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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do

50.아빠와 아귀찜

by 뽀야뽀야 2021.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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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5일에 우리는 아빠 단골 아귀찜 가게를 찾았다.

그날은 평범한 겨울날이었다.

갑자기 아빠가 점심대접을 하고 싶다면서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가게로 향한 것이다.

마치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에 거하게 식사하는 자리처럼.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은 아귀찜을 맛있게 먹었다.

 

사실 뽀야가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기도 했지.

아귀찜에 밥 비벼먹고 싶은데 그 가게를 혼자 못 찾아가니까.

그날은 차분한 분위기였고 배가 엄청 부르게 가게를 나섰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기념하려고 찍은 사진 속에는 아귀찜만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고

아빠는 팔만 나와있다.

뽀야는 음식 사진만 찍을 줄 알았던 거다.

사실 그 순간 아빠의 표정이며 모습 그런게 더 중요했는데.

 

이렇게 다시 1월 5일이 지나가고 다시는 아빠를 보지 못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때도 왠지 싸했었다.

가게 분위기도 이상하게 조용하고.

아빠는 말도 별로 안하고 어서 먹으라고 그릇에 밥을 덜어주고

밥을 꾹꾹 눌러 볶아주고.

뭔가를 예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빠 쓰러지시기 1년 전쯤에는 유난히 아빠가 다정하게 가족들 데리고 다니면서

맛난 것도 먹고 그랬던 것 같다.

내 페이스북의 N년 전 알림을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지.

그 알림을 본 순간 나는 가슴이 너무나 먹먹하여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거든.

뽀야가 더이상 못먹겠다~하며 가게를 나서서 앞서 걷자

뒤에서 아빠는 걸어오시며 조심하라고 그렇게 나를 챙겨주었었는데.

작은 일상의 모든 것이 추억의 앨범이 돼버리는 상황.

이제 아빠는 더이상 내게 아귀찜을 먹으러 가자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아귀찜을 사 주실 수 없는 거다.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2월이 되면 나는 정말 슬픔에 푹 절여질 것 같다.

아빠가 쓰러진 지 어언 1년이 되려고 하니까.

가슴 아프게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야 한다.

아빠에 대한 사랑은 변함 없을 테지만 

제일 중요한 아빠가 여기 없는데 무슨 소용일까.

그리워 하고 그리움이 쌓이고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 지를.

엄마 생일 때 같이 떠났던 항구에서의 즐거운 식사자리도 기억이 난다.

아빠는 차가 있으니까 어디든 말만 하면 척척 데려가 주셨다.

몸보신 하자며 들렀던 육수가 일품이었던 삼계탕집.

기운이 달리면 꼭 찾아갔던 염소탕집.

이 보다 더 많이 우리는 쏘다녔다.

이제는 다 추억의 한페이지가 되어있고

그 속에 같이 있던 사람 하나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

이토록 슬프게 다가올 줄이야.

날이 지날수록 잊혀져 간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그 선명한 기억을 아직 지울 수가 없다.

껄껄껄 웃던 아빠의 모습이 자꾸 내 눈가에 밟힌다.

어른거리는 눈물 속에서 이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타자치고 있는 내 손끝이 차다.

 

아빠를 정말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곁에 계실 때 잘해 드리지 못한 것만 기억나서 짜증나지만.

아빠는 그저 다 괜찮다고 말하실 것 같아서.

그냥 뽀야랑 엄마랑 동생만 잘 되기를 바란다고 그러실 것 같아서.

 

메르스때의 기억도 떠오른다.

우리가 메르스를 너무 두려워하자 본인은 면역이 강하다며

대신 다녀오겠다며 총대 메셨었는데.

결국 아빠가 가야할 자리에 대신 뽀야가 갔다오게 되었다.

아빠는 늘 낮은 곳에서 거친 곳에서.

자식들과 아내를 위하여 열심히 일만 하셨다.

그걸 이제 보상받나 싶었는데.

차도 새로 바꿔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소용이 없어져 버렸다.

 

제발, 곁에 계실 때 잘 챙겼으면 좋겠다. 누구든 말이다.

그냥 꼬맹이의 뭣모르는 이야기라고 치부하지 말고.

잘 새겨들으세요.

우리는 언젠가 이 삶을 떠나게 되고.

소중한 이와 보낼 시간은 짧아요.

매 순간 사랑하며 살아가세요.

사랑하는 법은 간단하답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웃음짓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 해 보세요.

그리고 같이 있는 시간을 차츰 늘려 가 보세요.

좋은 말들 많이 해 주세요.

중요한 정보는 가족들과 공유하세요.

우리 삶은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합니다.

아름답고 싶지 않다고 외치고 싶지만 삶이 그렇습니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이 삶을 후회없이 살아내기란 어려워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가까이 있는 가족과 함께 기억될 만한 추억 많이 만드시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먼곳의 친척들과도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서로 이어져 있어서 행복한 그런 가정을 만들어 보세요.

 

오늘 이정도면 되었다. 여한이 없다.

매사에 아빠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는데.

그랬다면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아빠 계셨을 때 안정적인 일 갖지 못하고 걱정 끼쳐드린 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떠맡긴 점.

이 두가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 같다.

내가 이제와서 한다 해도 보람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론은 엄마한테 잘 하자!이다.

엄마 혼자 쓸쓸하고 더 허전하실 텐데.

뽀야라도 곁에서 든든하게 있어 드려야지.

지금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간단한 일이다 싶은데

나도 사람이다 보니 자잘한 일에 다투고 얼굴 붉히고 

그러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래도 사나운 말투는 많이 고쳐서 좋아졌다.

제대로 사랑을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거였다니.

집에서부터 실천 안되는 사랑을 밖에가서 하려고 하니

잘 되지 않는 거지.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완전 옳은 얘기였다는 걸 실감한다.

 

점심은 오래간만에 돼지 갈비.

집 바로 앞에 갈빗집이 있어서 지나칠 때마다 

고소하고 달큰한 고기 굽는 냄새가 

우리를 유혹하곤 했었다.

사장님하고도 얼굴을 트고 지내서 

이제 우리가 오면 더욱 우리쪽에 신경을 써주시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람사는 얘기도 하고 그런다.

고기를 굽는 것은 동생이기에 엄마가 마음놓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뽀야는 젓가락을 빨며 고기를 뒤적이지만

역시 어설픈 그 동작은 세월을 아무리 겹쳐 입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우리 셋은 이렇게 지내고 있다.

다시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빨리 점심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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