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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일기

20201007 하늘의 별

by 뽀야뽀야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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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른 아침.

정말 듣고 싶지 않았던 슬픈 소식.

그간 오래 앓아 온 사랑하는 이가 떠났다는

사촌의 전화였다.

그쪽은 슬픔에 잠긴 목소리였지만 

나에게 사실을 전하고자 담담했고

오히려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허둥댔다.

흐느끼고 있었다.

전화 건너편에서 

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우리 삶은 고통인걸까?

행복한 기억들로만 가득 채우고 싶은데 

자꾸 시커먼 손이 들어와 방해한다.

한 가정의 단란함을 빼앗아 가는 나쁜 손.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가장의 무게추.

가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집안은 항상 어두운 적막만이 깔려있다.

아이들은 맘껏 뛰어 놀지도 못하고 

사그라드는 생명을 지켜볼 뿐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옆구리가 시린 계절, 어쩌면 더 추워질지도 모르는

친척을 곁에서 위로하지 못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내 처지가 조금 서글프다.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는 잔뜩 준비되어 있다.

그 어느것 하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정리가 어느 정도 되었을때 다시 만나 

식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정리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평생 가도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상처라면 낫게 되어있다.

하지만 얼룩 처럼 깊숙이 들어와 버린 흔적은 어찌할까.

찌든 때 처럼 지지 않는 상처라면 어찌할까.

같이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떠오르겠지.

맛있는 거 좋은 거 보고 먹고 들을 때마다 떠오르겠지.

떠오르면 떠올리면 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된다.

숨기고 싶으면 꾹 참고 눈물 몇 방울 털어버리면 된다.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는데도 

아직 마음의 상처에 잘 듣는 약은 없는 듯 하다.

상처를 낫게 해주는 빨간 약을

가슴이 아픈 엄마에게 발라주어 가슴팍이

온통 시뻘겋게 되어버렸다는

그런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다.

바르면 새살이 돋는 약처럼 마음의 상처에 바르면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그런 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당신의 평생 친구였으며 

당신의 모든 것이었을

당신의 파편들을 이 곳에 남겨두고

어디 먼 길을 떠나시나요?

외로웠노라고 말할 건가요?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할 거지요?

조각조각 되어 흩어져 버린 당신께 묻습니다.

이 한 생 잘 살았다. 

좋은 아내와 가족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마요.

그런 말씀이 하고 싶으셨을거라 감히 짐작합니다.

 

시간의 강 거슬러 거슬러 처음 당신을 만난 날.

어렴풋이 우리는 친척이라는 울타리 속에 속하게 될 것임을 알았어요.

밝게 웃어보일 때 드러나는 가지런한 치아.

눈이 부시던 날.

어느새 아빠의 친한 술동무가 되어 

서로 마주 할 때도 

부끄럽게 물러나 앉아있었지만

항상 지켜보고 있던 내 눈 4개.

 

안경 너머로 비치던 순수한 당신의 모습.

아이처럼 웃어보이던 뒷모습.

듬직한 어깨.

내가 본 그 어떤 것보다 더 아름다웠을 

당신의 모습들.

사랑이라는 필터를 끼고 바라보아 더 그리웠을 

배우자라는 울타리.

그리고 그 곁에서 투덜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닳아 없어질까 서로를 아끼던

당신 부부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육아에 지치고 세상에 닳고 

하루 에너지를 다 쏟아 내더라도 

아이들을 쓰다듬고 밥먹이고 

다정하게 이름불러 주던 그 마음 씀씀이를

잊을 수 있을까요.

 

그래, 이제 네가 견뎌야만 한다.

너는 할 수 있을 거다.

나보다도 훨씬 강한 여성이잖아.

너보다도 못한 내가 견뎌왔으니까

너도 분명 잘 할 수 있을거야.

힘이 나야 힘을 내겠지만

힘이라는 건 형체가 없잖아.

사랑도 그렇듯이 중요한 건 늘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사랑이 언제나 곁에서 너를 지켜줄 거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게도 잔인하게도 

빗나가 버릴 때가 많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담아두지 않고

하루를 그저 살아내다 보면

보이는 게 있을 거야.

그 때 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전과 달리 보이고

놓치고 싶지 않아질 거야.

그것들을 꼭 붙들고 살아가면 돼.

 

저기 멀리 등대가 보인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우리네 삶에서 

군데 군데 심어져있는 등대가 있다.

우리 아빠라는 등대.

너의 남편이라는 등대.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우리를 안타까워 하지만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네들은 

그저 주변을 환하게 밝힐 뿐이야.

우리가 그 빛 안으로 들어가 

치유받길 원하며 언제까지고 

그곳에 서서 밝게 몸이 터져라

빛나고 있을 거야.

그 빛을 보고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자신감 만큼은

잊지 말고 살아가자.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오늘 맘껏 울어두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하자.

 

오늘 밤 바라보는 하늘의 별은

더 밝게 빛날 것 같다.

혼탁한 도시 하늘에서도 

별이 뜬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착한 사람한테만 보이는 그 별은

신기하게도 나한테만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착하게 살아왔다기 보다는

착하게 살다 갔던 그 별이 유난히 빛나 보이는 건

눈물 머금은 내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일까.

그 별 옆자리에 조그만 별 하나가 더해져서 

서로 외롭지 않을 거라 짐작해 본다.

 

[하늘의 별이 반짝 하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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