나를 잊어 주오. 저런 사람 다시 없다며 혀 끌끌차며 뒤로했던 내 뒷모습 오오. 나를 불러주오. 당신의 입술 끝에 소생하는 내 목숨을 기억해 주오. 잊으란 말조차 잊고 생명의 손길로 나를 인도해 주오. 오오. 나를 불러주오. 불러주오, 나를. 2020. 4. 13.
20200412 오늘의 고찰 - 청소기 내가 어지르고 지나가면 뒤따라 와서 움켜먹는 너. 쿨럭쿨럭 대면서도 언제나 모든 것을 포용해주지. 네 몸 속의 소용돌이 치는 감정. 나는 알 수 없지. 나쁜 말만 내뱉어도 고요히 침묵하는 너. 그저 조용히 빛나는 너의 움직임. 내게 부딪혀도 잠자코 너의 갈 길을 가지. 이젠 내가 너의 얘길 들어주고파. 이젠 내가 먼저 너를 알아가고파. 2020. 4. 12.
20200411 오늘의 고찰 - 종이컵 계란을 쥐듯이 나를 움켜쥐어 줘요. 당신의 가벼운 입술에 닿고 싶어요. 우리는 곧 구겨지고 버려집니다. 특별하지도 소중하지도 않은 우리들. 당신은 내 안에 재를 떨기도 하고 당신은 나를 짓뭉개 버리기도 하고 나는 언제나 깨끗한 채로 당신을 기다리는데. 순수하다고 부서지지 않는 건 없으니 부서지고 구겨지더라도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당신곁에 또 있고 싶어요. 나는 당신의 종이컵. 한 번 쓰고 버려질 종이컵. 다신 만날 수 없는 우리 사이. 2020. 4. 11.
민들레 - 2 #창 밖 너머엔 뭐가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텅 빈 교실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애나와 나는 항상 이렇게 단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죽는 게 두렵지 않니? 애나의 질문. 죽는 건 쉬워, 살아 가는 게 어렵지. 나의 대답. 때로는 말이야, 저 창밖으로 훨훨 날아서 이곳을 떠나버리고 싶어. 차라리 날 때리거나 밀어 넘어뜨려서 그 애들이 한 나쁜 짓이 온천하에 드러났으면 좋겠어. 감정 폭력도 폭력의 하나인데, 이렇게 묻혀져 있어야만 하는 걸까. 침묵이 흐르고, 갑자기 애나가 내 가방을 보더니 하는 말. 가방에 늘 꽂고 다니는 그거 뭐야? 드럼스틱이야. 떄로는 4비트로 묵직하고 빠르게 생각에 잠길 떄는 8비트로 편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악기야. 애나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대뜸 이런 얘기를 .. 2020. 4. 11.
민들레 - 1 #나는 꿈을 꾼다. 내가 소망하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내 몸이 둥둥 떠올라 하늘위를 훨훨 나는 꿈. I AM DREAMING, AND I FLYING. 땅만 보고 걷다보면 발끝에 걸리는 게 하나씩 있다. 여기 저기에 뿌리 박혀 있는 민들레. 너도 민씨니? 나도 민씨야. 민온지. 내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남들이 더 많이 불러 대서 나는 정체성을 잃었어. 별명은 미농지. 우리 반에서 날 괴롭히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이 그러더라. 넌 미농지라고, 평생 남의 밑에 깔릴 운명이라고.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 달려가서 때릴 힘도 없어. 그 녀석은 반장이고 윤재영이라고 해. 걔한테 말려들어서 뭐 하나 잘 된 적이 없거든. 무시가 최고. 무시, 또 무시하자고. 정말......온 세상이 지랄같구나.. 2020. 4. 6.
20200405 오늘의 고찰 - 옷걸이 힘들 땐 내게 너를 맡겨. 너의 사고방식대로 나를 가둬두진 마.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너를 재단 해. 두고두고 걸어두렴 너의 지친 어깨 내가 쫙 펴줄게. 2020.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