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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do

44.심슨아빠

by 뽀야뽀야 2020.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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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랗게 튀어나온 배가 너무 닮았다.

심슨!!! 이라며 

배를 내밀고 다니는 아빠에게 폭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

매일 과식을 하고 

소화를 못시켜서 소화제를 마시고 

죙일 앉아서 일을 하시고 

하다보니 아빠의 허리둘레는 멈출줄 모르고 늘어만 갔다.

점점 배가 불어오자 

걷기는 더 힘들어졌다.

아저씨형 비만이지.

팔다리는 가느다라면서도 배만 볼록 한 그런 유형.

아빠의 배를 두드리며 몇 개월 이에요? 하고 장난치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아빠가 지금 이자리에 안계시다는 게 

너무 믿어지지 않는다.

 

시험일이 가까워 오면서 

아빠에 대해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항상 시험이든 뭐든 뽀야가 조금 멀리 나가게 되면

아빠는 뽀야만의 기사님이 되어 주셨다.

목적지에 잘 내려주고 기다렸다가 태우고 집에 오고.

그리고 바로 일 나가고.

예전에 이런 모습이 떠오른다.

뽀야를 시험장으로 들여보내고 

아빠는 수험차량으로 빽뺵하지만 조용한 운동장에서 

뭘 하며 시간을 때우셨을까.

뽀야가 생각보다 빨리 나오자 아빠는 차 밖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차를 닦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의자를 뒤로 젖힌 채 그러고 계셨다.

왠지 뽀야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시험따위가 뭐라고. 

맨날 붙지도 못해서 아깝게 시간과 돈 날리고 있는데.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빠의 희망의 끈은 참 두꺼웠던 것 같다.

그 끈을 서로 팽팽하게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아빠가 없는 지금 나는 그 끈을 바꿔쥐고 있는데

힘이 더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엔 서로 다른 두손으로 잡고 있던 하나의 끈이

이제는 뽀야의 같은 두손에 감겨 있다.

아빠는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내 곁에는 소중한 가족들이 여전히 있다.

 

아직도 아빠 얘기를 꺼내면 눈물이 삐져 나오는 게 

서럽기도 하고 쓸쓸해지기도 하고 그렇다.

시험의 결과는 아빠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서 뽀야가 자신감 있었는지.

항상 아빠가 물어본 질문은 그것이었다.

뽀야가 민망해서 이런 말 저런 말로 둘러댈때도

아빠는 그저 묵묵히 고생했다며 빨리 집에가서 점심먹자고 

그렇게 말씀해주시곤 하셨다.

 

 

뽀야.

아빠의 볼록한 뱃살 두드리고 싶지?

아빠의 가지런한 이마 쓰다듬고 싶지?

조금만 참어.

아빠와 안 만나게 될 수는 없다는 거 알지?

그날이 더디게 오게 아빠는 바랄테지만.

뽀야가 한 삶 잘 살아내고 아빠 보러 오면

아빠는 그저 꽉 안아줄거야.

뽀야도 그걸 바라지?

뽀야 정말 사랑한다.

너는 내 보물이었어.

 

그렇게 장례식장에 와 주신 아빠 친구분들이 나를 보며 

하신말씀은 하나 같았다.

너를 아빠가 얼마나...(사랑했는지 아니?)

다들 눈물에 벅차오르는 울컥함에 새빨개진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아주셨었다.

지금도 눈물이 그치지가 않는데.

이제 거의 150일이 되어 가는데.

뽀야는 

다시 웃을 것이다.

그 웃음속에는 아빠의 젊은 시절의  

데칼코마니 같은 웃음이 같이 들어있다.

뽀야 웃음과 아빠 웃음을 반씩 놓고 보면

딱 지금의 뽀야의 웃는 얼굴이 된다.

두려워하지 말고.

언제나 아빠가 곁에 함께 하니까.

믿고 나아가면 된다.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그 사실을 꼭 기억하자.

 

뽀야의 전부였던 당신께 못한 것이 너무 많아 

죄스럽지만 이제부터 갚아가는 마음으로 살아갈게요.

아빠 사랑해요. 감사해요. 미안해요.

아빠의 귀한 딸 뽀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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