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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일기14

20210718 편지 14 아빠 벌써 소천하신지 400일이네요. 공교롭게도 그 날이 제 생일과 겹치게 될 줄이야! 모처럼 뽀야 생일이라고 가족들이 신경 많이 써주고 있어요. 그간 못 먹었던 라볶이도 시켜먹고. 좋아하는 빵도 먹고, 샤브샤브도 준비 중이랍니다. 슬픔의 총량은 누구에게나 일정하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살면서, 누구나 슬픈 일을 겪을 수 있기에. 인생을 놓고 보면 그 슬픔의 총량이라는 게 일정한 것 같아서요. 발현되는 시기와 집중도가 다른 것 뿐이라는 생각이에요. 제 슬픔은 아빠 소천하신데에 몰아서 다 써버렸는지도 몰라요. 이보다 슬픈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울우울 했었어요. 이제는 웃으며 아빠 얘기를 하고, 즐겁던 시절을 회상하고 그럴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매일 저녁에 문안인사 드리잖아요. 제 기도가 거기에 .. 2021. 7. 18.
20210613 편지 13 아빠 소천 1주기를 맞이하며 아빠,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서. 1주기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아빠아빠, 시간이 우리를 남겨두고 먼 발치로 가버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매일 믿을 수가 없어요. 제수용품을 사러 다닐 때도. 그냥 별 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아빠 영정 사진을 마주하고 보니.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끓어 오르더라고요. 아마 그리움이 아니었을지. 이제는 이 곳에 존재할 수 없는 당신이기에. 당신의 그림자를 뒤쫓아 살아 온 삶이기에. 한번도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당신께 따스하게 다가갈 수가 없었어서. 통한의 괴로움을 안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우리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아빠 찾아 오시는데 어렵지는 않으셨을지. 저희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우린 아직 아.. 2021. 6. 13.
20210409 편지 12 아빠, 벌써 아빠 떠나신 지 300일이 되었어요. 매일 디데이 달력을 한 장씩 넘겨가며 많은 기분이 들어요. 심란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요. 시간이 아빠를 두고 이렇게 멀리 쭉쭉 나아간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야 하잖아요. 어째서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누리지 못했던가. 삶이 고달파서. 짊어지고 있는 생의 무게가 아찔해서. 그렇게 무거운 짐 내려놓지 못하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던가. 후회 뿐인 우리였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앞 날이 펼쳐져 있는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잖아요?! 살아 남은 사람들은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어요. 남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 내는 걸 텐데 말이예요. 2021년이 되.. 2021. 4. 9.
20210218 편지 11 아빠. 벌써 아빠 떠나신 지 250일 되는 날이네요. 벌써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어요. 믿어지지가 않아요. 한동안은 아빠가 저 현관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실거야. 라는 헛된 꿈에 빠져있었는데요. 이제는 어느정도 아빠의 부재가 익숙해진 모양이에요. 어제 러닝머신을 하는데. 아빠 생가이 나는거에요. 그래도 어릴 때는 아빠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운동 시키고 그래서 몸이 삐걱대는 걸 몰랐는데. 이제 내가 그토록 하기 싫어하고 반항하던 운동을 스스로 찾아하고 있으니. 세상사 참 돌고 도는 것 같아요. 그쵸? 아빠의 제일 걱정은 건강이셨죠. 본인도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오는 체형이라 고민 하셨었잖아요. 그래서 옷도 무색 셔츠는 입지도 않고. 나온 배를 가리느라고 신경써서 체크무늬 셔츠를 즐겨 입으셨죠. 요즘엔 유.. 2021. 2. 18.
20210209 편지 10 아빠, 어느덧 아빠가 쓰러지신 지 1년이 되었어요. 그날 오전에만 해도. 우리는 맛있는 밥상 차려놓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 했었죠. 다시마 간장 쌈을 해먹는 뽀야를 보며 그래! 그렇게 먹어야 건강하지. 하며 기특해 하셨었잖아요. 아빠가 오후에 엄마와 함께 친척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시고 나서. 그 때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엄마는 옷갈아 입으러 방으로 들어가고. 저는 방에서 동생과 전화를 하고. 그 틈에 거실에 앉아 계시던 아빠가 쓰러지시고. 우리의 시계는 멈췄어요. 119가 와서 아빠를 구해냈을 때도 이게 지금 내 삶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는가?! 수없이 생각해봐도 거짓 같기만 했던 날이었어요. 남들 다 평화로운 일요일 밤에 이게 웬 말이야.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나눠탄 구급차에서. 빌고 또 빌었어.. 2021. 2. 9.
