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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do53

42.미러볼 아 그런게 왜 집에 있냐고 묻는다면 아직 안샀습니다. 미러볼은 아빠의 꿈이었다. 방안에 불을 끄고 미러볼을 켜면 현란한 불빛들의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거지. 왜 말렸을까. 아빠의 의지대로 사서 즐기면 좋았을 것을. 요즘 그런 생각이 번뜩 든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은 뭐든 내 기준에서 판단하지 말고 웬만하면 다 들어드리자. 라고. 시간이 별로 없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란 그렇게 무한하지 않다. 물리적으로 함께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리적 거리만 해도. 뽀야는 다행인지 뭔지 어릴때부터 독립이 늦어서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 꽤나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부족하게 느껴지는데 하물며 독립한 경우라면 안부인사도 드물게 하는 그런 못난 자슥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사실 뽀야는 .. 2020. 10. 22.
41.늘어놓기 엄마는 늘어놓기 선수이다. 엄마가 가는 자리에는 하여튼 뭔가가 수북이 쌓여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우리 꽃친구들 상태좀 살펴보려고 거실에 나왔는데 레이더에 수상한 광경이 잡힌다. 바로 책장에 고이 모셔둔 우끼끼(원숭이 인형)의 한 쪽 팔에 이어폰이 감겨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여기에 이렇게 늘어놓으시면 안돼요~ 다음날 고무줄이며 온갖 끈, 걸어둘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우끼끼 팔에 달려있을까봐 무섭다. 우끼끼의 팔을 걱정한다기 보다는 늘어놓기 대장인 엄마가 조금 걱정된다. 사실 늘어놓기는 무섭다. 엄마가 물건을 늘어놓는 대상이 되는 물건은 꼭 버려졌기 때문. 아니면 인테리어라는 명목으로 재배치 되거나 해서 뽀야가 가슴아파한 적이 많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면 아빠의 장수돌침대 팔걸이에 옷이 수북이.. 2020. 10. 13.
40.홍시 나훈아의 홍시가 떠오르는 감나무 사진. 산책 할 때마다 엄마의 눈은 감나무 필터가 씌워진다. 어디에 감나무가 있고 감이 열리고 있는지 귀신같이 쏙쏙 찾아낸다. 아마 주황색 필터일 것 같다. [와~ 저기봐라 감이다!] 감좀 잡으실 줄 아는 우리 엄마는. 요새 가수 나훈아에 푹 빠지셨다. 나훈아 콘서트가 티비에서 방영되고 나서 아마 곳곳에서는 새롭게 팬이 확 늘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젊은이(!)인 뽀야조차 반할 정도였으니까. 무대는 화려했고 볼거리가 가득이었다. 거기에 찰진 나훈아 오빠의 입담. 초 당당한 퍼포먼스. 나훈아 오빠의 노래에도 홍시라는 노래가 있다. 엄마는 달콤하고 흐물거리는 홍시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한 때 박스채로 사서 아빠와 먹다가 둘다 변비에 걸렸다. 뽀야는 문틈에서 바라보며 킥킥 웃고.. 2020. 10. 12.
39.자리끼 오지 않는 잠과 싸우느라 애쓰신 아빠가 떠오르는 저녁 9:45. 뽀야는 잠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잠에 취해 정신 못차리는데 쏟아지는 잠과 싸워 이기기도 만만찮다. 누군가는 오지않는 잠을 청하며 자리끼를 홀짝홀짝 마시며 거실을 왔다갔다,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그런 불안한 초침 소리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했을 무렵에 어떤 이는 새근새근 쏟아지는 잠에 취해 허덕이는 이 대조적인 삶이 한 가정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가 하고 생각해보다가 아빠가 문득 떠오른 것이다. 가장 이라는 무게가 버거워 잠을 이루지 못했을까. 몸은 피곤의 비명을 질러대는데 맑게 깬 정신은 잠재울 수 없고 팽글팽글 돌아가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면 잠은 저만치 발치에서 데굴데굴.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내가 알 수 없.. 2020. 9. 11.
38.사랑의 락스맨 이제는 다 닳아 버린 텅빈 락스통. 아마 다시 살 수야 있겠지만. 아빠께서 반쯤은(?) 들이 마셨고(!) 나머지는 욕실청소에 사용하셨다. 처음에는 위험하게도 분무기에 락스를 덜어 뿌려서 청소하시곤 했었다. 우리들은 그런 위험한 청소를 극구 말렸지만...... 내가 안 하면 니들이 할꺼냐? 라는 논리로 우리 집안에서 사랑의 락스맨을 도맡아 하셨었다. 아래 사진의 통에다가 락스를 덜어 붓으로 바르는 방식으로 바뀐지가 얼마 안 되었다. 그렇게 하는데도 독해서 아빠가 청소하고 계시면 욕실 밖에서 들릴 정도로 헛기침을 하시고 그랬었다. 뽀야는 그 때 뭐하고 있었는가 하면 락스냄새가 방에 들어온다고 방문 꼭닫고 할일을 하고 있었지. 바보같은 녀석...... 아빠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청소하고 있는데 거들어드리지는 못.. 2020. 8. 13.
37.구멍 난 양말 흔히 있는 구멍난 양말. 그런데 구멍의 위치가 심상치 않다. 발뒤꿈치?! 방바닥에서 발뒤꿈치로 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아무리 해도 구멍 안 나던데......? 게다가 도톰한 양말인데 어째서?! 뽀야는 생각에 잠겼다. 발뒤꿈치에 못이나 핀 같은 뾰족한 것이 걸려서 조금의 구멍이 났고 발바닥 마찰에 의해 넓어졌다! 이런 결론이 나왔다. 뭐 다른 경우의 수도 있겠지만. 무튼 중요한 것은 구멍이 났다는 것이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일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발바닥(양말)에 구멍이 나도록 일한 사람, 별로 없을거다. 엄마의 소중한 양말과 발. 뽀야는 구멍을 처음 발견하고 조금 뜨끔했고 그리고 웃음이 삐질삐질 새어나왔다. 저 구멍이 내 것이었어야 해. 이런 생각. 그리고 희안한 위치에 있어서 터지는 웃음. 사진 .. 2020. 8. 10.
36.촛불 하나 아빠의 생명의 촛불. 흔들림에도 놓을 수 없이. 손가락에 촛농이 뚝뚝 떨어진데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빠 눈물이 방울져 눈가에 번질 때 새하얀 촛농자국은 두 손을 뒤덮었고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찢어질 듯 아파했다. 아빠에 대한 기록 중에 하나였다. 뽀야는 아빠와 관련 된 것 어느 하나 잊지 않았다. 지금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슬픔이 고여있고 내뱉지 못한 채로 창고 한 구석에 짐 쌓아놓듯이 그렇게 정리되지 못한 채로 쌓여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울고만 있을 건 또 뭐야.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아빠의 마음은 우리 곁에 있을 거고 그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래도 아빠의 소중한 자녀이지만 아빠의 배우자인 엄마의 심정은...... 그래도 웃어보려한다... 2020. 8. 7.
35.존경하는 마음 여러가지 방법으로 현 사태를 잊고 침착하려 했지만 잘 안됐고, 이렇게 아플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고통의 밤을 지새우고 미련과 후회로 얼룩진 눈물의 순간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 언젠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 미래를 앞당기도록 노력하는 걸 아빠도 바라시지 않을까. 물론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는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휑하지만 아빠께서 뽀야에게 부여한 사랑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싶다. 매일 언제 울릴지 모르는 전화 앞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는 우리에게 하루만 더 기회를 주시길 바라본다. *하루영어는 부득이하게 무기한 쉽니다. 아껴주신 여러분 감사하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둥가둥가 해주세요. 2020. 6. 12.
34.늦음 서랍에 쿠킹호일과 비닐랲을 보관할 때는 날을 밑으로 하도록 하자. 손에 생채기 날 때는 이미 늦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늦었다. 라고 박명수 옹은 말씀하셨지. 우리는 꼭 상처가 나야지만 대처를 한다. 아직 나지 않은 상처에 마데카솔이나 후시딘을 바를 수야 없지 않은가. 그렇긴 하지만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 때 이렇게 되기 전에 처치를 해둘 걸. 아니면 이렇게 되기 전에 조심할 걸. 이미 늦어버린 그런 말들을 내뱉으며 자기 위로를 할 뿐이다. 먼저 알아채기 위해서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 일상의 작은 변화를 눈치채고, 조심하며 이건 왜 그런 걸까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찾기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에 늘 해야할 일의 한 구석으로 치우쳐져 있곤 한다. 이제는 .. 2020. 5. 27.
33.나 대화법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당신은 그게 문제야.'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네가 책임져.' 이렇게 우리는 '너'를 주체로 말을 이어나가곤 한다. 물론, 뽀야도 순간적으로 화가 나면 많이 그러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인식의 틀이 있다. 바로, '나 대화법'이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 마음이 정말 아파.' '지금 나는 몹시 슬퍼.' 상처받고 힘겨운 '나'를 주체로 이야기를 꺼내 나가는 방법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화가 난다든지 슬프다든지 상대방은 당사자인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나의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어련히 알아주겠거니. 하는 것도 옛말이다. 자기PR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엄마 같이 옛날 사람(?)은 자신의 감정.. 2020.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