20201230 편지 9 아빠 떠나신지 벌써 200일이 되었어요.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죠.우리 가족 모두 잘지내고 있다는 거 아빠도 아시겠지만 말이에요.하루하루 디데이 달력을 넘기며착잡한 마음이 들곤 했어요.아빠가 안계신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고요. 요즘 코로나 19가 변이종이 발견되어서 더욱 더 극성이에요.어디 멀리 나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점심 때만 되면 아빠가 집에 올 것 같은 착각에.자꾸 현관문을 바라보고 그랬었어요.그리고 과일들 먹을 때 마다아빠가 떠오르곤 했어요.항상 정갈하게 깎아주시던 과일들.주고받던 실없는 이야기들.전부 그리워요.그리움은 묵은지같아요.묵혀낼 수록 더욱 깊어지죠.우리는 아빠없는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는데아직 마음은 그렇지 못한지도 몰라요.항상 마음은 더디니까. 뭘 하든지 말이죠.아빠는 평상시에 .. 2020. 12. 30.
20201110 편지 8 어느덧 아빠 떠나시고 난지 150일째나 되었어요.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느낌은 어땠냐 하면 와, 시간이 너무 빠르다. 아빠가 아직도 곁에 계실 것만 같다고. 오늘이라도 당장 점심시간에 현관문 열고 일이 고되다며 곧장 들어오실 것만 같아요.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아직 엄마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도 끌어안지도 못한채로 그렇게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요. 뽀야가 이번 달에 시험을 봐요. 그러면서 아빠 상념이 부쩍 늘었어요. 아빠가 있어서 당연했던 일들에 대해 생각했거든요. 뽀야가 시험 볼 때마다 멀든 가깝든 아빠는 항상 뽀야를 위해 시동을 켜 주셨었어요. 편안하게, 긴장하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도 섞어가며 주의사항도 한번 더 언급해 주시며 그렇게 같이 가는 시험장은 전혀 두.. 2020. 11. 10.
20200921 편지 7 아빠 벌써 아빠 떠나신 지 100일 되었네요. 세상에서는 100일이 되면 여러가지로 기념하고들 해요. 하지만 저는 어떤 기념을 해야 하는 건지 사회적 개념을 잊어버렸어요. 마음은 추모공원에 가 있는데 갈 수가 없네요. 변변한 홈페이지도 정비 안되어 있고 굳이 전화걸어서 물어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리를 맡기다 보니 불편한 것이 많네요. 아빠 떠나시고 나서 저희는 집에 디데이 달력을 두었어요. 하루하루가 마냥 흘러가는 게 아까워서요.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그런데 잡는다고 잡히는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오늘은 또 이렇게 지나가고 있어요. 아빠가 이 자리에 없는데 우리가 무얼 하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때로는 허무의 속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아빠의 지난 날 얘기 하다보면 또 눈물인지 콧물인지 하는.. 2020. 9. 21.
20200918 편지 6 아빠, 우리 멋쟁이 아빠.생신 축하해요.뽀야는 돈이 생겨도 나에게 쓰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 뭔가 사주고 기뻐하는 모습에 더 기뻐 날뛰던 그런 아이였죠.아빠 생신이면 돈을 벌지 않아 서글펐던 뽀야는 정성스레 편지를 쓰곤 했어요.그 편지를 아빠는 뭐가 중요하다고......금고에 항상 보관 하셨었죠.아빠의 비밀번호는 우리 가족 숫자 조합.빠지지 않는 아빠 속 뽀야의 흔적.상처는 아물면 낫지만마음의 상처는 실밥을 그대로 남겨요.언제든 꼬투리를 건드리면상처는 터지고 곪아요.뽀야는 그래도 이 상처가 좋아요.내가 아팠었다는 걸 증명해주니까.내가 그 시간 속에서 고민했고 길 잃었고 힘들었고 주저앉고 싶었다는 걸 인정해 주니까.다른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렇게 상처가 다 나아서 나를 떠나가지만내 안.. 2020. 9. 18.
20200813 편지 5 시간이 참 빨라요, 아빠. 어느덧 아빠 소천하신지 두달이 되었어요. 날이 많이 더워졌어요. 바람도 불지 않고 습해서 끈적끈적 거리기까지 해요. 요즘 세계가 코로나19로 법석이에요. 아빠 계셨을 때 코로나 때문에 많이 걱정 했었어요. 그것 말고도 고민거리는 항상 많았지만 혹시 코로나 심해져서 아빠 면회 안 되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로 면회가 금지 되었을 때는 정말 누가 나를 찢어놓는 것 같이 분통하고 아팠어요.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태원클럽 발 감염 증가. 아빠. 한 달, 두 달, 세 달...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알지만, 어떤 거라도 하나 더 챙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항상 기도 1번지가 뭔지 아세요? 우리아빠 천국에서 편하게 지내셨음 좋겠다. 그 곳에서 걱정없이 고통없이 지내실 수 있게 하심에 감사드린.. 2020.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